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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죽이는 방법 1 원형보전림으로 지정된 곳의 30~60년 된 참나무 열한 그루가 베어졌다. 트럭을 몰고 들어와서 벤 나무를 싣고 나간 자리에 멍하게 하늘을 보는 그루터기와 톱밥 냄새만 남아있었다.
▲ 나무를 죽이는 방법 1 원형보전림으로 지정된 곳의 30~60년 된 참나무 열한 그루가 베어졌다. 트럭을 몰고 들어와서 벤 나무를 싣고 나간 자리에 멍하게 하늘을 보는 그루터기와 톱밥 냄새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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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산황산 훼손은 올해 처음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2016년 2월 말, 산을 살피던 고양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눈을 의심할 풍경을 발견했다. 산신제 터 아래 40~50년 이상 된 참나무 열한 그루가 밑동만 남긴 채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전기톱에 잘려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그루터기 앞에서 회원들은 망연자실했다. 같은 날 산의 남쪽 소나무 숲에서는 불이 났다. 당시 산불 감시원의 말이다.

"나이는 60대 중반에 키가 170쯤 되는 남자가 산으로 올라간 뒤에 불이 났어요. 내가 신고해서 소방 헬리콥터가 한 시간 정도 진화했어요."
 
 나무를 죽이는 방법 2  산자락 한 곳에 불을 질러서 나무들이 검게 그을렸던 날. 불에 타다 남은 골프공이 보인다.
▲ 나무를 죽이는 방법 2  산자락 한 곳에 불을 질러서 나무들이 검게 그을렸던 날. 불에 타다 남은 골프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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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을 살펴본 주민들은 고의 방화로 추정했다. 골프장과 꽤 떨어진 위치인데 불에 탄 골프공이 현장에 남아있어서 기이했다.

지난 9월에도 고양환경운동연합에서는 인위적으로 고사시킨 흔적이 있는 나무들을 조사했다. 우거진 미국오엽딸기 가시에 긁히며 고사한 나무들을 촬영하고 밑동 부근 흙을 채취해 담는 과정은 상처받은 숲에 대한 사죄이기도 했다.
 
나무를 죽이는 방법 3 물관부와 체관부를 제거하면 나무는 서서히 말라 죽는다. 2016년 3월 이렇게 만든 나무 다섯 그루가 이번 12월에 뿌리째 뽑혔다.
▲ 나무를 죽이는 방법 3 물관부와 체관부를 제거하면 나무는 서서히 말라 죽는다. 2016년 3월 이렇게 만든 나무 다섯 그루가 이번 12월에 뿌리째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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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로 나무에 구멍을 내서 제초제를 붓거나, 밑동 껍질을 벗겨 고사시킨 나무들을 조사한 후 고양시에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 참가자인 박찬호 고양환경운동연합 정책분과장의 말이다.

"고사된 나무 대부분이 소나무였습니다. 저희들이 보기에는 재선충이나 다른 병해충 같지 않지만 공식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여서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나무를 죽이는 방법 4  드릴로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부어넣는 방법이 소위 고전적인 고사 방법이다. 이렇게 죽인 나무가 가장 많다.
▲ 나무를 죽이는 방법 4  드릴로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부어넣는 방법이 소위 고전적인 고사 방법이다. 이렇게 죽인 나무가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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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의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로 2개월이 지난 11월 19일 오후, 영상 촬영을 위해 다시 찾아간 산은 9월과도 달랐다. 심각하게 난도질당한 상태였다. 훼손 범위가 산 전체일 뿐 아니라 고사된 나무들을 베고 뿌리를 뽑는 등 증거 인멸 시도까지 보였다. 산림 입목축적도 조사에서 베인 나무도 5년까지 산 나무와 똑같이 계수되기 때문에 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루터기 하나도 소중한데 말이다.
 
나무를 죽이는 방법 5 뿌리에 약품을 부은 후 약해지면 연장으로 찍어 넘어뜨렸다. 뿌리가 있던 흙에는 죽은 매미 애벌레가 보인다.
▲ 나무를 죽이는 방법 5 뿌리에 약품을 부은 후 약해지면 연장으로 찍어 넘어뜨렸다. 뿌리가 있던 흙에는 죽은 매미 애벌레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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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죽이는 방법 6  손도끼로 수십회 찍어서 생나무를 쪼갰다. 사죄하는 심정으로 사진을 찍다.
▲ 나무를 죽이는 방법 6  손도끼로 수십회 찍어서 생나무를 쪼갰다. 사죄하는 심정으로 사진을 찍다.
ⓒ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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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동 껍질을 벗겨 고사시킨 나무, 뿌리 쪽에 약을 붓고 손도끼로 찍어 넘어뜨린 나무, 연장으로 몸통을 파내고 약을 넣은 나무, 손도끼로 찍어서 두 갈래로 꺾은 나무 외에 막무가내 베어버리거나 밧줄을 걸어서 가지를 부러뜨린 나무들이 산재했다.

지난 3월 28일 호수공원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나무권리선언식에서 "수령 30년 이상인 나무의 벌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선언하던 고양시장의 엄숙함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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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한국작가회의. 2000 한국일보로 등단. 시집 <이발소그림처럼> 공동저서 <그대, 강정>.장편동화 <너랑 나랑 평화랑>. 2011 거창평화인권문학상

고양시 거주하는 시민입니다. 산황산을 지키는 활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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