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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대표로 12명의 의원이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7월 11일 이철희 의원 법안에 대한 공청회 성격으로 토론회("학교시민교육의 제도화는 시대적 과제이다")를 연지 넉 달 만에 발의가 이루어졌다.

기자는 이 토론회의 발제자로 참여한 만큼 이 법안의 발의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 중 얼마만큼이나 법안에 담길지 자못 궁금했다. 인터뷰는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로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의원의 사정을 고려해 14일 서면으로 진행하였다. 다음은 이철의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임기 내 통과 불확실...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 발의한 이유
 
이철희 의원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의 학교에서 안 알려주는 '진짜 정치학'특강에서 강의후 토론하는 이철희 의원
▲ 이철희 의원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의 학교에서 안 알려주는 "진짜 정치학"특강에서 강의후 토론하는 이철희 의원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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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속 위원회가 교육위가 아닌데 학교시민교육을 위해 열정을 보이는 이유는?
"평소 민주주의의 인프라 확충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오스트리아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고 진지한 토론과정을 거쳐 생각을 모아 결론을 내리는 교실의 모습을 보고 참 부러웠다. 민주주의가 단기간에 양적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학교에서의 '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교육'이 아니라 체험이고 훈련이다.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하고 싶었던 법인데 발의가 많이 늦었다."

- 2017년 대선 당일 JTBC <우리의 선택> 대선토론 프로그램에서 이 의원이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될 것 같은데 국민들이 열망하는 개혁과제는 많은데 이를 다 감당할 수 있을지 사실은 두렵다"고 했다. 이번 법안 발의는 그 당시 의원께서 생각했던 개혁과제와 관련이 있나? 
"제가 '국가와 시민사회'라는 주제로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외국에서는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시민을 어떻게 육성하는지 살펴보며 몇몇 외국의 학교 시민교육의 제도와 교재들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당면하고 있는 사회 문제들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면서 학생들과 함께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현실의 논쟁적인 문제들은 그대로 학생들에게 논쟁시키면서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기회를 만들고 있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계속 가지고 있다가 무엇인가 시도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이번 임기 내 통과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그런데도 발의한 이유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다른 많은 분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도 있다. 이 법안을 준비하면서 토론회를 열었는데 제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문제 외에 사실 더 심각한 상황들이 학교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임기 내 통과가 어렵더라도 제가 이 정도까지 고민하고 밀고 가면 다음 회기에 누군가는 제가 밀고 갔던 길을 더 쉽게 이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민주시민교육' 보수도 이해할 때 되었다"
  
이철희 의원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의 학교에서 안 알려주는 '진짜 정치학'특강에서 강의후 토론하는 이철희 의원
▲ 이철희 의원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의 학교에서 안 알려주는 "진짜 정치학"특강에서 강의후 토론하는 이철희 의원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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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의안에서 학교의 범위를 초·중등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과 고등교육 기관까지 잡았다. 그리고 발의안 제12조에 "교육부장관은 학교 교육과정에 매 학년 민주시민교육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편성·운영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시민교육 과목화는 민주주의 인프라 구축과도 관련이 깊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들처럼 과목으로 만들어야 우리도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1대 국회에서는 꼭 성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하여 중립이라는 틀에 갇히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제도화가 되도록 밀고 나가야 한다. '민주교육', '시민교육'이라면 보수도 이해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교육부 업무 이관과 관련해 여러 견해가 있다. 학교민주시민교육 관련 업무는 국가사무로 남겨야 할까, 지자체 사무로 넘겨야 할까.

"이 문제는 중앙집권형 국가인지 연방제 국가인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중앙집권형 국가일 경우에는 당연히 국가사무여야 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는 연방제 국가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 독일 경우는 16개 주의 연방국인데 주별로 교육부 장관이 따로 있어서 교육 관련 문제는 16개 주 교육부 장관이 모여서 합의하고 논의하는데 구체적 방향은 주별로 다르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과목의 명칭도 주별로 다 다르게 정한다고 알고 있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는 중앙집권체제이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에 속하는 일이 중앙정부에 속한다. 그리고 중앙정부는 사회적 변화로 교육과정의 변화가 필요할 때는 수시로 바꾸고 교과서 자유발행제에 따라 즉시 교과서 출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교육과정 개정에 3년씩 고민하고 교과서 검정을 위해 2년씩 또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한다. 프랑스처럼 교육과정에 대한 골간은 국가사무로 하되 구체적 실행 방안은 지자체 교육청에 위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단 교과서 발행제도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해서 사회변동 상황이 즉시 교과서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 지난 7월 토론회에서 발제자나 토론자들의 요구사항이 많았다. 법상 고등교육도 공공성을 가진 학교이고, 지난번 주최하신 토론회의 발제자인 오동석 교수도 법안에 고등교육을 포함해 달라고 촉구했는데 고민이 많았겠다.
"대학교에서는 학교의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민주시민교육 관련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대학도 필수로 하고 싶었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였다. 실제 경희대학교의 경우 1학년 1학기와 2학기에 각 한 과목 이상 '시민교육'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하게 하고 있고, 한신대학교도 교양 선택과목으로 '민주시민' 과목이 있다고 한다. 수강생들의 반응도 좋다더라. 대학에서는 사실 더 깊고 건설적인 학습과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넣었고, 총장의 재량이기는 하지만 많은 대학이 민주시민 과목 설치에 동참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9월 26일 예산결산특별제2차 회의에서 총리에게 '조국 사태' 관련해 "지금 우리의 과제는 공정 사회를 가야 하며 '공정한 사회를 위한 정책 패키지'를 범정부 차원에서 고민해 보는 게 좋겠다"고 질의했다. 이 패키지에 시민교육 과목 설치도 포함되는가?
"물론이다. 국가적인 위기가 닥쳤을 때는 정치권이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제가 말한 '공정한 사회를 위한 정책 패키지'가 바로 그런 것인데 이런 패키지 안에 교육분야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단지 입시 위주의 교육 철폐만으로는 너무 구체성이 떨어진다.

독일의 경우는 1969년 총선에서 빌리 브란트의 사회당은 과반수 의석을 점유하지 못해 자유당과 겨우 연립 정권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초·중·고 학교에서는 히틀러 체제를 용인했던 독일의 권위주의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것을 최고의 교육목표로 정하고 교육개혁을 실시하면서 반권위주의교육·비판교육·저항권교육 등 정치교양교육(Politsche Bildung)이 정착되어갔다. 독일이 오늘날 유럽의 맹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훌륭한 민주시민을 길러낸 덕분이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라는 정치교육의 최소기준이라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1983년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학교 폭력 현상이 주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학교 시민교육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부응하였고, 1985년 교육부 장관은 시민교육의 부활을 선언하고 시민교육은 초·중학교의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였다.

영국은 1997년 토니 블레어를 앞세운 신노동당이 총선에서 '교육, 교육, 교육(Education, Education, Education)'을 슬로건으로 내걸었고 토니 블레어가 집권함으로써 시민교육 과목화를 추진했다. 1997년 총선에서 드러난 사상 최저의 선거 참여율과 급증하는 청소년 문제와 다문화 현상은 영국 사회에 다시 한번 결속하고 통합해야 할 계기와 이유를 제공했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으로 시민교육 과목을 도입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프랑스·영국이 그 당시 마주한 사회적, 정치적 상황보다 훨씬 심각하다. 어찌해야 할까?"
   
이철희 의원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의 학교에서 안 알려주는 '진짜 정치학'특강에서 강의후 토론에서 사회자의 질문을 듣고 있는 이철희 의원
▲ 이철희 의원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의 학교에서 안 알려주는 "진짜 정치학"특강에서 강의후 토론에서 사회자의 질문을 듣고 있는 이철희 의원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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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교사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법으로 강제할 일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우리는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국어를 모든 학생에게 많은 시간을 배정해서 강제하고 있다. 유치원부터 초중등교육에서 그리고 고등교육에서조차도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교양국어'와 같은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하게 했다. 사실 영어 수업 시간에 문법을 설명할 때 국어를 사용하며, 사회 과목을 가르칠 때도 국어를 사용하고, 과학 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 음악 미술에서도 국어를 사용해서 수업한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사용해서 국어를 사용하는데 왜 따로 국어 과목을 만들어 국어 수업을 하고 수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하는가? 국민으로서 국어를 사용하더라도 정확한 사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지리·도덕·사회(정치·경제· 사회문화·법 등) 과목을 가르친다고 어느 날 훌륭한 시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분과학문의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사회현상은 분과학문처럼 분절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우리에게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다가온다. 이에 대해 고민하고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SKY 대학 졸업한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훌륭한 시민인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는 공교육이 실패한 나라이다. 공교육은 개인들의 사적인 욕망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교육인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 공교육에서도 계속 사적 욕망에 충실해야 하나? 공교육은 국가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분과 학문 중심의 지식 암기 교육이 그리고 국영수 중심의 5지 선다형 고르기 교육이 국가 공동체의 발전과 존속에 얼마나 공헌을 하고 있나?

우리나라만 그리하자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들이 더 학교 시민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다. 유럽의 10개 나라는 시민교육을 확인하기 위해 국가 중심의 평가체계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시민교육이라는 과목이 생기면 또 5지 선다형 암기식 교육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시민교육 평가 문제들은 모두 논술식의 서술형, 구술형 문제로 자신의 의견을 논증적으로 제시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갖는 시민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세계적으로는 부유할지 몰라도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훌륭하지 못한 나라이다. 민주주의 문화의 지체, 민주시민교육의 지체가 가장 심각하다고 본다."  

"시민교육, 진영논리로 접근해선 안돼"

- 지난 8월 29일 원혜영 의원이 김세연 의원과 공동주최한 '민주시민교육 국회토론회'에서 "오늘날의 민주시민교육은 이 사회에 속한 누구나 훌륭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역량과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공공 서비스'의 성격을 갖는다"고 했다.
"유럽연합 소속 국가 24개국 중 20개국이 그들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초중고에서 '시민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공공서비스다. 국가에서 공교육으로 제공해야 공공서비스이다. 국영수 등 개인의 진학과 취업을 위한 과목보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국가에서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가 아닐까 한다."
 
- 공동 발의 의원을 섭외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사실 시민교육을 진영논리로 보는 인식이 있어 많은 의원의 공동발의를 받지는 못했다. 이제 민주주의, 민주시민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논의 과정에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편견들이 사라졌으면 한다."

- 대선 당일 "민주당이 개혁과제는 많은데 이를 다 감당할 수 있을지 사실은 두렵다"고 말했고 조국 장관 사퇴 다음 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철희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정도이면 우리나라 정치에 희망이 없는 것 아니냐"는 회의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 정치에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출마 선언한 것이 절대 아니다. 가장 개혁이 필요한 곳 중 하나가 국회다. 제가 번아웃된 이유도 없지는 않았지만, 국회라는 그라운드 안에서 정치를 개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정치 개혁과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국회에 변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저보다 더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이 비워진 제 자리에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 불출마가 정치에 대한 회의감이나 혐오를 키우는 데 이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학교시민교육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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