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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 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 1주기 추모 분향소 앞에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사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 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 1주기 추모 분향소 앞에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사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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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1주기가 다가오고 있으니까..."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뒤 건넨 말이다. 그는 안부를 묻는 일상적인 질문에 "몸이 편하지는 않다"라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이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들의 광화문 추모분향소 앞에서 열린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 구속처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누더기가 됐고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 아들을 보기가 부끄럽다"라고 덧붙였다.

"기업은 사람을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인가? 국가가 용인하고 눈감아주기 때문 아닌가? 용균이를 죽인 사람들 자식들도 용균이처럼 컨베이어벨트에서 일 시켜보고 싶다."
  
충남 태안경찰서는 지난 20일 김용균씨의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의 김병숙 사장과 김용균씨의 소속 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사장 등 원하청 주요 간부급 인사에 대해 김용균씨 죽음에 대한 '혐의가 없다'면서 처벌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찰은 대신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장과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장 등 현장 관리자 11명에 대해서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김용균씨의 어머니와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사고 다음 달인 지난 1월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대표와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대표 등 16명과 성명불상의 인원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등의 혐의로 고소 및 고발한 바 있다.

"농락하지 마라"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 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 1주기 추모 분향소 앞에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사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 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 1주기 추모 분향소 앞에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사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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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정부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들 용균이는 사회적 타살을 당한 것"이라면서 "아들의 죽음 이전에 이미 같은 장소에서 12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를 당했다. 위험요소 시정은 26번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죽었다. 사업주가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어 "사회적 이목 때문에 정부 인사들이 화환 보내고 찾아와서 명복 빈다고 고개 숙이는데 농락하지 마라. 진정한 위로는 더 이상 산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정부는 지난 4월 '고 김용균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 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발족시켰다. 국무총리 훈령으로 만들어진 특조위는 김지형 위원장을 필두로 16명의 조사위원과 30명이 넘는 자문위원으로 구성됐다. 4개월여의 활동에서 특조위는 5개 발전사의 11개 화력발전소를 점검한 후 '위험의 외주화와 민영화 등이 김용균씨 사고의 주된 문제'라면서 사고 예방을 위한 22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험을 방치했다"
 
2019년 2월에 김용균시민대책위와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대표의 합의 문서
 2019년 2월에 김용균시민대책위와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대표의 합의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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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찰은 몸통은 빠지고 깃털만 처벌하려 한다"면서 "태안경찰서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검찰은 진짜 책임자인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사장을 처벌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처할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지난 2월 5일 한국서부발전은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와 합의에서 '본 사고는 하청구조로 인한 부족한 인력과 안전관리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사고'임을 스스로 인정했다"면서 당시 김용균 대책위와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대표가 합의한 문서를 공개했다.

송영섭 대책위 법률지원단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원하청 대표들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적용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사건은 현장 근무자들이 2인 1조 근무수칙을 위반하도록 업무운영을 하고 설비 가동 중에 점검 업무를 하도록 지시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사망사고 전에 김용균씨와 비슷한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위험을 느끼고 작업방식을 개선해달라고 건의한 일이 있었다. 2014년 11월에는 태안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보령화력발전소 노동자가 비슷한 상황에서 죽는 일이 있었는데도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은 현장 운영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했다."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 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 1주기 추모 분향소 앞에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사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 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 1주기 추모 분향소 앞에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사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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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단장은 "최종 결정권을 가진 경영진은 다 빼 버리고 말단 관리자만 처벌받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면서 "검찰에서 제대로 된 재수사와 책임자에 대한 엄벌이 내려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미숙씨와 대책위의 기자회견 후 같은 장소에서 노동·안전 분야에서 활동하는 7개 단체의 공동 기자회견도 이어졌다. 이들은 "김용균을 잃은 지 1년, 정부는 특조위 권고안에 응답해야 한다"면서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일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를 일으켜 사람을 죽게한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시급하다"라고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김용균, #김미숙, #태안화력, #서부발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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