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사이트 멜론의 로고

음원사이트 멜론의 로고 ⓒ 멜론

 
한국 대중음악의 명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바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덕분이다. 방탄소년단은 올 4월 발표한 'MAP OF THE SOUL: PERSONA'로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석권했다. 아시아 음악인으로 최초였다. 영국 < BBC >를 포함한 많은 언론이 21세기 비틀스가 나타났다고 했다. 파죽지세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이틀간 공연을 열었다. 본 조비, 마이클 잭슨, 오아시스가 오른 '성지'와 같은 무대다. 12만 장의 표가 동났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한국 대중음악 신의 성장과 동일시할 수 있을까.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상생할 때 건강한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승자독식의 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기자는 직접 지표를 분석하고 여러 음악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현 음악의 양상을 보여주는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 차트를 분석했다(12월 첫째 주) 한국 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음악산업 백서의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 이용자 조사 결과를 보면 멜론의 점유율은 58.5%를 차지한다. 분석 결과 댄스 팝과 한국형 발라드가 대부분이었다. 힙합은 세 곡(창모-METEOR, 빌었어, 다이나믹 듀오-맵고짜고단거), 알앤비(자이언티-5월의 밤)와 록(잔나비-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은 각 한 곡만 올라가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모바일 음원 이용 유형 중 실시간 차트 비율은 약 43.6%로 집계될 정도로 소비 패턴이 정형화돼 있다. 다양한 음악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대중음악 시상식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 '2019 멜론뮤직어워드(아래 MMA)'가 열렸다. MMA 수상목록에 24명(팀)의 음악인이 이름을 올렸다. 그중 60%가 댄스 아이돌 가수였다. 시상하는 장르도 한정적이었다. 발라드, 댄스(남자 부문과 여자 부문), 랩/힙합, 알앤비/솔, 록, 트로트, 팝과 인디, OST가 있었다. 엄연히 말하자면 인디와 OST는 장르가 아니다. 비전문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재즈, 포크, 하드코어 등의 장르는 찾을 수 없었다. 연주자와 엔지니어에게 주는 상도 볼 수 없었다. 다양한 부문에 상을 주는 미국 그래미 어워드와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대안으로 '한국대중음악상(아래 한대음)'이 있기는 하다. 곧 17회를 맞는 한대음은 한국 최초의 '음반' 중심 시상식이다. 가수보다 음반과 곡에 주목하고 판매량이 아닌 음악적 성취를 선정 기준으로 삼아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 없이 한국대중음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자 만들어졌다. 다양한 음악 전문가가 모여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 4개 부문과 록, 모던록, 메탈&하드코어, 팝, 댄스&일렉트로닉, 랩&힙합, 알앤비&솔, 포크, 재즈&크로스오버 장르별 최우수 노래와 음반을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MMA보다 규모가 작고 대중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적다. 2005년 고 신해철은 세계 평화 기원 국제 페스티벌 개최방안 토론회에서 "대중매체에서 팝 음악을 전혀 들을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국에는 팝 전문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 라디오에서 소수의 채널만이 유지되고 있다(KBS-임백천의 골든 팝스, MBC-김현철의 골든디스크, 배철수의 음악캠프, 신혜림의 JUST POP, SBS-김주우의 팝 스테이션).

문제는 라디오 이용 비율이 적다는 사실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조사한 2018년 방송 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라디오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14분에 불과하다. 한국 대중음악은 서양 음악의 복제일 수밖에 없다. 일반 대중이 다양한 음악을 접했을 때 훌륭한 음악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한정적인 음악만을 접한 결과는 무엇일까. 현재는 물론, 미래의 다양성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다양성 보장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문제
 
 밴드 아톰뮤직하트.

밴드 아톰뮤직하트. ⓒ 유진석

 
지난 7월 록 밴드 아톰뮤직하트(아래 아뮤하)의 리더 훈조는 첫 EP를 발표했다. 모든 수록곡을 음원사이트에서 들을 수 없다. 그는 지난 8월 기자와 만남에서 "대중이 스트리밍을 좋아하는 거에 가타부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다양성 부족이 아쉬울 뿐이다. 만약 아뮤하가 음원을 올린다면 우리 음악은 인디라는 장르에 분류될 거다. 도대체 인디라는 장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가 이해 못 하는 카테고리에 음악을 올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아뮤하의 리드 기타리스트 박준형은 "인디펜더트는 제작 과정이다. 인디 밴드라는 단어를 잘 안 쓴다. 물론 인디 팝, 록이라는 말이 있기는 한데 음악 스타일에 중점을 둔 거다. 한국처럼 인디라는 말로 대신하는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는 멜론의 장르 분류를 비판한다. 멜론의 장르는 발라드, 댄스, 랩/힙합, 알앤비/솔, 인디음악, 록/메탈, 성인가요, 팝, 일렉트로니카, 포크/블루스/컨트리와 그 외로 OST, 재즈, 뉴에이지, 제이팝, 월드뮤직, 시시엠, 키즈, 종교음악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인디 음악은 장르가 아니다. OST도 영화, TV 시리즈, 비디오 게임의 사운드트랙을 뜻할 뿐 장르가 아니다.
 
록과 메탈 그리고 포크와 블루스를 합친 것도 문제다. 메탈은 하나의 하위 장르로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다. 라디오 헤드를 듣는 사람이 메탈리카를 즐겨 듣지 않는다. 포크와 블루스, 컨트리는 역사적 기원과 음악적 스타일이 아예 다른 장르다. 특히 블루스는 흑인 음악이고, 컨트리는 백인 음악으로 수요층이 확연히 나뉜다.
 
노래의 장르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일례로 포크/블루스에 볼빨간 사춘기와 10cm의 곡이 올라가 있었다. 재즈에는 노라 존스의 곡이 있었다. 볼빨간 사춘기와 10cm의 음악은 어쿠스틱 악기를 가미한 팝이다. 노라 존스도 컨템포러리 팝 가수라고 보는 것이 맞다. 재즈의 기본 요소인 즉흥연주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 대중이 음악 청취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멜론 개발자 A씨는 시스템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스트리밍이 실시간 차트에 많이 몰려서 사용자가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없다"고 했다. 실시간 차트의 문제점은 경쟁 과열이다. 자기가 좋아하거나 홍보하는 음악인의 곡을 순위권에 정착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이 부족한 아티스트는 곡을 알릴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일부 음악인의 '사재기' 의혹을 낳기도 했다. 멜론 관계자 B씨는 SNS와 유튜브를 활용해 실시간 접속 수를 늘린 것이 최근 의혹이 불거진 원인이라고 했다.
 
대안 문화 공간, 홍대의 몰락
 
미디어에서 볼 수 없는 대안적인 흐름은 거리에서 나온다. 1970, 80년대 영국 맨체스터에서 포스트 펑크의 붐을 이룬 매드체스터 신이 탄생했다. 지금 주류로 떠오른 힙합도 80년대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거리에서 싹을 틔웠다. 음악은 도시에 특수성을 부여한다. 인기가 쌓이면 주류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다. 다양성이 확장되는 순간이다.
 
혹자는 이런 분위기를 느끼려면 홍대로 가라는 말을 할지 모른다. 과거 홍대는 주류 방송에서 볼 수 없던 펑크 록 밴드와 신선한 버스커를 볼 수 있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노래방 버스커'가 판을 친다. 전형적인 한국 발라드로 가창력을 과시한다. 코인 노래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을 이제 홍대 길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 노래방 버스커의 영상은 SNS와 유튜브를 도배한다. 주류 미디어와 대안 문화공간 사이의 차별점이 소멸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2005년 '생방송 음악캠프 알몸 노출 사건'을 기억하는가. 당시 MBC는 음악 프로그램 '음악캠프'에 '이 노래 좋은가요'라는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계속해서 인기를 얻는 홍대 인디 음악을 공중파에서 널리 알리려는 좋은 시도였다. 이 기회가 한순간에 날아간다. 세 번째 무대에 펑크 록 밴드 '럭스'와 그를 응원하기 위한 많은 펑크 뮤지션들이 올랐다. 분위기는 괜찮았다. 수많은 관객과 시청자는 조선 펑크에 빠져들었다. 그때 갑자기 '카우치'의 '신현범'과 '스파이키 브랫츠'의 '오창래'가 성기를 노출해버린다. 이 장면이 7초 동안 나갔고 전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디 밴드에 부정적 딱지가 붙었다.
 
홍대는 신촌에서 넘어온 다양한 예술가가 만든 공간이었다. 이들이 만든 장소는 도시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홍대를 일군 원주민들이 터전에서 쫓겨나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 때문이다. 수많은 홍대 아지트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라졌다. 뮤지션들이 자주 모이는 술집과 카페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나 옷가게가 들어섰다. 임대료 상승을 못 이긴 라이브 클럽이 계속해서 문을 닫았다. 이제 홍대의 특색이 남은 가게는 클럽 스카와 스트레인지프룻 두 군데 정도만 뽑을 수 있다.
 
과거 특색이 있었던 홍대 신은 끝이 난 듯하다. 홍대 앞을 지켜온 뮤지션들은 2, 3년 전을 기점으로 밴드 개체 수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펑크 신을 개척한 음악가 차승우는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예전에는 돈이 안 되더라도 공연이 재밌으면 그걸로 계속 갔다"며 "이제는 뭐 관객도 없으니 클럽도 죽고. 이제 홍대 신이라는 게 무의미하다"고 했다.
 
활동한 지 20년 가까이 된 뮤지션 이이언은 "신이 죽은 거는 사실인데, 음악의 양상이 바뀌었다. 아는 지인이 신인 발굴하는 일을 한다"며 "재작년에 500여 팀을 받았는데, 밴드는 정말 손에 꼽았다고 한다. 지금 음악을 하는 사람은 밴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세대가 아니다"라며 현재 과도기 단계에 있다고 했다.
 
점점 거친 음악이 사라지기 때문에 홍대 신이 침체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음악인이자 제작자인 닥터심슨은 "뮤지션이 되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기는 했다. 고를 사람이 많으니 외모 등 요구 조건이 많아진다. 예전에 거친 맛이 있었던 사람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라며 "일례로 내가 11월 20일 멜론 디지털 싱글에 4번째로 곡을 올렸는데, 뒤에 80곡이 더 있더라. 모집단이 많아지니 그만큼 옵션 기대치도 높아지는 것이다. 당연히 자본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고 점점 정제된 음악이 나온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얼마 전 MBC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플래쉬' 특집이 큰 화제를 불렀다. 해당 특집에서 예능인 유재석이 드럼을 배우고 다양한 음악인과 곡을 만들었다. 탄생한 곡은 수준급이었다. 한상원의 기타, 윤상의 베이스, 유희열의 건반이 모여 뛰어난 작품이 탄생했다. 유플래쉬에서 나온 곡들은 멜론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시청자는 드럼을 비롯한 다양한 악기와 황소윤, 수민 등 인디 뮤지션에 큰 관심을 보였다.
 
희망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멜론은 최고의 수익원인 실시간 차트를 쉽게 없애지 않을 거다. 돈을 들여가며 장르 구축을 하지도 않을 거다. 홍대 신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엄청난 임대료을 못 견딘 예술가는 터전을 떠났다. 대신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생각하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다. 훌륭한 뮤지션과 음악은 계속 나오고 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의 한 장면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의 한 장면 ⓒ MBC

 
음악을 소비하는 주체는 결국 대중이다. 미디어 시스템을 거스르고 스스로 취향을 찾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이에 팝 칼럼니스트 김경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중은 미디어의 판단이 자기의 판단이라고 착각을 하고, 자기 기준을 잃게 된다. 결국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 학습과 경험이다. 시험공부처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한 발자국 더 들어가 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를 보고 음악이 너무 좋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거기서 끝난다. 아무도 ABBA에 대해서 깊게 파지 않는다.
 
이런 관심 전에 끝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이 가본다는 자세를 지닌다면, 그 후에 펼쳐지는 무한한 세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시간과 돈을 투자할 가치가 생겨나는 것이다.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빈 껍데기인 것을 안다고 해보아라.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쉽지 않은 과정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한 번만 멜론 차트를 벗어나 보자. 그 뒤에 펼쳐지는 다양한 음악을 즐겨보자. 주체성을 갖춘 대중이 미래의 훌륭한 음악가와 산업 관계자가 되는 법이다. 
 
 
덧붙이는 글 1. 사진은 방탄소년단의 앨범이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했을 때 기사를 캡처한 것입니다.
2. 회사 관계자 실명을 밝힐 시 불이익이 생길 수 있어 익명처리 했습니다.
첨부파일 20191214_001939.png
케이팝 한국대중음악 다양성 문화 인디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 영화 관련 글을 씁니다. 맛있는 음식과 술, 좋은 음악과 영화를 지속해서 즐기는 게 삶의 목표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