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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밥보자기
(부제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끝없는 흙먼지만 일었다.

곧 집으로 돌아가리라.
어머니를 뵙고 엎드릴 날이 오리라.

그날 아침 어머니의 도시락 보자기는
오랜 세월을 낡아가고
고향으로 가리라는 불꽃같은 소망은
내려앉는 흙먼지에 가라앉고 있었다.

햇살 부스러기
앞마당에 눈부시던 초여름 아침
어머니의 도시락 보자기를 받아든 젊은 아들은
두 번 다시 고향의 뻐꾸기 소리 듣지 못했다.

고향으로 가는 길 그리 멀지 않았으나
봄이 와도 그 길은
눈발만 두렵도록 날아 내렸다.

그 일만 없었다면
젊은 아들은 잘 자라

마음 고운 여인과 혼인을 하고
웃음 맑은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선한 주름 얼굴에 새긴 노모를 모시고
도시락을 싣고 온가족이 소풍을 갔을 것이다.

마음속에 흙먼지뿐이었던 반백번의 봄을 보내고
38도선을 넘어온 노모 앞에
백발의 아들은 낡은 밥보자기 펼쳐 놓았다.

어머니,
학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늦었구나, 아들아
늦겨울 햇살 같은 노모의 목소리는 젖어들었다.

그날, 저녁 늦도록
저 하늘에는 꽃구름 일었고
늙은 모자의 두 눈에는 섧은 꽃물 들었다.

                                                              박성은 (김천 율곡고등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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