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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화면 선처를 하고 국밥을 사 준 경찰관
▲ 뉴스화면 선처를 하고 국밥을 사 준 경찰관
ⓒ MBC뉴스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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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면 진열장마다 다양한 상품이 빼곡히 진열돼있다. 싱싱한 과일이며 우유, 과자와 해산물이나 육류, 담배와 술 등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면 가장 기본적인 생계의 수단이 되는 쌀과 라면도 진열되어 있다.

이런 대형마트에서는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상품도 누군가에게 나눠주지는 않는다. 반품을 시키고 신상품으로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트 측에서 직접 정리할 필요도 없다. 공급자가 알아서 진열하고 반품 처리도 모두 해준다.

어제(13일) 저녁 뉴스를 보는데 한 꼭지의 뉴스를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지금이야 자식들을 굶기지 않으며 살아가지만, 어렸을 적 수없이 많은 날들을 굶어본 기억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인천의 한 마트에서 촬영된 CCTV 화면으로 시작해서 식당에서 촬영된 CCTV 화면을 교차해 보여주며 취재한 영상으로 사연을 소개하는데 10여 년 전 나와 아내가 겪은 일들과 겹쳐지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인천에서 34살 아버지와 12살 아들이 만 원 정도의 사과와 우유를 아들이 맨 가방에 담았다 경찰에 신고된 사건은 뜻밖의 상황으로 전개된다. 처음엔 사정을 모르고 신고를 하였을 마트 주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고, 출동한 경찰관은 아버지와 아들을 인근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 한 그릇씩을 먹게 했다.

그때 또 다른 남성 한 명이 식당으로 들어와 이들이 앉은 식탁에 봉투 하나를 던지듯 놓고 밖으로 나갔다. 아들이 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으나 그 남성은 돌려받지 않고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이 뉴스를 보며 11년 전 아내와 내가 경험해 기록해두었던 얘기가 생각났다. 2008년 10월 20일 서울에서 내가 겪은 일과 한 주 뒤인 화요일 아내가 전날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보러 읍내에 나갔다 겪은 일이 너무도 닮아 기록해 두었었다. 그 두 가지 이야기를 이제 풀어 놓는다.

서울의 OO마트에서 내가 경험한 이야기

"할아버지 물건을 가져가시려면 계산을 해야죠."

날 선 목소리가 담배를 사러 막 들어간 마트의 계산대에서 들렸다.

담배는 계산대에 이야기를 하면 직원이 상단에 매달린 아크릴로 된 진열 박스에서 내려 바코드를 찍은 뒤 계산을 하면 되기에 안쪽으로는 들어갈 필요도 없다. 의도적으로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직감을 하고 목소리가 들린 계산대로 갔다.

남루한 행색의 70이 채 되지 않았을 듯한 할아버지께서 서 계시는데 물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찬찬히 살펴보니 주머니만 조금 불룩해 보였다.

할아버지의 난처한 낯빛을 보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떠올렸다. 분명히 직원은 할아버지의 주머니를 강제로라도 열게 할 것이다. 그러면 할아버지의 주머니에서는 무언가 물건이 나올 것이다. 만약 계산을 할 돈이 할아버지에게 없다면, 이미 주머니에 몰래 숨길 때부터 발생한 문제지만 할아버지는 절도범이 되고 만다.

할아버지는 이런 제법 큰 규모의 마트들은 절도를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CCTV가 작동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물건을 숨겼고, 그걸 안 직원이 할아버지를 추궁하는 걸로 판단이 됐다.

한동안 노려보기만 하는 직원의 서슬에 할아버지께선 아무런 말씀도 못하시고 계셨다. 수심이 깊은 얼굴로 망설이고 계시던 얼마 후 결심을 하신 듯 할아버지께서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은 날 더 당황스럽게 했다. 사탕 한 봉지와 아이들이 즐겨먹는 말랑한 캔디류의 과즙이 함유된 밀크캐러멜 5줄. 더 이상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때서야 담배를 꺼내 계산기에 바코드를 찍는 직원에게 할아버지의 주머니에서 나온 과자를 밀어주며 함께 계산을 하라고 했다. 직원이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걸 보곤 할아버지에게 눈짓으로 아무 말씀을 하지 마시라 하고는, "고 녀석들 등살에 급하셨군요. 하기야 아이들 성화엔 당할 재간이 없어요"라며 변죽을 떨었다.

이 말을 들은 직원이 아는 분이냐고 한다. 그저 고개만 끄덕여 보이고는 계산을 마치고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 밖으로 나섰다. 밖에서 할아버지께서 털어놓으신 고단한 삶의 그림까지 여기 그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때 마침 "먼 길 수고를 하는데 작지만 여비에 보태"라며 어느 분이 건네준 봉투가 있어 그걸 꺼내보니 20만 원이 들어있었다. 거기서 5만 원을 꺼내고는 할아버지의 손에 과자를 담은 봉지와 봉투를 쥐여드렸다.

미안한 표정으로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할아버지에게 어서 가시라 하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발길이 가볍지만도 않았다. 그 이유는 세상에서 방치된 아이들과 노인들의 얼굴이 어른거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가 2008년 10월 28일 낮 시간에 들려준 이야기

아내가 양양에서 3년째 대형마트와 가게를 돌며 우유를 배달하고 있을 때다. 가정배달과는 달리 새벽 일찍 나갈 일은 없지만 일요일을 빼고는 공휴일이 없다.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데 남편인 난 늘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빚을 갚으려면 둘이 모두 일을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탓에 아내가 하는 일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켜보는 방법 외엔 달리 대안이 없었다.

그런 아내가 자신이 일을 하던 중에 목격한 걸 얘기 해주었다.

오전 11시 무렵 가장 큰 마트에 물건을 진열하고 두 번째로 간 곳에서 막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단다. 그때 옆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란다. 마치 억지로 욱여넣는 듯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한 할아버지가 점퍼 주머니에 김을 집어넣기에 모른 척 하고 있었다고 했다.

잠시 뒤 그 할아버지는 아내가 막 진열을 한 진열대로 다가와 제법 가격이 나가는 요구르트를 집어 바지 뒷주머니에 넣더란다. 그러고도 주머니마다 우유며 여러 가지 물건을 넣고는 손에 든 하나의 상품만 계산을 치르고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됐단다.

아내는 딱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모습 때문에 직원에겐 말을 하지 않고, 다시금 없어진 만큼의 물건만 차에서 가져다 진열장에 채웠다고 했다.

그 할아버지가 집어간 물건의 비용은 아내가 진열을 마치고 직원에게 검수를 받은 뒤라면 고스란히 계산대의 직원이 책임져야 되고, 그 이전이라면 아내가 책임을 지게 된다. 이야기를 듣던 내게 아내가 물었다.

"다음에 또 그 시간에 그 할아버지를 만날까 겁나는데 어떻게 해요?"

다음엔 만약 그 할아버지를 만나면 진열장에서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빼는 우유 같은 걸 나눠드리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약 그 할아버지가 생계가 막연한 입장이라면 여전히 물건을 훔칠 것이고 언젠가는 경찰에 넘겨질 거란 사실이 서글펐다.

당장 생계가 막연한 이들이 훔쳐서라도 입에 풀칠을 하고, 집을 나간 자식들을 대신하여 손자들을 보살펴야 하는 세상이 암울하다. 과연 언제나 이런 암담한 시절을 "그때는 그랬지"라며 추억처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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