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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익 의원 앞에 무릎꿇고 호소하는 피해자 부모들 태호, 해인이, 민식 군 부모들이 27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장에 들어서는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 이채익 의원 앞에 무릎꿇고 호소하는 피해자 부모들 태호, 해인이, 민식 군 부모들이 11월 27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장에 들어서는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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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입에 올리기도 힘든 죽어간 아이의 이름을 걸고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은 부모의 절규를 보면서 미안하고 화가 났다. '나도 엄마야, 믿어줘'라며 어깨를 다독였다는 야당 원내대표는 사과 한마디 없이 어린이생명안전법안 무산을 여당 탓으로 돌렸다. 4년 전, 무릎을 꿇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그들을 지지하지 않았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비극일지 모르겠다. 국민들은 지난 주말 TV 앞에서 저급한 정치에 싸대기를 맞았다. (관련기사 : 나경원, 내 어깨 쓰다듬으며 '나도 엄마야, 믿어줘' 하더니..." http://omn.kr/1lrtr)

정치적으로 입장이 갈리는 법안도 아니었다. 법이 미비해서 애석하게 죽어간 아이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법을 만들어 달라는 게 무릎 꿇은 부모들의 호소였다. 그 많은 날들을 걸핏하면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로 국회를 멈춰 세우고, 의회보다 거리에서 목소리를 키웠던 자유한국당이다. 늦은 숙제를 밤새워 해도 모자랄 판에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비쟁점 민생법안, 자신들이 발의한 민생법안까지 방패막이로 삼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래 놓고 199개 법안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 국회의장 앞에서 "무식해서 그랬다"고 했단다. 이 정도면 무식은 죄다. 용서받기 힘든 조롱이고, 오만이다. (필리버스터의 역풍 때문인지, 황교안 대표의 의지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경원 원내대표 임기는 12월 10일까지로 결정됐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과 민생법안이 국회통과가 무산되자 보수언론들은 여야가 남 탓만 한다고 일제히 양비론을 들고 나왔다. 물론 국회 운영에서 여당의 도의적 책임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민식이법 통과를 시키겠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시급한 민생법안과 안전법안이 제대로 통과되지 못한 건 민주당 탓이 아니라 한국당 탓이고 가장 큰 책임은 한국당에 있다.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는 사실조차 양비론으로 덮으려는 언론들, 정치인의 무식만큼이나 해롭다.

해로운 양비론

지난 2016년 4월 6일 총선을 며칠 앞두고 대구 두류공원에서 최경환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과 대구 후보 11명이 무릎을 꿇었다. 새누리당이 잘못했고 피눈물 나게 반성하고 있다며, 미워도 다시 한번 찍어 달라고 호소했다. 2017년 1월 24일 바른정당 창당대회에서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무릎을 꿇고 창당의 당위성을 호소했다. 2018년 6월 15일에는 6.13 지방선거의 참패를 시인하며 거듭나겠다며 한국당 의원 50여명이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한국당은 이렇게 반성과 새로 태어날 것을 거듭 약속하며 생명을 이어왔다. 그러나 황교안, 나경원 체제의 한국당이 한나라당, 새누리당과 무엇이 다른지 알기 어렵다.
 
창당대회서 무릎꿇은 바른정당 2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인사말에 나선 김무성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박근혜 정부의 일원으로서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통절한 마음으로 국민여러분께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앞줄 왼쪽부터 김무성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최고위원.
▲ 창당대회서 무릎꿇은 바른정당 2017년 1월 2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인사말에 나선 김무성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박근혜 정부의 일원으로서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통절한 마음으로 국민여러분께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앞줄 왼쪽부터 김무성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최고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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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습니다' 무릎꿇은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가운데 15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실에서 비상의총을 마친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현수막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 "잘못했습니다" 무릎꿇은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가운데 2018년 6월 15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실에서 비상의총을 마친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현수막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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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이번 사태만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나경원 원내대표는 어떤가.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북한과 종전 선언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는 안상수 의원 역시 한국당이다. (안 의원은 논란이 되자 "북한의 핵무기 폐기 없는 종전선언을 반대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들에게 어느 나라 국민이냐는 물음은 의문이 아니라 격한 항의다. 제대로된 언론이라면 북한에 총을 쏴달라고 요청하고, 김대중과 김정일을 엮으려던 총풍, 북풍 사건과 같은 무게로 이 사안을 다뤄야 한다. 당리당략을 위해 북미정상 회담과 종전 선언 자제를 요청한 것이 선거를 앞두고 판문점에 총질을 부탁한 것과 과연 다른 일일까?

황교안 대표의 단식도 마찬가지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저지, 연동형 선거법 폐지를 요구했다고는 하지만 법이 정한 바에 따라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건 합법적인 절차였다. 이를 막으려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폭거는 이미 국민 모두가 지켜봤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통해 또다시 패스트트랙 절차에 제동을 걸려는 건, 자기들이 만든 법조차도 지키지 않겠다는 엄포인 셈이다.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몇몇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과 당을 위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17일 김세연 한국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재창당 요구도 그 중 하나다. 김 의원은 한국당을 두고 '생명력을 잃은 좀비 정당', '비호감이 역대급 1위'라고 지칭하며 당의 해체를 요구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적 민폐인 한국당을 깨끗이 해체하고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도 했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의 처지에서야 불편한 목소리겠지만, 김세연 의원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다.

무릎 꿇은 읍소로 되살아난 정당, 다시 태어나겠다고 당명을 포함해 모든 것을 싹 바꾸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지만, 한국당의 지금 모습은 박근혜 정권의 새누리당과 비교해 나아진 게 없다. 당명만 바꾸었을 뿐 친박이 친황으로 바뀌고 국민들을 무릎 꿇리는 횡포는 여전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당은 좀비 정당이다. 과거 보수정권의 못된 피만 물려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정당, 존재 자체가 민폐인 정당에게 언제까지 좌우날개의 한축을 맡겨야 하는가.

4년 후에도 "나도 엄마야, 믿어줘" 소리 또 들을 건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진보와 보수가 각자의 정책과 주장으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 사회가 발전한다. 그러나 우측은 한국당과 좌측은 민주당이라는 도식은 너무 낡았다. 세계 어느 나라 보수 정당이 평화와 안정의 단초가 될 북미회담을 선거 이후로 미루자고 하며, 무역전쟁 한가운데서 어떤 보수 정당의 대표가 지소미아를 지키기 위해 단식을 할 수 있을까.

민주당 역시 진보정당이 아니다. 또 다른 보수 정당일 뿐이다. 좌우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제대로 된 진보의 날개가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국당이 필요하다는 그 억지논리는 이제 버려야 한다. 정치와 정치인은 아나바다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쓸 필요가 없다.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정당을 버려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총선을 앞두고 쇄신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보여주기 정치쇼가 난무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가 새로워지려면 국민 눈높이 역시 쇄신이 필요하다. 양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파는 얄팍한 상술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4년 후에도 "나도 엄마야, 믿어줘" 소리를 듣게 될 수 있다. 또한 종전 선언은 절대 안된다고 미 대사관 앞에서 단식 투쟁을 하는 대표를 보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한국당, 이제 버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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