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번리FC와의 16라운드 홈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1골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8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번리FC와의 16라운드 홈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1골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 AP-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는 감독 교체 이후 한 달 사이에 빠르게 강팀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 한 달 사이에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는 데는 역시 '모리뉴 효과'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토트넘은 12라운드까지만 해도 불과 4승을 거두는 데 그치며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뒀다. 놀랍게도 토트넘의 대안은 조제 모리뉴 감독이었다. 한때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스페셜 원'으로 불렸지만 첼시와 맨유 사령탑에서 잇달아 경질 당하며 하락세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였다. 게다가 수비적인 전술가의 이미지가 강한 모리뉴 감독이 토트넘의 색깔과 어울릴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손흥민과의 궁합도 기대보다 우려를 더 자아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토트넘의 감독 교체는 대성공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모리뉴 감독과 함께한 7경기에서 5승 2패를 거뒀다. 프리미어리그에는 5경기 만에 4승을 추가하며 리그 순위가 14위에서 5위(승점 26점)로 반등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토너먼트에서 비교적 해볼만한 라이프치히(독일)와 한 조에 편성되는 행운까지 얻었다.

모리뉴 감독 부임 전까지만 해도 토트넘은 우승은 커녕 다음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진입도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현재 4위 첼시와는 승점 차이는 이제 3점에 불과하다. 첼시가 최근 리그 2연패로 주춤하고 있는 데다 23일에 바로 토트넘과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토트넘이 이 경기를 잡으면 4위를 탈환할 수 있다.

수비적인 실리 축구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화끈한 득점력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토트넘은 모리뉴 체제에서 7경기 동안 무려 19골을 몰아넣었다. 무득점에 그친 경기는 한번도 없고 3골 이상 대량득점을 기록한 경기만 벌써 4번이다. 계약 만료를 앞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조커'로 내려갔지만 델레 알리가 모리뉴 체제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며 헤리 케인-손흥민-루카스 모우라와 함께 새로운 공격 4각 편대를 구축했다.

모리뉴 감독 특유의 화려한 언변과 쇼맨십도 또다른 볼거리다. 인터뷰마다 다소 정적이고 신중하던 포체티노 전 감독과 달리, 언론을 다루는 데 능숙한 모리뉴 감독은 연일 어록을 쏟아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나는 겸손한 사람이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진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나도 어릴 때 좋은 볼보이였다." "멋진 경기보다 승리가 더 중요하다." "첼시와의 재회? 나는 지금의 클럽에 100% 헌신하는 사람이라 문제없다." 등 모리뉴 감독의 맛깔스러운 화술은 토트넘의 반등과 더불어 팬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에 대해서도 "우리 아들은 그를 손나우두라고 부른다", "손흥민과 사랑에 빠졌다"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덩달아 호감이 크게 높아졌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리뉴 감독은 기본적으로 베스트 멤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지도자다. 그런데 토트넘은 에릭센의 재계약이 불투명하고, 에릭 다이어의 부진과 라멜라의 부상 장기화 등으로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토트넘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좌우 풀백이 약점으로 지목받고 있다. 잔부상이 많은 케인이 빠질 경우 손흥민 외에는 백업으로 내세울만한 원톱 공격수도 없다.

짠돌이 구단 이미지가 강한 토트넘이 1월 이적 시장에서 과연 행동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모리뉴 감독은 일단 "현재의 스쿼드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박싱 데이와 챔피언스리그 등 중요한 경기가 줄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토트넘에게는 주전들의 부상같은 변수가 곧바로 심각한 위기까지도 이어질수 있다.

국내 팬들의 최대 관심사인 손흥민은 모리뉴 체제에서도 위상이 굳건하다. 빠른 공수 전환과 윙포워드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핵심으로 하는 모리뉴의 전술에서 손흥민은 핵심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손흥민은 모리뉴가 부임한 이후 치른 7경기에 모두 출전(선발 6회, 교체 1회)하며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각종 대회에서 벌써 10골 9도움(모리뉴 부임 이후 2골 5도움)을 기록하며 부동의 스트라이커 케인을 제치고 올 시즌 토트넘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중이다.

다만 모리뉴의 손흥민의 활용 방식을 두고는 여전히 반응이 엇갈린다. 손흥민은 몇 년째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16강을 조기에 확정짓고 독일 원정으로 치러진 바이에른 뮌헨과의 최종전에서도 손흥민은 출전명단에 포함되어 교체로 경기에 투입되어야했다. 함께 공격진의 핵심을 이루는 델레 알리와 해리 케인이 아예 원정에 동행하지 않고 휴식을 부여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손흥민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혹사와 체력부담에 대한 우려를 부정했지만 공교롭게도 뮌헨 원정 이후 나흘만에 치러진 울버햄튼전에서 다시 선발출장했던 손흥민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도 후반 추가 시간에 교체됐는데 뮌헨전에 이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등 몸놀림이 전같지 않은 장면이 여러 번 포착됐다.

다행히 다음 경기 첼시전까지 일주일간의 휴식기간이 있었지만 이후로는 또다시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감독의 신뢰를 받는 것도 좋지만, 관리에 대한 걱정과 아쉬움이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손흥민의 현재 위상이다.

다가오는 첼시와의 대결은 지난 맨유전에 이어 또 한번의 '모리뉴 더비'가 될 전망이다. 첼시는 모리뉴 감독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성공 신화를 열었던 친정팀이다. 현재 첼시 사령탑인 프랭크 램파드는 바로 모리뉴 감독 시절 그의 애제자이기도 했다.

모리뉴 감독은 그동안 친정 팀과의 맞대결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맨유 시절에는 첫 스탬포드 브릿지 원정에서 0-4의 참패를 당한 바 있다. 토트넘 감독직에 취임한 이후 지난 5일 맨유와의 올드트래포드 첫 원정에서도 1-2로 패했다. 다음 시즌 챔스티켓이 걸린 4위 자리를 놓고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펼쳐야하는 토트넘에게 첼시전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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