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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위안부 관련 한일외교장관회담이 열리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 된 '소녀상'이 털모자와 목도리가 씌워져 있다. 현재 재건축 중인 일본대사관 주변으로 경찰 차벽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 된 "소녀상"에 털모자와 목도리가 씌워져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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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7일 오후 5시 10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아래 위안부 합의)'는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이며 이에 대한 평가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 이 합의가 피해자 법적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 아래 헌재)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의 영역"으로 판단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27일 오후 헌법소원심판사건 선고공판에서 "(위안부 합의는) 헌법이 규정한 조약체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한 합의의 효력에 관한 (한·일 정부) 양 당사자의 의사가 표시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 법적권리 의무를 창설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도 않다"라며 각하를 결정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합의를 통해 피해자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라며 "(때문에)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헌법상 조약체결 절차 안 거쳐"
 
 윤병세 외교부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군위안부 관련 한일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015년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군위안부 관련 한일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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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당시 외교부는 2015년 12월 28일 일본 외무성과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양국 외교장관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 엔(약 103억원)을 출연한다는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양국은 이 합의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고 규정해 피해자와 한국 여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일본 정부가 합의 이후인 2018년 2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위안부 강제연행을 또다시 부정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은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유족 41명을 대리해 2016년 3월 헌법소원을 냈다. 민변은 "정부가 일본의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하는 할머니들을 배제한 채 합의해 이들의 재산권과 알 권리,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인해 위안부 합의는 공식 조약으로서의 지위와 법적 구속력을 잃었다. 헌재가 각하를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에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들의 법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가 위안부 합의를 공식 조약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일반적인 조약이 서면의 형식으로 체결되는 것과 달리 이 사건 합의는 구두 형식의 합의이다. 표제로 대한민국은 '기자회견', 일본은 '기자발표'라는 용어를 사용해 일반적 조약의 표제와는 다른 명칭을 붙였으며 구두 발표의 표현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발표문의 표현조차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했다. 또한 이 사건 합의는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의 동의 등 헌법상의 조약체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합의의 내용상 한·일 양국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의 창설 여부가 불분명하다. 합의 중 일본 총리대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시하는 부분의 경우,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가 드러나지 않아 법적 의미를 확정하기 어렵고,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과 일본 정부의 출연에 관한 부분은 '강구한다', '하기로 한다', '협력한다'와 같은 표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무 이행의 시기·방법, 불이행의 책임이 정해지지 않은 추상적·선언적 내용으로서 '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지시하는 표현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주한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의 견해 표명 부분도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인지하고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만 할 뿐, '적절한 해결'의 의미나 방법을 규정하지 않았다. 해결시기 및 미이행에 따른 책임도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양국의 권리·의무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볼 내용이 없다.

그 밖에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에서의 비난·비판 자제'에 관한 한·일 양국의 언급은 근본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한·일 양국의 법적 관계 창설에 관한 의도가 명백히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헌재는 "합의의 절차와 형식에 있어서나 실질에 있어서 구체적인 권리·의무의 창설이 인정되지 않고, 합의를 통해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때문에)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를 대상으로 한 (피해자 등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민변 측 "아쉽지만 긍정적 측면 있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 변호인인 이동준 변호사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의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는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심판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29명과 유족 12명이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 변호인인 이동준 변호사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의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는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심판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29명과 유족 12명이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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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 직후 민변 측은 "헌재의 각하 결정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긍정적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동준 변호사는 "다른 걸 다 떠나 위안부 합의로 인해 피해자들이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왔다"라며 "많은 어르신들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헌재의 결정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그동안 우리 정부는 위안부 합의가 한·일간 공식 합의라는 이유로 이를 파기하거나 재협상할 수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라며 "하지만 오늘 헌재는 위안부 합의가 (공식) 조약이 아니란 결정을 내렸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위안부 합의는) 공식적 협상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진행할 단초를 마련했다"라며 "피해자들 입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강경하게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정부는 피해자 중심 원칙에 근거해 피해자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지급한 103억 원도 조속히 반환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또 "일본 정부는 국제 보편 기준에 따라 진실을 인정하고 성노예 피해자의 인권과 명예가 회복되도록 적극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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