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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을 통해서 신의 영역에 도전한 찰스 다윈에게 고초가 가해진 것은 당연했고 그도 사람인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박해 때문에 개정할수록 초판에 담긴 '패기'를 조금씩 거두어들여야 했다. 공공의 적이 되어 하도 시달리다 보니 개정을 하면서 문구를 바꾸기도 하고 어떤 챕터는 삭제하기도 했는데 오늘날의 독자는 그가 가장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원 없이 한 초판을 가장 정본이라고 생각한다. 

<종의 기원>을 한 번이라도 읽어보겠다고 도전하는 독자들은 초판을 번역한 것인지 그 이후에 나온 개정판을 번역한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소명출판에서 신현철 선생의 번역으로 나온 <종의 기원 톺아보기>도 초판을 번역한 판본이다. 톺아보기(샅샅이 훑어가면서 살핀다)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종의 기원 톺아보기>에는 무려 2200여 개의 주석이 달려있다.

이 주석들이 특별하고 귀한 이유는 본문을 이해하기 쉽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현대에 일어나는 진화론과 관련이 있는 상황을 비교해가면서 설명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출간된 여러 번역서 중에서 가장 친절하고 자세한 판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이 책을 번역한 신현철 선생조차 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대학원에 입학하고서도 <종의 기원>을 읽지 않았다. 생물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이면서 필독서인 <종의 기원>을 읽지 않는 죄책감에 시달린 신현철 선생과 선생의 협박에 못 이긴 대학원 동료들이 읽기 모임을 가졌지만 결국에는 '진정 읽을 수 없는 책'이며 매주 '난 잘 모르겠다'라는 선언을 해야 했던 책이니만큼 일반 사람들이 <종의 기원>을 지하철에 앉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다.

이 책을 덮으면서, <종의 기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단편적인 지식 몇 가지만이라도 확실하게 아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① 야생에서 살아온 동물보다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사육해온 동물들 사이에서 변이가 더 크다. 

가령 자연에서 자라는 말이나 개보다는 사람들이 키우는 말과 개들이 좀 더 다양하고 큰 변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동물보다 사람이 키우는 동물들은 좀 더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자라고 또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서 관리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인류는 모든 기후조건에서 생활하며 각자의 환경에 따라 사육하는 동물의 용도와 관리방식이 다르다. 개 만해도 북극지방에서는 썰매를 끄는 용도로 개량할 것이고, 목초지에서는 양떼몰이 용으로, 사냥이 번성한 곳에서는 사냥용으로 점차 개량되기 때문에 야생 개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이가 된다. 

소도 그렇다. 따뜻한 열대 우림지역에서 농사용으로 사육하는 소와 춥고 건조한 히말라야산맥에서 사육하는 소는 그 외양이 판이하다. 

② 동물들은 각자의 환경에 따라서 모습이 뚜렷이 변화한다.

같은 식물이라도 기후가 달라지는 지역으로 옮겨 심으면 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지듯이 동물들은 기후나 사육되는 목적에 따라서 식물보다 좀 떠 뚜렷하게 외양이 달라진다. 가령 사람들이 사육하는 오리는 야생 오리에 비해서 날개보다 다리가 발달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에 날라야 할 필요성이 적었지만 걸어 다닐 일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에건 간에 사람들이 사육하는 동물들은 예외 없이 쳐진 귀를 가진 종이 있다. 예를 들면 쳐진 귀로 유명한 고양이 종 '스코티시폴드'는 사람들이 키우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종이다. 

귀가 쳐졌다는 것은 청각에서 불리하다는 뜻이며 이는 곧 외부의 위험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스코티시폴드'는 사람의 반려동물로 키우기 때문에 외부의 갑작스러운 위험을 알아차리는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반면 항상 적의 침입이나 포식자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는 야생 동물들은 귀가 쫑긋 서 있어야 한다. 

③ 사육하는 동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야생의 습성을 회복한다. 

애초부터 오랫동안 인간이 사육한 동물도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야생의 습성을 회복한다고 한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곰이라든가 집에서 키우던 개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적응 기간을 거쳐서 야생 동물이 된다고 찰스 다윈은 설명한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양배추와 같은 야채들이 비록 인간에 의해서 재배된다고 하더라도 여러 세대에 걸쳐서 척박한 토양에서 살아남고 적응했다면 그 양배추 후손들을 역시 척박한 자연 상태에서도 혼자 힘으로 자랄 수 있다.

이 원칙이 모든 사육동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엄청나게 많이 자연 상태에서 멀어진 변종을 겪은 동물들은 자연 상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귀가 쳐져서 외부 위험을 감지하는데 불리한 스코티시폴드 고양이는 야생 상태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또 오랫동안 사람이 발굽을 교체해준 경주용 말이라든가 수레를 끄는 말은 자연 상태로 돌려보낸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리에 염증이 생기고 병에 걸려 죽을 것이다. 

④ 원시시대에도 품종 개량은 존재했다.

보통 사람들은 품종 개량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원시시대에는 현재의 유전자 조작 같은 기술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원시인들이 자신에게 중요하고 적합한 특징을 가진 식물이나 동물을 선택할 안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시인들은 오늘날의 과학자처럼 인위적으로 젖을 더 많이 생산하고, 더 큰 콩알을 열리게 하는 콩을 개량하지는 못했지만 좀 더 조심스럽게 보존함으로써 그 종이 번성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기근이 발생하면 생존하는데 더 가치가 있는 개를 남겨두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가축을 도살했을 것이고 같은 돼지라고 할지라도 새끼를 더 생산하고 살집이 오른 돼지보다는 그렇지 않은 돼지를 먼저 잡아먹었을 것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본인들에게 좀 더 많은 식량을 제공하는 종을 선택함으로써 원시인들은 간접적인 품종 개량을 했다.

⑤ 찰스 다윈은 '조류 인플루엔자'를 예견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출판한 19세기에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문제를 거론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서 한 종의 사육동물을 농장주의 편의와 생산량의 극대화를 위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개체 수를 사육하면 유행병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닭이나 돼지 그리고 소가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해서 밀집된 형태로 사육을 하는데 매년 겨울이면 행사처럼 조류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전염병이 발생한다. 

⑥ 개의 사람에 대한 애정은 유전자 질환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만 개들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육됨으로써 사람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본능처럼 체득되었다. 가끔 개가 사람을 문다거나 가축을 죽였을 때는 여지없이 응징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개는 여간해서는 동료 가축을 해치지 않고 사람에 대한 충성심을 나타낸다. 신현철 선생은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보고를 소개한다. 즉 개가 유난히 사람에 대해서 충성하고 애정을 품는 것은 사람에게서도 나타나는 윌리엄 증후군이라는 유전자 질병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연구 보고서다.

윌리엄 증후군이란 6번 염색체의 일부분이 사라지면서 생겨나는 현상인데 이 유전자병에 걸린 사람들은 극도의 사회적인 친화력, 친절이 생기며 낯선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고 친하게 지내려는 성향이 생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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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명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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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를 뺏는 이유?

뻐꾸기가 자신이 직접 둥지를 만들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다가 알을 낳는 것은 게으른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찰스 다윈과 그 동시대 과학자들은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다가 알을 낳은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고 2~3일 간격으로 알을 낳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2~3일에 한번씩 알을 낳다보니 같은 둥지에 알을 낳는다면 먼저 낳은 알들과 나중에 낳은 알들을 같이 키워야 하는 문제점이 생기고 먼저 낳은 알을 양육하려면 한동안 다른 알을 낳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뻐꾸기는 게으른 것이 아니고 매우 충실하며 부지런한 부모이기 때문에 다른 새들의 둥지를 훔친다고 볼 수 있다.

⑧ 개미는 어떻게 '노예'를 가지게 되었나?

최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개미>를 통해서 '개미 박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찰스 다윈도 이미 19세기에 개미가 어떻게 다른 종을 노예로 삼게 되었는지 밝히는 공을 세웠다. 원래는 노예를 만들지 않았던 개미가 다른 종을 노예로 삼는 과정을 찰스 다윈은 이렇게 추측했다. 즉 천성이 부지런한 개미는 둥지 근처에서 발견한 다른 종의 번데기를 부지런히 날라서 보관했다. 물론 이렇게 저장된 번데기는 식량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식량으로 가져온 번데기가 부화하고 세상에 나왔을 때 그들은 그저 본능대로 일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게 '식량'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을 발견한 개미들은 힘들게 알을 낳는 것보다는 그냥 남들이 낳은 알을 주워 와서 일을 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갈 필요가 없어진 일개미들은 노예를 키우는 습관을 영구히 간직하게 된 것이다.

종의 기원 톺아보기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은이), 신현철 (옮긴이), 소명출판(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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