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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백꽃 필무렵]에서 "저도 원래는 좀 행복을 수능 점수표처럼 생각했어요."라고 말하는 카카오TV 화면 캡쳐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에서 "저도 원래는 좀 행복을 수능 점수표처럼 생각했어요."라고 말하는 카카오TV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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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원래는 좀 행복을 수능 점수표처럼 생각했어요. 남들이 줄세우는 표를 멍하니 올려다보면서 '난 어디쯤인가 난 어디 껴야 되나' 올려다보고 또 올려다봐도 답이 없더라구요. 어차피 답도 없는 거 거기 줄을 서면 뭐해요. 오케이. 그건 니들 기준이고 내 점수는 내가 매기면서 산다 하고 살아요. 남들 보기에 어떻든 나 보기에만 행복하면 됐죠. 뭐"- 동백 

"동백씨 마음엔 동백씨 꽃밭이 있네. 그 수능표 꼭대기 먹고 그 유명한 법대 간 사람인데 내 꽃밭이 없더라"- 자영


20일 방송된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동백이(공효진 분)와 변호사역을 맡은 자영이(염혜란 분)가 동백이가 하는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대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확대 발언으로 수능대비 학원가의 주가는 치솟던 지난 14일, 대한민국 수험생들은 수학능력시험을 치뤘다. 그리고 수능 다음날 온라인 포털에는 '수능시험을 본 학생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메인을 차지했다. 이는 안타깝게도 매년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1986년 1월 15일,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사망했다. 그 학생이 남긴 유서에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 난 그 성적 순위라는 올가미에 들어가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삶에 경멸을 느낀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유서를 바탕으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만들어졌고, 민중가수 안치환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입시과열'로 치달았던 한국 사회는 당시 사건으로 큰 충격에 빠졌고 제자들의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교사들은 1989년 참교육을 열망하는 교사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결성한다.

1989년 5월 28일 작성된 전교조 결성선언문에는 "가혹한 입시경쟁교육에 찌들은 학생들은 길 잃은 어린 양처럼 헤매고 있으며, 학부모는 출세지향적인 교육으로 인해 자기 자녀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가족이기주의를 강요받았다. 이러한 교육모순은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학부모에게 위임받아 책임져야 할 우리 교직원들로 하여금 교육민주화의 대장정으로 떨쳐 일어서도록 만들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18일 전교조 해직교사 21명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와 해고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며 집단 삭발을 했다.
 18일 전교조 해직교사 21명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와 해고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며 집단 삭발을 했다.
ⓒ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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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으로부터 33년이 흘렀다. 전교조가 결성된 1989년으로부터도 30년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선 성적 비관으로 숨지는 학생들이 있고, 참교육을 외치며 결성했던 교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교조는 법외노조로 남아 있다.

전교조는 해직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와 해고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며 삭발과 오체투지를 한 데 이어 20일 정부종합청사 옆 세종로소공원에서 한파를 뚫고 촛불집회를 열었다.

촛불정권이 해결해주리라 여겼던 소외된 이들의 삶을 위한 정책은 날이 갈수록 멀어져만 가고 있다. 가난한 이들은 더 가난해지고, 소외된 이들은 더 소외되고, 비정규직은 점점 더 확대되고, 노동환경은 더 악화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더 옥죄는 노동개악법이 국회에 올라가 있고, 이 와중에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세우는 입시제도인 수능이 확대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 이야기다.

가뭄에 단비라고 <동백꽃 필 무렵>은 가난과 소외와 선입견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왔던 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다룬다. 현실이 참담한만큼 드라마가 주는 위로 또한 상당하다.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다. 드라마가 주는 그 상당한 위로는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대면하게 한다.

동백이가 언급한 '수능 점수표'와 '행복'이란 말.

"그건 니들 기준이고 내 점수는 내가 매기면서 산다 하고 살아요. 남들 보기에 어떻든 나 보기에만 행복하면 됐죠."

지금 우리들의 곁에도 동백이를 지켜주는 용식이와 엄마, 향미, 옹산마을을 지키는 히어로인 옹벤져스가 있나하고 물음표를 찍어본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씁쓸하다.

<동백꽃 필 무렵>을 2019년도 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이름 지은 이유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입시경쟁교육철폐를 위해 싸우는 이들이다. 드라마 따라서 '교육계 어벤져스"라고 이름붙여 보았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입시경쟁교육철폐를 위해 싸우는 이들이다. 드라마 따라서 "교육계 어벤져스"라고 이름붙여 보았다.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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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인터넷 교육희망(http://news.eduhope.net)에도 송고 예정입니다.


태그:#동백꽃 필무렵, #수능, #입시경쟁교육,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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