지난달 2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SK나이츠-DB프로미의 경기에서 SK 최준용이 골밑슛을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SK나이츠-DB프로미의 경기에서 SK 최준용이 골밑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코트 위에서 신경전을 펼치며 논란에 휩싸였던 최준용-김민수(이상 SK)와 강병현(LG)에게 징계가 내려졌다.

한국농구연맹(KBL)은 8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상대를 밀치는 행위로 U파울을 받은 창원 LG 강병현과 서울 SK 김민수에게 각각 70만원과 3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상대 선수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최준용에게도 제재금 20만원과 함께 엄중 경고가 내려졌다

최준용-강병현-김민수는 지난 4일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라운드 SK와 LG의 경기도중 충돌한 바 있다. 강병현이 최준용과 볼 경합을 펼치던 상황에서 플로어에 넘어졌고, 공을 잡은 최준용이 강병현을 잠시 바라보더니 몸을 움찔했다. 마치 강병현에게 공을 던지려는 듯한 제스처로 보이기도 했다. 최준용의 행동을 도발로 받아들인 강병현은 발끈하며 일어서서 최준용을 거칠게 밀쳤다. 이를 본 SK 동료 김민수가 다시 강병현을 밀치며 양팀 선수들이 한동안 뒤엉키는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심판은 강병현과 김민수에게 상대 선수를 밀치는 행위로 U파울을 내렸고, 최준용은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했다고 판단하여 경고 누적에 의한 테크니컬파울을 부과했다. 경기 후 강병현은 최준용의 행동에서 조롱의 의미가 느껴졌다고 주장했고, 최준용은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팬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여론은 대체로 최준용에게 부정적이었다. 최준용이 예전부터 상대 선수들과 종종 신경전을 벌인 전력이 있고, 호불호가 엇갈리는 과도한 제스처나 세리머니로 도마에 올랐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그에 비하여 강병현은 선수생활 내내 경기 매너 문제로는 큰 잡음이 없었던 선수였다. 일부 팬들은 KBL의 징계가 발표된 이후에도 먼저 '원인 제공'을 한 최준용이 강병현보다 낮은 벌금과 경고라는 약한 징계에 그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석이 아닌 사실관계만 놓고 봤을 때, 일단 강병현과 김민수는 상대 선수에게 물리적으로 위협을 가했다. 물론 강병현의 시점에서는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엄연히 금지된 '보복성 행위'를 상대에게 저질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에 비하면 최준용의 행위는 단지 상대를 쳐다봤다는 것뿐이고, 공을 던지려고 했다거나 조롱의 외도가 있었다는 것은 강병현이 주장한 '주관적 판단' 외에는 뚜렷한 근거가 없었다.

비디오 판독을 했던 심판도, KBL 재정위원회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동작이라는 점만 인정했을 뿐 최준용의 고의성을 단정하지는 못했다. NBA에서도 상대를 의도적으로 도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지만 아무런 구체적인 근거없이 징계를 내리지는 않는다. '최준용이 강병현을 조롱하려고했다'는 전제를 확신하고 있는 일부 팬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들겠지만, 강병현과 김민수의 징계 수위가 최준용보다 높은 것 자체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낮은 징계수위가 최준용의 행동을 모두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다. 최준용은 이번 사건으로 무엇보다 이미지에 많은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은 다소 호불호는 엇갈려도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 표현이 확실한 캐릭터로 농구팬들에게 어필했다면, 이번 사건으로 최준용은 순식간에 '매너없는 선수'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최준용이 강병현에게 했던 행동이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는 본인만이 아는 진실이지만, 적어도 이번 사건으로 많은 팬들에게 그동안 최준용이라는 선수를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오늘날의 스포츠팬들은 경쟁과 결과 못지않게 존중과 과정 또한 중시한다. 아무리 기량이 좋은 선수, 성적이 좋은 팀이라도 동업자의식이나 페어플레이가 결여된 모습을 보인다면 팬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최준용의 행동이 스포츠에서 자연스러운 승부근성이나 쇼맨십의 발로라고 해도 많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준다면 어느 정도 자제하는게 맞다. 만일 향후에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최준용에게는 강병현과의 신경전이 꼬리표처럼 선례로 남을 수도 있다. 징계는 순간이지만 이미지는 평생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팬들도 특정 선수에 대한 맹목적인 여론몰이식 비난은 자제해야할 필요가 있다. 강병현-최준용 사건은 가해자-피해자처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비난을 들어야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최준용이라는 선수의 이미지가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서 주관적 잣대로 선수의 고의성이나 인정까지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자칫 또다른 마녀사냥을 불러올수 있다. 앞으로도 '적정선'의 문제일뿐, 선수의 개성은 개성대로 존중받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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