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25일은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1000일째 되는 날이다. 실종선원들의 부모들은 3년째 거리에서 "유해수습과 2차 심해수색"을 외치고 있다. 지난 2월 심해수색 업체는 어렵게 발견한 유해를 '계약이 안 됐다'라는 이유로 침몰 현장에 두고 왔다. 정부는 2차 심해수색을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다. <오마이뉴스>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000일을 맞아 3편의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정부와 선사,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이 기사는 마지막 편이다.[편집자말]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외교부 문건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외교부 문건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스텔라데이지호 1000일 이전 기사] 
유해 보고도 그냥 돌아온 수색선, 정부는 이만하면 됐다? http://omn.kr/1m3r8
"이번 크리스마스면 아들이 실종된 지 1000일입니다" http://omn.kr/1m3da

"심해수색, 이미 20년 전에 성공했다."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인근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우즈홀연구소'를 수차례 언급하며 강조한 말이다. 그는 11월 초 미국 우즈홀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를 직접 방문해 2017년 3월 31일에 남대서양 한가운데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심해수색 성공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고 왔다.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외교부 문건에 따르면, 외교부 및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심판원, 해경 등은 10월 24일 외교부에 모여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유용성'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이들은 문건에 "(심해 3D 촬영이) 침몰원인을 밝힐 직접적인 증거가 될지 불투명하다"라면서 "3D 영상구현을 통해 사고원인을 규명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확인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11월 5일에도 자체 회의를 열어 "불확실성이 많고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면서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을 시도할 경우, 향후 공해상에서 발생한 해양사고 시 유사한 요청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정부 재정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 우려된다"라고 다시 한번 '심해 3D촬영이 불가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2차 심해수색의 필요성을 인정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달 7일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위한 1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외교부와는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다. 지난 2월 진행된 1차 심해수색 이후 실종선원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고 1년을 노력한 결과였다.

1차 심해수색 실패 후 실종선원 가족들은 예산을 담당하는 의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심해수색과 유해수습을 호소했다. 실종선원 부모들은 매일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서 심해수색과 유해수습을 위한 대국민서명운동을 이어갔다. 지난 6월부터는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과 목요일 오후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함께 외교부 앞에서 기도회도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 10일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위한 예산 100억 원'을 반영하지 않았다. 기재부가 "스텔라데이지호와 관련된 기본 입장은 민간 선사(폴라리스쉬핑)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기재부 반대라지만 정부를 대표해 예결위에 참석한 만큼 정부가 반대한 것이다.

전 교수는 왜 미국 '우즈홀 연구소'에 갔나?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전치형 카이스트 교수가 방문한 우즈홀연구소는 1930년에 설립된 비영리민간 해양연구소다. 지금은 1400여 명의 연구원이 재직하는 전 세계 최대 최고 수준의 해양과학기술분야 연구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 연구소는 2차 세계대전 중 침몰한 미국 군함의 수색작업을 맡으며 급성장했다. 특히 1985년 대서양 해저에서 1912년 4월 침몰한 타이타닉호 선체를 발견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수심 4500m를 탐사할 수 있는 유인잠수정 알빈(Alvin)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심 1만1000m를 탐사할 수 있는 무인심해탐사선 네레우스(Nereus) 등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우즈홀연구소는 1980년 9월 일본 오키나와 남동해상에서 침몰한 영국 더비셔 호를 17년이 지난 1997년에 심해수색해 침몰 원인을 규명해냈다. 침몰 당시 영국 정부는 더비셔 호가 태풍을 만나 침몰한 것으로 결론 냈지만 유가족들은 선박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며 십수 년 넘도록 정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영국 정부는 미국 정부를 통해 우즈홀연구소에 침몰원인 규명을 위한 심해수색 촬영을 요청했다. 수색에 들어간 우즈홀연구소는 수중 로봇을 투입해 심해 4000m에 가라앉은 더비셔호 를 13만 7000장의 사진에 담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태풍이 아니라 배 앞쪽에 있던 창고 해치 덮개가 파손돼 물이 차 배가 침몰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고 원인이 밝혀진 후 영국은 선박안전기준을 강화하고 모든 선박에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했다.

이후에도 우즈홀연구소는 2009년 대서양 상공에서 추락한 에어프랑스 447편을 사고 2년 뒤인 2011년 심해 3900m 지점에서 수색해 블랙박스를 찾아냈다. 이를 통해 에어프랑스 447편이 부조종사의 실수로 기체가 추진력을 잃은 뒤 바다에 추락한 것을 밝혀냈다. 2015년 10월에 침몰한 미국 화물선 엘파로 호 역시 우즈홀연구소가 심해 4570m에서 블랙박스를 찾아내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 교수는 "(외교부가) 더비셔 호를 예로 들며 일부 잔해들만 확인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미 1997년에 심해수색을 통해 안정적인 수중촬영을 실현했고 사고원인을 규명했다"라고 밝혔다. 

"지금은 1997년보다 더 진보했다. 당시에도 4000m 심해에 들어가 고화질 사진과 영상을 찍은 기술이 있었다. 직접 우즈홀연구소에 가서 더비셔 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만나 확인한 내용이다."

"3D 촬영? 핵심은 따로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가 외교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실종선원 어머니가 법원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대기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가 외교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실종선원 어머니가 법원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대기하고 있다.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외교부가 지난 11월 5월 작성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 추진 관련 검토'에는 "여타 해양사고에 대한 선례 구성 문제, 3차원 모자이크 영상구현을 통한 사고원인 규명 사례 전무, 기술적 구현 한계, 검증상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고차원의 3D 모자이크 구현은 어려움이 있다"라고 기록돼 있다. 단호하게 '3D 촬영은 어렵다'라고 강조한 것이다.

전치형 교수는 외교부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심해수색의 핵심은 3D 촬영이 아니다"면서 "현장에서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는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기획팀 혹은 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즈홀연구소에서 만난 여러 전문가들이 강조한 내용은 하나였다. 첨단 기술보다 중요한 건 정부의 의지다. 우리 정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 교수는 "더비셔 호 심해수색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진행된 것"이라면서 "침몰원인과 유해수습 등 명확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팀을 만들고, 이 팀 안에서 침몰원인의 가설을 세우고, 심해수색을 진행하며, 분석 작업 등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스텔라데이지호를 만든 일본 사람( 1993년 일본 미쓰비시사가 건조)부터 침몰 지역의 지질을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 사진과 영상 등을 통해 사고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까지 팀에 합류해야 한다. 이렇게 전문가를 모아 준비과정을 거쳐 심해수색을 진행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 교수의 말을 곱씹으면 지난 2월 진행된 1차 심해수색이 왜 실패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 수색업체인 오션인피니티사는 심해수색 사흘만인 2월 17일에 스텔라데이지호의 VDR을 발견해 회수하고 나흘 뒤인 21일에는 유해로 추정되는 사람 뼈와 오렌지색 작업복 추정 물체도 발견했지만 '유해 수습이 과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유해를 심해에 그대로 두고 왔다. 그러면서 'VDR 발견 등 과업을 완수했다'는 이유로 심해 수색 9일 만에 수색을 종료해 버렸다. 현장을 관리해야할 정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션인피니티가 확인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신발
 오션인피니티가 확인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신발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관련사진보기

  
전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며 기재부가 강조한 '선사 책임'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선사가 자기 돈을 들여서 사고를 조사한다? 불가능하다. 선사는 스스로 원인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들이 스스로 침몰 원인을 조사하면 어떻게 될까? 공정하고 철저하게 침몰 원인을 조사할 수 있을까? 이런 논리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전 교수는 "모든 사고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면서 "원인을 밝혀내고 사고를 처리하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면 사회는 그대로 멈춘다. 실종선원 가족들에게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를 우리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실종선원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000일을 맞아 크리스마스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성탄절연합예배에 참석했다. 이날 연합예배는 '기다리는 사람들아 힘을 내어라'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