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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식·태호·해인 부모들이 29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민식·태호·해인 부모들이 29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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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자주 들어온 말이 있다. 바로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말이다. 어머니 자신도 그러했지만 남에게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자식들을 훈육했던 것이다. 어머니가 하신 이 말은 정글같은 험난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그나마 선량한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힘이 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이른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다루는 자유한국당을 보면서 곧바로 이 말이 떠오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에 들어가면서 민식이법에 대해서는 선거법 직권상정을 철회하면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자기 당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민식이법일지라도 볼모로 잡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한국당이 승리를 위해 채택한 전술이기는 하나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자식 잃은 부모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이다. 부모들은 사고로 자식을 잃은 슬픔을 참아가며, 다른 아이들에게 이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민식이법 해인이법 등을 통과시켜달라고 했다. 사람의 마음이면 자식 잃은 부모의 처지를 가엾게 여겨 이들의 애절한 소망을 들어주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다.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고 해도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사람사는 세상에서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바로 자식 잃은 부모에게는 가혹하고 몹쓸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자식을 잃은 슬픔을 상명지통(喪明之痛)이라 하여 인생에 가장 지독한 슬픔이라고 했다. 슬픔을 못 견뎌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 눈을 멀기까지 한다고 하여 붙여진 말이다. 실제로 그 아픔을 격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슬프고 힘든 자식 잃은 부모는 반드시 배려를 해줘야 하는 것이 세상의 법도이다. 심지어는 짐승조차도 새끼를 잃고 슬퍼하면 그 어미를 측은하게 여겨 잡지 않고 보호해주는 법이다.

그럼에도 다른 아이들의 불행을 예방하려고 나선 부모들의 노력은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의 눈물겹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민식이법을 비롯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법들이 겨우 국회에서 통과될 것 같아 희망을 가졌다.

그런데 갑자기 자유한국당에서 민식이법을 볼모로 삼아 선거법 개정을 봉쇄하려는 정략적인 태도를 보여 너무나 놀랍고 염려스럽다. 물론 정치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 투쟁도 하고 협상도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모진 짓도 하고 속이기도 하는 책략을 얼마든지 부릴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 자신들이 흔히 말하듯이 분명히 정치에도 금도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번에는 자식 잃은 부모에게 몹쓸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치의 금도인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에 불리한 선거법 개정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고 싶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막더라도 민식이법을 볼모로 삼는 전술은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정치는 민심을 얻어야 하는데 민심은 민식이법이 통과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민심을 등지고 어떻게 선거에 이길 수가 있겠는가. 어떤 다른 방법을 찾더라도 민식이법은 빨리 통과시켜주는 것이 민심을 얻는 길이다.

지금 자유한국당을 위해 어머니가 말씀하신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아니 남의 눈에 눈물 정도가 아니라 피눈물을 내게 하면 자신에게는 피눈물보다 더한 응보가 돌아간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려운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정치가 어려운 사람의 눈물을 더 흘리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민심을 건드리는 것은 정치인이 하지 말아야 할 역린이다. 민심을 어기고 성공하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민심에 순응하여 힘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성공하는 정치인이다. 이번에는 민식이법을 비롯하여 어린이 안전법들을 조건없이 시원하게 다 통과시켜주는 것이 민심을 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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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학당에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음 저서는 '사기(史記)의 인간학'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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