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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N 선정 '올해 아시아 변화시킨 청년 운동가'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 '위티' 양지혜 대표.
 CNN 선정 "올해 아시아 변화시킨 청년 운동가"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 "위티" 양지혜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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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19) 아시아에서 변화를 일으킨 청년 운동가 5인'

지난해 12월 25일 미국 CNN에서 '아시아를 변화시킨 청년 5명'을 뽑았다. 그 가운데 한국인도 있었다.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 위티(WeTee) 공동대표 양지혜(23)씨다. CNN은 양 대표를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페미니즘 운동가"라고 소개했다.

CNN이 주목한 것은 양 대표가 주도한 '스쿨 미투(#metoo)' 운동이다. 2018년 봄, 전국 80여 개 학교의 청소년들이 교내 성폭력을 고발했다. 파장은 컸다.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청소년과 시민 300여 명이 모여 스쿨 미투 집회를 열었다. 2019년 2월에는 UN까지 갔다. 양 대표는 UN아동권리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해 한국의 청소년 인권 현황을 세계에 알렸다.

스쿨 미투, 청소년 연대의 시작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양 대표는 "이전까지 청소년 피해자들은 늘 안쓰러운 대상으로만, 지원받을 대상으로만 비쳤다"라며 "스쿨 미투 운동을 통해 청소년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선언했다"라고 말했다.

위티라는 단체명은 "우리는 청소년 페미니스트입니다(We are Teenager Feminist), 청소년 페미니스트와 함께합니다(With Teenager Feminist)"를 뜻한다. 300여 명의 위티 회원 중 75%가 청소년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12개 지부와 분회를 두고 있다. 

양 대표의 노트북에는 '스쿨 미투', '의심에서 지지로', 'I Can Speak' 등의 문구가 적힌 10개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그는 스티커를 가리키며 "활동의 흔적"이라고 말했다.
 
 CNN 선정 '올해 아시아 변화시킨 청년 운동가'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 '위티' 양지혜 대표.
 CNN 선정 "올해 아시아 변화시킨 청년 운동가"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 "위티" 양지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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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의 흔적을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
"초등학교 때 저는 가난하고 예쁘지 않은 여자애였어요. 다른 애들처럼 예쁜 옷을 입고 다니기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또래 집단으로부터 고립되기도 했고, 외모로 따돌림을 당한 적도 있었죠.

예전에는 이런 게 저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저를 따돌리는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학교에서 교사들이 성별 역할을 강요하는 발언을 할 때도 불쾌했지만 가만히 있었던 적이 많았어요.

그러다 16살 때 친구들과 책 읽는 소모임을 했는데 페미니즘 관련 책을 접하게 됐어요. 페미니즘을 배우면서 제가 학교에서 느낀 불쾌함이 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후로 여성 관련 사안에 관심을 갖고 친구들과 생각을 나눴어요."

이후 양 대표는 청소년 인권 독서 동아리를 꾸리거나, 외부 세미나를 기획했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때는 19세 발언자로 시민발언대에 오르기도 했다. 시민발언대에 오른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 인권과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프로젝트 팀'을 꾸려 이듬해부터 캠프와 집회를 주최했다.

2018년 스쿨 미투 집회도 이 프로젝트 팀에서 시작됐다. 당시 양 대표는 21살로 청소년은 아니었다. 입시를 거부하고 청소년 페미니즘 및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전업 활동가로서의 삶을 결심했을 무렵이었다.

"2018년 봄, 스쿨 미투 운동이 온라인에서 크게 확산됐어요. 이 운동이 피해 사실 부각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 의제가 되려면 무얼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학교에서 고립된 채로 싸우는 이들을 모아 집회를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죠.

집회 공고를 올리자마자 미투 고발자 등 70여 명 정도가 자발적으로 연대해줬어요. 이후 스쿨 미투 릴레이 집회를 기획하고, 시도 교육청에 문제 해결을 위한 권고 사항을 보내는 작업도 할 수 있었어요"


양 대표가 속한 단체 '위티'는 그 이후 2019년 6월에 만들어졌다. 그는 "활동을 지속하면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청소년들의 활동이 지속가능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단체를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청소년들이 사회-정치적 목소리를 낼 때 한계가 많다"고 했다.

"학생들이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건 정말 어려워요. 저도 활동하면서 무섭고 힘든 적이 많았거든요. 대자보를 쓰고 부착했다는 이유로 교감실에 불려가기도 했고, 학교에서 집으로 전화해 부모님과 마찰이 생기기도 했어요. 2014년 세월호 동조단식을 했을 때 장학사가 학교에 연락했던 일도 있었고요. 그런가하면 프로젝트팀 세미나에 참여하겠다고 했던 학생들이 학업 탓에 시간을 내지 못한 경우도 많았어요."

"학교, 더 많이 정치화 돼야"
 
 CNN 선정 '올해 아시아 변화시킨 청년 운동가'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 '위티' 양지혜 대표.
 CNN 선정 "올해 아시아 변화시킨 청년 운동가"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 "위티" 양지혜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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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 청소년들의 인권 수준은 1~2점"에 그친다고 말했다. 100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매긴 점수다.

"기초적인 기본권이 없으니까요. 참정권은 이제야 일부 갖춰졌고, 학교 밖 청소년들은 사회에서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고요. 이 사회는 청소년을 시민으로 고려하고 있나, 그저 미래 세대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청소년도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번에 도입된 18세 선거권이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만 18세 선거권은 이제야 사회가 청소년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인 거예요. 이제 청소년들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후보는 누구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는 이런 것이다'라고 말 할 수 있게 된 거죠. 청소년을 하나의 정치적 주체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정말 큰 함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학교라는 공간이 더 많이 정치화 돼야 해요. 그동안 학교는 논쟁할 수 없는, 교사의 말에 따라야 하는 일방향적인 공간이었어요. 그 결과가 학교 폭력, 스쿨 미투로 터져 나온 거고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이 폭력인지 당사자들이 분명하게 말해야 해요.

정치란 나와 내 주변을 바꾸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청소년들에게도 정치가 필요해요. 청소년도 각자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학교의 정치화는 사회가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에 속한다고 봅니다."

 
 CNN 선정 '올해 아시아 변화시킨 청년 운동가'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 '위티' 양지혜 대표.
 CNN 선정 "올해 아시아 변화시킨 청년 운동가"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 "위티" 양지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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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53만 명의 18세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표를 행사하게 된다. 양 대표에게 청소년들의 인권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최근 들어 '청소년 주거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이 말은 청소년들이 폭력 없는 환경에서 살 권리를 뜻해요. 폭력으로 인해 탈가정한 청소년들이 계속된 불행 속에서 생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거죠. 

청소년들이 직면한 폭력,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요. 청소년 주거권을 포함해 청소년들의 독립적 인격을 보장하는 것,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운동과 정책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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