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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억지 옹호하는 조선일보 규탄한다” 80해직언론인협의회, 동아자유헌론수호투쟁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진보연대 등 언론·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인근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일본 경제 보복조치와 관련한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에 일본의 폭거마저 감싸고 나섰다”라며 “친일언론, 왜곡편파언론, 적폐언론 조선일보는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규탄하고 있다.
 2019년 7월 16일 80해직언론인협의회, 동아자유헌론수호투쟁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진보연대 등 언론·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인근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에 일본의 폭거마저 감싸고 나섰다”라며 “친일언론, 왜곡편파언론, 적폐언론 조선일보는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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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항상 청와대 쪽을 바라보고 있다. 마음에 드는 정권이 청와대에 있으면, 그곳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를 상대로 자잘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작년 4월 11일 < PD저널 >에 기고한 '맹공 퍼붓는 조선일보 …청와대 대응 역부족'에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조선일보>의 공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선일보>가 박근혜 정부 시절과 대조적으로 청와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자연재해, 개인의 죽음도 청와대를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공격에는 <조선일보>, TV조선, <조선일보> 언론인이 진행하는 유튜브 등을 가리지 않고 총동원됐다. 하루도 쉬지 않고 청와대를 비난하고 공격하는데, 여기에는 합법, 불법, 탈법의 경계도 무의미하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하는 것은 정치권력에 초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정권의 시녀였거나 정권과 제휴했던 지난날과 무관치 않다. 수직관계든 수평관계든 정권이 자기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언론으로서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1년 전인 2001년 1월 11일, 김대중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의 포문을 열었다. "언론도 공정 보도와 책임 있는 비판을 해야 한다"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개혁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뒤이어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예고되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들이 언론 탄압을 운운하며 정권을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월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언론사 세무사찰'을 중단하라며 수구 언론을 편들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2월 7일 정월대보름이 됐다. 언론개혁과 세무조사에 대한 지지 발언이 이날 엉뚱한 데서 나왔다. 언론관계 주무 부서가 아닌 해양수산부였다.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이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폭탄 발언'이랄 수 있는 말들을 쏟아낸 것이다. 이날 일을 <조선일보>는 이렇게 보도했다.
 
"7일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이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세상에 정치적 의도가 없는 것이 어디 있느냐'며 '언론에 대한 전쟁 선포를 불사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이 정권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하는 진짜 이유를 솔직히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노 장관의 발언으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여권의 주장이 거짓으로 확인됐다'며 '세무조사는 언론과 맞붙어 싸워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이 언론과의 전쟁 선포를 불사했다는 이 보도는 과장이 아니다. 노무현 자신도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그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안 그래도 수구 언론이 주시하던 노무현이었다. 그런 노무현이 주무 부서도 아니고 해양수산부에서 이처럼 언론과의 전쟁 불사를 운운한 적이 있는 데다가, 이듬해인 2002년 12월 대통령선거에 승리하기까지 했으니 <조선일보> 등이 얼마나 적대 감정을 품었을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노무현에 대한 긍정적 사설 0개
 
 2009년 5월 1일자 <조선일보> 만평
 2009년 5월 1일자 <조선일보> 만평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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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 언론은 김대중에게 했던 것 이상으로 노무현을 공격했다. 1987년 6월항쟁 때까지는 독재정권의 시녀로 살았고, 그 뒤로는 보수 권력과 제휴했던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언론과의 제휴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노무현은 생소하고 위험한 존재였다. 그래서 그들은 일방적 편파 보도를 무기로 노무현을 공격해댔다. 이 점은 <조선일보>가 비판적 사설을 얼마나 많이 쏟아냈는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문제를 분석한 학술 논문이 있다. 언론학 박사인 이진규 부산영상위원회 영상벤처센터장이 2012년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 제24권에 기고한 '정치권력 변동과 언론보도의 함수 관계'다.

이 글은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에 대한 7개 일간지 사설을 토대로 각 정권에 대한 언론의 태도를 분석하고 있다. '정권 출범 직후 1개월'과 '이듬해 정월 1개월'의 사설을 토대로 정권 출범 직후와 출범 10개월 뒤의 태도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논문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경우, 전두환 정권 출범 직후 1개월 동안에는 긍정적 사설이 60.0%(12/20, 20건 중 12건)였다가, 다음해 정월 1개월 동안에는 긍정적 사설이 58.1%(18/31)로 약간 줄었다.

노태우 정권 때는 이 비율이 21.9%(9/41)에서 23.8%(5/21)로 약간 증가했다. 김영삼 정권 때는 26.2%(11/42)에서 8.0%(4/50)로 감소했고, 김대중 정권 때는 2.3%(1/44)에서 2.4%(1/42)로 약간 올랐다. 한편, 노무현 정권을 지나 이명박 정권 때는 17.5%(10/57)에서 26.8%(11/41)로 올랐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과 관련해서는 이 같은 비교를 할 필요조차 없다. 증가할 것도 감소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에 대한 <조선일보>의 긍정적 사설이 두 기간 모두 0개였던 것이다. 중립적 사설이 40.0%(23/59)에서 23.9%(11/46)로 감소하고, 부정적 사설이 61.0%(36/59)에서 76.1%(35/46)로 증가했을 뿐이다.

노무현에 대한 <조선일보>의 차가운 시선은 만평에서도 드러난다. 2009년 <언론과학연구> 제9권 제3호에 수록된 신병률 경성대 교수의 논문 '시사만화에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에 관한 비교 연구'에 따르면, 노무현 재임 5년 동안 <조선일보> 만평은 1401개였다. "이 중에서 노 대통령을 그림으로 직접 표현한 만평의 개수는 467개(약 33%)"였다고 논문은 말한다. 노무현 임기 내내 적어도 4일에 1번씩은 노무현 풍자만화를 내보냈던 것이다.

<조선일보> 만평은 노무현의 국정 운영이나 개인 신상을 비판하는 것뿐 아니라 노무현의 얼굴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데도 주력했다. "화를 내거나 당혹해하거나 비굴한 표정을 짓거나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등 노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경우가 271건(58.0%)으로 가장 많았고, 미소를 짓거나 활짝 웃고 있는 등 긍정적으로 묘사한 경우가 71건(15.2%)으로 가장 적었다"고 논문은 말한다.

이 만평은 퇴임 뒤 검찰에 출석하는 노무현을 상대로도 공격을 가했다. 2009년 5월 1일자 만평은 전두환이 1995년 12월 3일 경남 합천에서 체포돼 차를 타고 서울에 가는 모습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김해에서 버스를 타고 검찰에 출석하러 서울에 가는 모습을 대비시켰다.

만평 제목은 '똑같은 부정부패 혐의라도···'이다. 만평 속의 전두환은 창 밖의 노무현 버스를 보면서 "저 양반은 호강하네"라고 중얼거린다. 전두환이 탄 차량은 비좁은 데 반해, 노무현이 탄 버스는 널찍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두환과 똑같은 죄를 지어놓고도 편의를 제공받은 것 같은 인상을 풍겼던 것이다.

그의 진심
 
 2006년 1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 모두연설을 하고 있다.
 2006년 1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 모두연설을 하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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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선일보>가 온갖 저열한 방법으로 싸움을 건 데 반해, 노무현은 이 싸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을 다 동원하지 않았다. 대통령 권력을 내려놓고 싸웠던 것이다.

<운명이다>에서 노무현은 "나는 그 싸움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무기로 쓰지 않았다"면서 "국민이 언론과 싸우는 데 쓰라고 그 권력을 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정치인의 권리, 시민의 권리만 가지고 싸웠다"고 회고한다. 그런 노무현을 상대로 <조선일보>가 전면적 공격을 벌였던 것이다.

노무현은 <조선일보>를 제압하거나 자기편으로 만들려 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에게는 언론을 개혁할 수단이 없다"면서 "그것은 대통령의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대통령으로서 개혁하려 한 것은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관계였다. 나는 언론권력과의 유착을 단절했다."

그는 수구 언론을 굴복시킬 목적이 아니라, 관계를 끊을 목적으로 <조선일보>와 싸웠다. 언론과 거리를 둠으로써 언론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그는 자신이 그런 이유로 싸웠노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전 대통령들이 행사했던 권력을 그는 그 전쟁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이것만 봐도,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노무현은 이 싸움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패배를 통해 수구 언론의 모순 중 하나를 드러냈다. 정치권력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보다는 정치권력과 어떻게든 한편이 되려는 수구 언론의 모순을, 그는 자신의 패배를 통해 드러냈다. 언론은 권력의 시녀가 돼서도 안 되고 권력의 제휴자가 돼서도 안 된다는 메시지를, 그는 자신의 패전을 통해 보여줬다.

운명이다 - 노무현 자서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은이), 유시민 (정리), 돌베개(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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