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3월 9일 경남FC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 2-1의 승리를 거둔 이후 지금까지 홈에선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원정에서는 무려 5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원정에서 거둔 5승 덕분에 인천은 전반기 최하위로 쳐진 순위를 끌어올리며 올시즌에도 '생존왕' 본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24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상주 상무와의 K리그1 37라운드 경기는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인천이 승강 플레이오프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인데다 췌장암 4기 투병중인 유상철 감독을 위해서라도 승리해야 했다. 특히 유상철 감독은 지난 5월 부임후 홈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에, 홈 경기에서의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지부진한 공격, 상대의 골대 맞는 슈팅으로 위기 넘겨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경기.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경기장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경기.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경기장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승리가 필요했던 인천은 이날 공격적인 라인업을 꾸렸다. 무고사를 중심으로 김호남, 명준재, 지언학이 짧은 패스플레이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여기에 김호남은 전방에서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주 황병근 골키퍼의 실수를 유발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등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역습상황에서는 패스가 짧게 전달되거나 볼 트래핑이 길어 상대수비에게 볼을 헌납하는 일이 반복됐다. 특히 후반 무고사와 명준재가 만든 역습상황에서 명준재의 볼 트래핑이 길어 슈팅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쉬웠다.

여기에 슈팅 역시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무고사와 부노자의 슈팅은 같은 팀 선수들을 맞추며 무위에 그쳤고 문창진과 무고사의 슈팅은 골대를 넘겼다. 

그러던 와중에 인천은 오히려 상주에게 카운터 펀치를 맞을 뻔했다. 전반 36분 상주의 공격 기회에서 상주 진성욱이 류승우에게 볼을 내주자 류승우가 그대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인천의 실점이 예상됐지만, 다행히 류승우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강타하면서 인천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다.

유상철 감독의 교체카드 문창진... 1년동안의 설움 풀어낸 결승골

후반 10분을 넘어서도 경기가 풀리지 않자 유상철 감독은 교체카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마하지를 빼고 장윤호를 투입한 유 감독은 김호남을 빼고 문창진을 투입하면서 공격을 강화했다. 교체투입된 문창진은 두 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대를 넘기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아쉬움도 잠시, 문창진이 투입된 지 10분 뒤인 후반 30분 마침내 골이 터졌다. 인천의 역습상황에서 문창진은 측면에 위치한 무고사에게 패스를 내주고 페널티박스 중앙쪽으로 침투했다. 무고사는 이를 보고 컷백으로 문창진에게 볼을 내줬고 문창진은 논스톱 왼발슛으로 상주의 골문을 갈랐다. 이후 후반 42분 입단 후 골이 없던 케힌데가 골망을 가르면서 인천은 2-0로 승리했고 10위 자리 또한 지켜냈다.

이날 문창진의 특점은 특히 의미 있었다.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등 연령별 대표를 거치며 기대를 모은 문창진은 이후 부상으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명예회복을 위해 인천 유니폼을 입었지만, 시즌 개막전인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이후 부상으로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했다. 인천 입장에서 문창진의 이탈이 특히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문선민, 아길라르 대체자원으로 영입된 선수기 때문이다. 

문창진이 이탈한 동안 팀 성적과 분위기 역시 곤두박질쳤다. 시즌 초반 5연패 속에 욘 안데르센 감독이 경질되었고 최하위로 떨어진 순위 탓에 팀 분위기도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5월 유상철 감독 부임 이후에도 문창진은 좀처럼 폼을 회복하지 못했다. 문창진의 자리에 신예 지언학이 출전하는 빈도가 늘었다. 또 정훈성을 비롯해 임대로 영입한 명준재 등 어린 선수들도 문창진의 자리를 넘봤다. 그렇지만 문창진은 선발과 교체를 오가는 상황 속에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던중 유상철 감독의 투병 소식이 전해졌고, 승리를 향한 문창진 등 선수들의 동기부여 또한 명확해졌다. 그리고 문창진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경기.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문창진이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경기.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문창진이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 30분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인천의 승리를 이끈 문창진은 골을 넣고 인천 서포터석 쪽으로 달려가 세레모니를 펼치면서 그간 아쉬움을 모두 털어버렸다.

문창진은 올시즌 인천에서 단 2골을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2골을 의미가 컸다. 첫 골은 유상철 감독 부임 전 팀이 한동안 무득점에 그치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고 이번 득점은 팀의 잔류 가능성을 높임과 동시에 의미 있는 홈경기 승리에 기여한 것이기에 가치가 더욱 컸다. 

만약 인천이 경남과의 최종라운드에서 패하지 않고 잔류하게 된다면 상주전에서 나온 문창진의 골은 팬들의 뇌리에 깊히 박힐 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음 시즌 상무의 서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문창진은 인천과 유상철 감독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고 군 입대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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