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번리FC와의 16라운드 홈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1골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8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번리FC와의 16라운드 홈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1골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 AP-연합뉴스



손흥민이 '인생골'을 작렬하며 다시 한번 토트넘과 모리뉴 감독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손흥민은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잉글리시 EPL 16라운드 번리와 홈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5-0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역시 손흥민이 터뜨린 토트넘의 3번째 골장면이었다. 토트넘이 2-0으로 앞서가던 전반 31분, 번리의 세트피스가 차단되고 토트넘 페널티박스 진영에서 역습에 나선 손흥민은 폭발적인 단독 드리블로 7~8명의 번리 수비수들을 잇달아 제친뒤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서 침착한 마무리로 슈퍼골을 터트렸다.

아군진영에서 번리의 골문 앞까지 손흥민이 드리블한 거리는 무려 70m가 넘었다. 또한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공을 처음 잡은 시점부터 골망을 가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2초에 불과했다. 영국 현지 언론에서 이날 경기는 물론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이라고 극찬할 만큼 환상적인 퍼포먼스였다.

손흥민의 득점 장면은 과거 모리뉴 감독의 칭찬을 떠올리게 한다. 모리뉴 감독은 잠시 현장을 떠나 방송 해설자로 활약하던 시절, 손흥민의 플레이를 평가하며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보다 위협적인 선수는 없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모리뉴의 평가를 증명하듯 손흥민은 이날 자신의 최대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와 방향 전환, 골문앞에서의 침착한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손흥민의 득점 장면은 그야말로 역습의 교과서였다.

모리뉴 감독은 경기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득점 장면을 호나우두(브라질)과 비교하여 다시 한번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나우두는 브라질의 최전성기를 이끈 역대 최고의 공격수로 꼽힌다.

모리뉴 감독은 1990년대 중반 바르셀로나에서 당시 바비 롭슨 감독의 통역으로 활동하면서 호나우두의 활약을 가까이서 지켜본 바 있으며 여러 차례나 자신이 직접 본 '최고의 선수'라고도 평가한 바 있다.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득점을 보며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 호나우두가 득점을 올린 장면이 떠올랐다, 정말로 엄청난 골이었다"며 손흥민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손흥민은 이날 1골 1도움을 추가하며 올시즌 벌써 두 자릿수 득점 고지에 올랐다. EPL과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5골이다. 2016-17시즌 이후 4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돌지 않은 12월 초라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 한 시즌 최다득점 기록을 세웠던 2016-17시즌의 21골 기록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도움 숫자의 증가다. 손흥민은 올시즌 벌써 8개의 도움을 적립했다. 프리미어리그만 놓고보면 7개로 맨시티의 케빈 데 브라이너(9개)에 이어 전체 2위다. 손흥민은 종전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도움 기록은 2016-17시즌부터 2018-19시즌까지 3년 연속 기록한 6개였다. 시즌이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최다 도움 기록을 경신했다. 이 기세라면 올시즌 도움왕 타이틀도 노려볼 만하다. 득점과 도움을 합산한 공격포인트는 12개로 프리미어리그 전체 6위, 토트넘 팀내에서는 1위다.

손흥민은 올시즌 포체티노 전 감독에서 모리뉴 감독 체제를 거치며 조금 달라진 팀내 역할에 적응해야했다. 수비가담을 더 중시하는 모리뉴 감독의 스타일에 맞춰서 골사냥에 특화된 '포처' 스타일에서 최근에는 '윙백'에 가까운 플레이스타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포체티노 감독 시절에 비하여 슈팅숫자가 줄어들고 태클이 늘었다는 점, 활동반경이 페널티박스나 중앙 침투보다 주로 측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 근거였다.

개인의 골욕심보다 동료들을 살려주는 팀플레이에 더 치중하며 도움 숫자가 늘어난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았다. 손흥민이 달라진 전술적 역할에도 묵묵히 잘 적응하며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에 토트넘은 초반 부진을 딛고 모리뉴 체제에서 4승 1패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진하던 델레 알리가 부활하는 나비효과도 가져왔다. 모리뉴 감독이 공공연하게 손흥민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토트넘에서 현재 손흥민의 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번리전에서 증명한 것은 역시 손흥민은 직접 골사냥에 나서는 공격수일 때 가장 빛이 난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도우미' 손흥민도 나쁘지 않지만 수비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도 매경기 공격포인트를 적립하고 있는 것이나, 프리미어리그에서 70미터 단독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고 골을 집어넣는 '킬러 본능'은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손흥민은 이제 27세로 한창 전성기에 접어들었고 최근 그야말로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손흥민은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하는 젊은 선수가 아니라 지금 현재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공격수 중 한명이다. 손흥민이 진정한 '모리뉴 감독의 호나우두'가 되기 위해서는 역습 상황에서만이 아니라, 손흥민에게 좀 더 많은 슈팅찬스를 노릴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에게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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