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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이순신광장에 선 조미선 씨. 이순신광장은 그가 좋아하는 이순신의 동상과 함께 이순신의 사람들에 대한 설명판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여수 이순신광장에 선 조미선 씨. 이순신광장은 그가 좋아하는 이순신의 동상과 함께 이순신의 사람들에 대한 설명판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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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랐다. 사무실이 다르고, 사람이 달랐다. '여수지기' 조미선(55·전라남도 여수시 학동)씨 얘기다. 그가 하는 일도 남달랐다.

먼저, 사무실이 크고 작은 화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꽃집이라 착각할 정도였다. 식물마다 하나같이 파릇파릇 생기가 돌았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식물(스킨답서스)이었지만,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만큼 신경을 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식물과 대화를 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식물들과 눈맞춤을 합니다. 사랑의 대화죠. 밤새 별 일 없었는지, 어디 불편한 데는 없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금세 알죠. 그러기 전에 편하게 잘 살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죠."

역시 빈틈이 없었다. 조씨는 산림청장이 인정해 준 산림교육전문가다.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자격증 소유자다. 꽃꽂이 1급 강사이기도 하다. 산림복지 국민참여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숲에서 어린이나 장애인들과 함께 노는 이유다.
  
조미선 씨가 일하는 사무실 풍경. 크고 작은 화분으로 가득 차 있다. 꽃집이라 해도 괜찮을 정도다.
 조미선 씨가 일하는 사무실 풍경. 크고 작은 화분으로 가득 차 있다. 꽃집이라 해도 괜찮을 정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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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조미선 씨. 그는 산림청장이 인정해 준 산림교육전문가다.
 숲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조미선 씨. 그는 산림청장이 인정해 준 산림교육전문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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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의 장점은 지역의 역사문화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벌써 여러 해 전에 문화산업학으로 석사를, 문화재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순신 리더십 전문강사, 이순신학교 강사, 여수역사문화 전문강사로 강의를 하고 있다. 이순신의 다른 이름인 '여해(汝諧)'에서 따온 여수여해재단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역사논술(한국사) 지도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이순신 관련 답사나 강의라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달려간다.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 잡는 데도 열정을 쏟는다.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전사를 하죠. 1598년 11월 19일인데요. 전투는 새벽 4시부터 12시 사이에 벌어집니다. 이순신이 일본군의 총탄을 맞고 쓰러지면서 한 말이 '지금 싸움이 한창이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였습니다. 누구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을까요? 우리 편이었어요."

조씨의 주장다. 우리가 흔히 '나의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알고 있는 부분이다. "전쟁이 한창인데, 어디 적들한테 가서 우리 대장의 죽음을 알릴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우리 수군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으니, 우리 편에게 알리지 말라고 한 것"이라는 얘기다. 
 
남해 관음포에 세워져 있는 이락사.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사당이다.
 남해 관음포에 세워져 있는 이락사.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사당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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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있다. 그는 전남문화관광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역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고향 여수를 소개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문화는 물론 식물과 환경까지 아우른다. 방문자의 눈높이에 맞춘 해설이다. 해설의 폭도 넓고 깊다. 지역의 역사를 발굴하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의 매영답사회도 이끌고 있다. 환경부의 환경홍보단 강사 활동경력도 오래됐다.

"여자라고 무시받지 않으려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이쯤에서 그녀의 본업이 궁금해진다. 산림교육전문가도, 역사학자도 아니다. 그는 사업가다. 여수에서 서울보증보험 대리점을 경영하고 있다. 벌써 30년이 넘었다. 여수경영인협회 수석부회장도 맡고 있다.

"수산물 수출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어요. 주말도 없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죠. 3년 만에 그만뒀습니다. 주말을 활용할 수 있는 대한보증보험(서울보증보험)에 들어갔어요. 얼마 뒤부터 대리점을 했는데, 어려움이 많았죠. 당시만 해도 사업이라는 게, 남성이 주류를 이뤘거든요. 자기 회사를 여자한테 맡기는 걸 은근히 걱정하는 사장들에게 '여자니까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뛰고 공부했습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녀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두 가지도 아니고, 여러 가지 일을 어떻게 완벽하게 해낼까. 조씨가 틈나는 대로 도서관을 찾는 이유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 후에 도서관에 갑니다. 남자들이 주로 하는 사업을 하면서 남자들과 경쟁하려다 보니 곁눈질을 할 틈이 없었어요. 남자 사장들과 당당하게 같이 가려고 노력했죠."

그의 독서 취향도 경계를 넘나든다. 다양한 분야는 물론 시간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도움이 될 만한 강의가 있으면 다른 지역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다닌다. 시쳇말로 일하고 공부밖에 모르고 살았다.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관광해설을 하고 있는 조미선 씨. 조 씨는 이순신 관련 해설을 할 때 가장 재미가 있고 보람도 있다고 했다.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관광해설을 하고 있는 조미선 씨. 조 씨는 이순신 관련 해설을 할 때 가장 재미가 있고 보람도 있다고 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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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부하며 조씨가 딴 자격증이 수십 가지가 넘는다. 사회복지 분야만 해도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가족복지전문가, 노인심리상담전문가 자격을 갖고 있다. 창업지도사, 청소년교육상담지도자, 방과후지도사, 자기주도학습코칭지도사, 평생교육사, 기후환경강사, 갯벌생태 안내인 등 헤아릴 수 없다. 동력수상레저기구조종면허, 드론교육지도사 자격도 갖고 있다.

전남도민명예기자, 여수경찰서 경찰발전위원, 여수해양경찰서 정책자문위원, 여수시 규제개혁위원 등 각급 기관·단체의 활동도 부지기수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그녀는 '즐겁다'고 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큰 보람을 얻는다는 의미일 게다.

조씨는 "어찌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어찌'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새삼 존경스런 눈빛으로 쳐다봤더니, 소녀처럼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앞으로 그녀의 관심이 또 어디에 꽂힐지 사뭇 궁금해진다. 
 
꽃집 같은 사무실에서 만난 조미선 씨.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소녀처럼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꽃집 같은 사무실에서 만난 조미선 씨.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소녀처럼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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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미선, #여수지기, #서울보증보험, #전남문화관광해설사, #산림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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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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