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영된 MBC < 뉴스데스크 >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MBC < 뉴스데스크 >의 한 장면 ⓒ MBC

 
Mnet <프로듀스101> 시리즈 투표 조작 사건의 경찰 수사가 점차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서울지방경찰청장 정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용표 청장은 "현재까지 프듀 관련 입건자는 앞서 구속된 PD 등을 포함해  CJ ENM 고위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를 포함해 10여명"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는 Mnet 부문 대표인 신형관 CJ ENM 부사장을 경찰이 압수수색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신 부사장은 <프듀> 시리즈뿐만 아니라 <아이돌학교> 등 그동안 의혹이 불거진 오디션 프로그램의 총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경찰 수사의 칼날은 이미 구속된 제작진을 넘어 CJ ENM, Mnet의 윗선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번 <프듀> 사태에 대해 일각에선 '특정 대기업이 방송사, 연예 기획사, 연예인(가수)등을 동시에 거느리고 각종 수익업을 펼치며 진행하는 문어발식 대중문화사업을 이젠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프듀'의 폐해... 대기업+방송사의 연예계 지배력 강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워너원(시즌2)은 불과 1년 6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앨범 판매와 스트리밍 매출, 월드투어 수입 등으로 수백억 원~1000억 원에 달하는 총매출을 올렸다. 아이즈원(시즌3) 역시 일본 등 해외 공연 중심으로 최근까지 상업적 대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되짚어보면, 이들 그룹의 대성공 뒤엔 CJ ENM이 강력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동안 <프듀> 시리즈의 폐해는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방송국 측의 연예 기획사 지배력 강화는 결국 아이돌 시장의 CJ ENM 쏠림 현상을 초래했다.     

연예기획사 입장에서 방송사는 오랜 기간 '갑'의 위치에 놓인 존재였다. 그런데 엠넷을 보유한 CJ ENM은 이를 뛰어 넘어, 직접 기획사 지분을 소유하고 중소기획사가 양성한 연습생 인력을 활용, 방송을 통해 손쉽게 신인 가수를 발굴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요계 수직 계열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진행시켰다.  

<프듀> 시리즈가 탄생한 2016년 이후로 중소 기획사 신인 팀 중에선 <프듀> 그룹 출신 멤버가 속했거나 오디션 상위권 연습생이 포함된 파생 데뷔 그룹들이 주로 대중들의 관심을 얻었다. 반면 CJ ENM이 관여하는 <프듀>에서 만든 그룹은 데뷔와 동시에 승승장구했다. Mnet이라는 방송 매체를 통해 2개월 이상 생생하게 데뷔조 구성 과정이 안방으로 전달되었는데, 이것이 가져온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또 '국민 프로듀서'라는 직함을 내걸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내가 만든 그룹'으로 인식하게끔 해서 일찌감치 열혈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다. 

데뷔뿐 아니라 새 음반 발표 때마다 '컴백쇼' 명목으로 1시간 이상의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해주기도 했다. 정식 활동에 돌입하면 tvN, Olive, XtvN 등 자사 케이블 채널의 인기 예능엔 어김없이 해당 멤버들이 초대손님으로 등장해 홍보를 펼쳤다. 

그룹 관련 굿즈는 CJ ENM쇼핑사업부문인 CJ오쇼핑을 통해 특별 판매전으로 진행되는가 하면, KCON으로 대표되는 CJ 주최 해외 대형 콘서트의 중심엔 '프듀 그룹'이 자리 잡고 있다. 비록 연기되긴 했지만 아이즈원의 콘서트는 영화로 제작되어 역시 자사 극장 체인인 CGV를 통해 개봉될 예정이었다. 

사실상 CJ ENM이 50% 이상 챙기는 구조
 
'X1(엑스원)' 희망을 담아! X1(엑스원)이 27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 X1(엑스원) 데뷔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11명의 희망이 만나 비상하는 날갯짓과 여정을 표현한 첫 번째 미니앨범 <비상 : QUANTUM LEAP(비상 : 퀀텀 리프)>을 발매하며 첫 선을 보이는 X1(엑스원)은 Mnet '프로듀스X101'을 통해 만들어진 그룹으로 한승우, 조승연, 김우석, 김요한, 이한결, 차준호, 손동표, 강민희, 이은상, 송형준, 남도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X1(엑스원) ⓒ 이정민

  
​그룹 활동에 수많은 업체가 관여한다지만 일부 멤버의 소속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CJ ENM 혹은 지분 소유 자회사들의 영향력과 비중이 크다. 별도의 기획사(스윙, 오프더레코드)를 통해 프듀 그룹을 운영, 관리하는데 여기에 제작비(자본)을 투입하는 건 CJ 였고 이들 그룹이 벌어들인 매출의 상당액 역시 CJ로 돌아가는 구조가 형성된다.   

원칙대로라면 프듀 그룹의 수익 배분에서 CJ ENM은 25%를 받게 되고 위탁 매니지먼트업체 25%, 나머지 50%는 각 멤버들 소속사로 지불해 별도로 정해진 계약에 따라 금액을 나누게 된다. 아이오아이(시즌1), 워너원(시즌2)만 하더라도 CJ와 무관한 제3의 업체인 YMC엔터테인먼트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매니지먼트 업무를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중반 워너원의 관리 주체가 CJ ENM 측이 별도로 설립한 자회사 스윙엔터테인먼트로 변경되었고, 이곳은 현재 엑스원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아이즈원 역시 CJ ENM 산하 오프더레코드가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론상 25%+25%=50%의 몫은 CJ ENM 및 자회사가 받는 구조가 형성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 그룹의 음반, 음원 유통 업무 역시 CJ ENM의 산하 스톤뮤직이 담당하고 있다. 음반 한 장이 팔릴 때마다, 음원 1곡이 다운로드되고 스트리밍 될때마다 발생하는 유통사 몫의 금액도 CJ ENM 측이 추가로 확보하는 셈이다.

문어발식 대중문화 사업 확장... 법적 제동 장치 필요
 
 지난 12일 방영된 MBC < 뉴스데스크 >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MBC < 뉴스데스크 >의 한 장면 ⓒ MBC

 
일련의 사태로 인해 '연예계 독과점 및 수직계열화에 대한 법적 제동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Mnet의 운영주체인 CJ ENM은 기존 영화 배급 및 극장 운영, 방송, 유통업(홈쇼핑) 등 굵직한 대표 사업 외에도 다수의 연예기획사(음반레이블)지분 소유, 공연 기획업, 콘텐츠 제작업(영화 및 드라마 제작 ) 등 다방면에 걸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이라면 <프듀>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사업 진행이 법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애초 업계 관행처럼 시행하지 않는 편이다. 1948년 이른바 '파라마운트 판결'이 나온 미국의 경우 영화 배급과 극장업이 강제 분리된 지 오래다. 소니, 워너, 유니버설 등 음반 제작사 혹은 방송국이 매니지먼트업(연예기획사)을 병행하지 않는 건 법과 상관 없이 당연시 되어온 일이다.  

지금까진 CJ 및 CGV를 중심으로 영화 분야 독과점에 대한 업계 및 관련 단체들의 쓴소리가 이어졌지만, 이번 <프듀> 사태를 계기로 영화뿐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문어발식 사업에 대한 규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과점 및 수직계열화는 단순히 이익 몰아주기뿐만 아니라 소수 사람들에 의한 대중문화 왜곡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진상 규명, 관련자 처벌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뒤따라야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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