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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체포 과정 밝히는 윤석열 전 서울지검 특별수사팀장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참철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국정원 직원의 압수수색과 체포에 과정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3년 10월 21일 당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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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은 과거에도 법무부 장관에 맞선 적이 있다. 박근혜 정권 출범 2개월 뒤인 2013년 4월, 그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 됐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을 겸하게 된 그는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이 박근혜를 당선시키려고 벌인 댓글 공작을 수사했다. 수사 과정에서 그는 원세훈 전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을 구속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960년생으로 사법연수원 23기인 윤석열 팀장은 1959년 생으로 연수원 14기인 채동욱 검찰총장과 보조를 맞췄다. 둘은 원세훈 구속에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이들의 의지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2013년 9월 6일자 <조선일보>가 채동욱의 혼외자 의혹을 제기하자 황교안은 이를 명분으로 채동욱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황교안의 압박을 받고 채동욱은 9월 30일 사퇴했지만, 윤석열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극히 드문 상황을 연출했다. 10월 17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국정원 직원 3명을 전격 체포한 것이다. 이 일은 윤석열 개인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 17일 오후부터 수사팀장 직무에서 배제된 그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을 뿐 아니라, 여주지청장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대형 사고를 친 10월 17일로부터 4일 뒤였다. 10월 21일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한마디를 남겼다.
 
<2013년도 국정감사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의 10월 21일 자에 따르면, 국정원 댓글 수사에 대한 상부의 압박을 폭로하는 그에게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그것은 모 신문에 나왔듯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하고도 관계가 있는 이야기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과 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질의가 있었고,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의 차례가 됐다. 모두 발언에서 정갑윤은 "저는 비법조인으로서 오늘 국정감사장에 앉아 있으면서 이런 우리 대한민국 검찰 조직을 믿고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나 정말 걱정됩니다"라며 "하다못해 세간의 조폭보다 더 못한 조직입니다"라며 윤석열과 그를 따른 검사들을 비판했다.
 
그는 "여기 계시는 검사들 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가슴에 손을 얹고 이것이 도대체 무슨 꼴입니까, 무슨 꼴!"이라고 언성을 높이다가, "우선, 윤석열 지청장 한번 일어나 보세요. 그 자리에서 일어서 보세요. 마이크 들고. 앞에 불러내기도 싫어요"라더니 "우리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약간 문학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질문에 대해, 윤석열은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결혼식 신랑의 답변 같은 그 말을 들은 정갑윤은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라는 추가 질문을 던졌다.
 
윤석열의 국정원 직원 구속이 상관인 채동욱 총장의 퇴진에 대한 보복이 아니었나 하는 의미로 들릴 수 있는 질문이었다. '조직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니냐?'는 정갑윤의 질문에 대해 윤석열은 이 한마디를 남겼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된 뒤 대전고검 검사로 있던 윤석열은 촛불혁명 와중인 2016년 12월 1일 박영수 특별검사 휘하의 수사팀장에 지명됐다. 이로 인해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된 뒤로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 멋있는 한마디가 다시 화제가 되며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검찰만 사랑하는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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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 윤석열의 포인트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가 아니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윤석열과 정갑윤 질의응답의 포인트는 "우리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라는 질문 바로 다음에 나왔다. 윤석열이 답변한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라는 부분이었다.
 
9전 10기 끝에 1991년 31세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 형으로 불렸던 윤석열이다. 연수원 23기인 그는 대선배들인 황교안(13기)이나 채동욱(14기)과 비교할 때도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나이 때문에 불편함이 없지 않았겠지만,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이 즉각 나왔을 정도로 그는 조직을 대단히 사랑했다. 
 
실제로 예전이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그를 관통하는 것은 검찰 조직에 대한 애정이다. 검찰총장을 부당하게 몰아내고 검찰 독립을 침해한 박근혜 정권과 그 대리인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그는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 조직에 대한 부당한 외압에 맞서, 정권 핵심부의 사퇴 압력을 거부하면서까지 그는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나 윤석열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2019년 하반기에 그가 하고 있는 일은 적폐청산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검찰권력 약화에 대한 저항인 듯하다. 2013년에 했던 것처럼 검찰을 보호하고자 격렬히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맞는 대한민국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을 국민의 요구에 맞게 업그레이드시키는 인물이다. 그런 마인드를 가진 총장이 있어야 검찰도 발전하고 대한민국도 발전한다. 그런데 하필 이런 시점에서, '검찰 이기주의'와 '검찰 사랑'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검찰을 '대단히 사랑하는' 인물을 검찰총장으로 뒀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불행이다.

김종빈, 김각영, 김준규 총장의 경우
 
 2005년 10월 17일, 당시 사표가 수리된 김종빈(왼쪽)검찰총장이 퇴임인사를 하기 위해 정부 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방문하여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천정배 법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05년 10월 17일, 당시 사표가 수리된 김종빈(왼쪽)검찰총장이 퇴임인사를 하기 위해 정부 과천청사 내 법무부를 방문하여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천정배 법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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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문제점이 윤석열 한 사람한테서만 나타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검찰 문화가 지금의 윤석열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속에서도 조직 내부의 의리가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상관이 도리어 부하에게 '구속'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겨레> 기자로 일하면서 검찰청을 취재한 이순혁의 <검사님의 속사정>은 "심지어 소장파들이 수뇌부나 선배들의 처사에 문제제기를 할 때조차 '조직'을 명분삼았다"면서 노무현 정부 때의 김종빈 제34대 검찰총장(재임 2005년 4월~10월) 사례를 든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임기 2년은커녕 1년도 못 채우고 옷을 벗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자, 부하 검사들이 김종빈 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했기 때문이다. <검사님의 속사정>은 이렇게 설명한다.
 
"김 총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받아들이되 검찰의 독립을 위해 스스로 사표를 내고 나왔다고 밝혔지만, 그의 사퇴는 당시 대검 과장 등 중간 간부들이 '검찰 조직을 위해 결단하셔야 한다'며 의견을 개진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정설이다. 김 총장은 자신을 보좌하는 참모들이 깨끗이 사퇴하시라는 의견을 내자, 매우 당혹해했다고 한다."
 
김종빈 총장의 전전(前前) 총장인 제32대 김각영 총장 때도 소장파 검사들이 총장의 의리를 거론하는 일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서열 파괴적인 인사지침을 마련한 것에 대해, 김각영 총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부하 검사들이 총장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2003년 3월 7일 자 <한국경제> 기사 <기로에 선 검찰총장... 임기보장 겨우 매듭.. 이번엔 인사 책임론>에는 당시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보도에 따르면 검사들은 "김 총장은 자기 임기를 보장받는 데만 급급하고 검찰의 입장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서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김각영 총장이 취임 4개월 만에 사퇴한 데는 이 같은 이유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

이명박 정권 때인 2011년 7월 제27대 김준규 총장의 퇴임도 비슷한 맥락에서 일어난 일이다. 국회 법사위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통과시키자, 검사들까지 나서서 지휘부 책임론을 제기한 결과로 김준규 총장이 물러나게 됐다.

총장을 상대로 조직과의 의리에 구속될 것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검찰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무인도에 떨어져 있는 완전히 독립된 조직이 아니라, 국민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있다. 그러므로 내부의 의리보다 국민과의 의리를 우선시해야 한다.
 
지금 검찰은 국민과의 의리를 저버린 채 조직과의 의리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 국민들이 '검찰 개혁'에 대한 절박성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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