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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에 붙은 홍콩 지지 대자보. 대자보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필자다.
 대학가에 붙은 홍콩 지지 대자보. 대자보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필자다.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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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오고 있어'

어제(18일)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친구에게 받은 문자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희미하게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잠시 겨울의 분위기를 만끽하다가 다시 고개를 숙인다. 홍콩의 날씨도 이럴까? 구글에 검색해보니, 섭씨 20도라고 나온다. 눈은커녕 춥다고 할만한 날씨도 아니다. 하지만 홍콩은 지금 한국보다 더 삼엄한 추위 속에서 떨고 있다.

이날은 내가 대학에서 홍콩 대자보와 관련해 중국인 유학생과 시비가 붙어 폭행 혐의로 신고돼 경찰 조사를 받은 날이었다. 나는 대자보를 훼손하려는 중국인 유학생을 다른 사람들과 막았을 뿐인데, 그렇게 신고 당한 것이다. 경찰 조사는 살면서 처음이었다. 경찰관분들은 친절했지만, 이런 조사로 경찰에 참석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들은 나와 달리 죽음마저 각오하고 있는 중이다.

홍콩의 상황은 날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홍콩 이공대에 있는 학생들과 시민들은 마지막 결사항전을 각오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과 홍콩 당국은 강경진압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국가도 별로 없는 실정이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지지 성명을 발표했으나 다수 국가의 사례는 아니다. 우리 정부처럼 별 입장이 없거나, 독일처럼 입장을 내놓아도 중국군과의 협력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결국,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의 시민들뿐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의 대학가에서는 홍콩을 지지하는 대자보와 목소리를 모으는 레논월을 설치하고 있다. 이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훼방을 놓으면서 대학가의 큰 이슈가 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대자보 게시자들에게 '남의 나라 일인데 너희가 왜 간섭하느냐'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은 홍콩이 아니고, 홍콩도 한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왜 홍콩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계속 게시하는가? 왜 대자보를 지키는가? 그것은 국적이 달라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훼손된 홍콩 지지 대자보.
 훼손된 홍콩 지지 대자보.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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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의 나라 일'이라며 눈 감는다면

불의에 항거하고 분노하는 것은 세계 역사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일에는 국적이 중요하지 않았다. 일본군의 난징대학살에 맞서 저항한 욘 라베, 조선의 독립운동가를 변호하던 후세 다츠지, 광주 항쟁을 취재하던 위르겐 힌츠페터 등등 그 사례는 지극히 많다. 우리는 그들에게 왜 타 국가 혹은 민족의 일에 간섭하냐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자신이 위협당하면서까지 억압받는 사람들을 도우려고 했던 업적을 존경해 마지않는다.

한국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국적 여부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국가 폭력에 휘말려 쓰러지는, 그리고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홍콩 시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적을 운운하며 홍콩 항쟁을 당사자만의 문제로만 치환하는 태도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적을 이유로 하나의 국가폭력에 눈 감으면 다른 국가에서도 명분이 생길 뿐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그렇다. 나는 <내 이름은 군대>라는 책을 썼다. 성소수자이자 관심병사로서의 고충이 담겨있다. 군대라는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느끼며 살아 온 경험담을 남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휘말리는 사람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다. 그러나 목소리는 있다. 소리가 있으면, 커질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비롯한 한국 대학생들은 홍콩의 억압받는 시민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과 시민들은 단체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11월 23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시청광장 인근 금세기빌딩에서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한 대학생·청년 긴급행동'을 벌인다. 홍콩의 문제라고 외면하지 말고, 다 같이 거리에서 홍콩 시민들을 위해 싸우자고 요청한다. 이제 다음 달이면 크리스마스다. 홍콩 시민들이 거리가 아니라 집에서 성탄절을 맞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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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군대' 저자 게이, 에스페란티스토,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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