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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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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한숨을 쉬었다. 조금 지나 유튜브를 보던 나도 한숨을 쉬었다. 어제 MBC에서 방영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성소수자 관련 질문이 나온 직후였다. 질문자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 관련 정책을 이야기했다. 대통령의 입에서는 '동성혼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라는 말이 나왔다. 혹시나 모를 시비를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그렇지만 차별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문제에 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괜찮은 대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성소수자 관련 의제에 있어 정부의 대답은 거의 언제나 '사회적 합의'라는 메아리 속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퀴어문화축제는 2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의제는 비중 있는 이슈가 되었다. 성소수자 문제는 이제 낯선 것이 아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성소수자들은 그동안 최선을 다해왔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임기 절반을 지났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공론장이 기울어져 있는데, 누굴 설득하나?

혹자는 누군가가 '광범위한 설득'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정부가 힘을 가질 수 있다며, 정부를 변호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미 퀴어들은 그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해보자. 이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 정부가 성소수자들이 공론장에서 당당히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원론적인 이야기를 담은 차별금지법은 입법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다분히 동성애자를 노린 군형법 제92조의 6의 조항도 그대로다. 

법적인 면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성소수자들은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어야 하는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하는 것마저도 어려워한다. 존재를 밝히는 것마저 두려운 세상. 퀴어들은 그런 곳에서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론장으로 나와 설득을 시도하라'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 그래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말이다.

물론 지금 성소수자 운동이 그런 각오를 하고 당사자들이 참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소수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운동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공론장이 수평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회적 합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론장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다.

정부가 노력도 안 하는데 무슨 '사회적 합의'인가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사회 인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군인 처벌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사회 인권단체 회원들이 2017년 7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군인 처벌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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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하면 현실 정치의 문제가 꼭 따라온다. 국회에서 법안 하나 통과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 더욱이 이번에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 시도처럼 성소수자 운동에 '역행'하는 법안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밀어붙여지는지 알게 되면 이해 못 할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변명은 여기까지다. 이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성소수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건드리지 않은 것을 보아왔다. 대통령이 의지만 있다면 사형조항 사문화처럼 군형법 제92조의 6도 사문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에도 해군에서 동성애자 색출 수사가 일어나고 있다. 

이것도 많이 양보해서 법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하자. 하지만 행정부 내에서의 지침, 해석 등은 행정부 내에서도 충분히 고칠 수 있다. 또한, 인권위에서 내려오는 권고를 최소한도 내에서 이행하여, 미묘하지만 이전보다는 나은 상황을 정부는 지금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차별을 여러 이유로 시정하지도 않고, 공론장을 수평으로 만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까? 이런 상황으로 뒤로 미룬다면 아무리 성소수자들이 열심히 거리에 나와 봤자 진정한 평등은 요원할지도 모른다. 정부는 더는 '사회적 합의'라는 장막 뒤에서 숨어서는 안 된다. 

물론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민주국가에서 정부의 책무는 무엇인가. 더욱이 촛불 정부와 포용국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 아니던가. 나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은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최소한의 환경을 조정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비로소 어제 성소수자 관련 정책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조금이나마 진정성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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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군대' 저자 게이, 에스페란티스토,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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