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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애들이 초등학생에 입학하면 용돈을 주기로 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은 매주 월요일 1000원입니다. 한 학년씩 올라가면 1000원씩 올리기로 했습니다.

현재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니까 3000원을 받습니다. 아들에게 적은지 많은지 물으니 고민없이 적당하다고 합니다. 사소한 잉어(붕어)빵부터 웬만한 장난감까지 다 사주니 부족함이 없는 듯합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규칙적으로 용돈 받는 것은 언감생심인데 말입니다. 

아들에게 용돈을 줄 때 아껴쓰라고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필요할 때 반드시 쓰라고 말합니다. 맘껏 써도 된다고 했습니다. 일절 부모님이 관여하지 않을 테니 모아서 장난감을 사든지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든지 스스로 판단해서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용돈을 넘어서는 물건이 있으면 아빠나 엄마에게 부탁하면 특별히 보태 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가 용돈을 아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 제때 쓸 수 있길 바랍니다. 더 나아가서 생활에 불편이 없는 한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아빠의 용돈 사랑 메모 매번 거르지 않고 일요일저녁에 한주를 더듬어 아들에게 글을 남기고 책상 위에 올려 둔다.
▲ 아빠의 용돈 사랑 메모 매번 거르지 않고 일요일저녁에 한주를 더듬어 아들에게 글을 남기고 책상 위에 올려 둔다.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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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는 그냥 책상 위에 올려뒀는데, 작년부터인가 용돈에 메모를 붙이기로 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란 책을 읽고 곰곰이 생각했지요. 용돈을 그냥 주는 것보다 교육적으로 뭔가를 보태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작은 메모(포스트잇)였어요. 편지가 아닌 간략한 메모를 남기기로. 앞으로 용돈에 메모를 남길 테니 "아들아, 부담없이 읽어보렴" 하고 말했습니다.

첫 용돈 메모지를 본 아들은 "아빠 상자 하나 줘"라고 하더군요. 메모지를 모으겠다고 하더군요. 큰 일 났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저녁이면 어떤 말을 아들에게 들려 줄까 고민합니다. 거창하지 않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가끔 월요일 아침에 부랴부랴 작은 메모지에 글을 남기기 바쁘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사랑으로 충만하답니다. 한 번도 거른 일이 없답니다. 화요일날 쓴 경우가 몇 번 있지만은요. 메모(포스트잇)에는 앞 주의 일이나 이번 주에 있을 일 또는 격려의 글 등을 짧게 씁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림을 하나 그립니다. 물론 수준 이하의 그림이지만요.  
 
용돈메모들과 붙여준 메모 용돈을 받으면 어김없이 식탁 테이블 위, 아이비화분에 붙인다. 우리 알들^^
▲ 용돈메모들과 붙여준 메모 용돈을 받으면 어김없이 식탁 테이블 위, 아이비화분에 붙인다. 우리 알들^^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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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위해 몰래 상자를 열어봤습니다. 첫 메모가 2018.6.4일이라고 적혀 있으니 1년은 훌쩍 넘었네요. 정성스런 글씨도 보이고 바빠서 휘날려 쓴 글도 보이네요.

아들이 3학년이니까 아빠의 사랑을 담은 메모를 지폐에 붙여 3000원을 올려 둡니다. 조심스럽게 아빠가 쓴 글 읽어보냐고 물으보면 아들은 "당연히 읽지, 그걸 물어봐"라고 귀엽게 말한답니다. 기특하게도 그 메모를 읽고는 일주일간 테이블 위 아이비 화분에 붙입니다. 

아내는 월요일 저녁 밥을 먹으며 한 번 쓱 읽어봅니다. "으슥대며 잘 썼지?" 하고 물으면 "응" 하고 짧게 돌아오지만요. 우리 딸은 5살입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아들에게 한 것처럼 딸에게 할 계획입니다(여보, 딸은 자기가 하면 안 되겠니? 같이 하자?).
 
할아버지가 쓴 봉투들 어린이날, 생일, 설날 및 추석, 입학 때 어김없이 봉투에 사랑을 듬뿍 적어 손자,손녀에게 준 용돈봉투
▲ 할아버지가 쓴 봉투들 어린이날, 생일, 설날 및 추석, 입학 때 어김없이 봉투에 사랑을 듬뿍 적어 손자,손녀에게 준 용돈봉투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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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돈 메모를 쓴 계기는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의 아버지입니다. 작년에 세상을 떠나셨지만 아버지께서는 손자, 손녀들에게 명절날, 어린이날, 생일날 항상 봉투에 짧게 한 마디 써서 주셨답니다. 스승의 날에는 우리 부부에게도 봉투에 스승의 날을 축하하며 외식하라고 금일봉을 주셨으니 멋진 분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엄격하셔서 가까이 가지 못했지만, 결혼하고 차츰 그 간격을 줄여 아버지와 함께 여름에 세 번 가족여행도 갔습니다. 그러나 입원 한 번 한 적 없고 건강하게 산을 오가던 아버지도 갑자기 찾아온 병마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낙엽이었나 봅니다.

한시의 한 구절이자 한자성어인 '풍수지탄'이 저를 두고 한 말 같습니다. 기다려주지 않는 것. 오히려 앞서 나가야 한다는 것.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에게 못다한 사랑, 제가 더욱 열심히 사랑을 베풀테니 하늘 나라에 계신 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었으면 합니다. 다음 주제는 가벼운 것으로 쓸까 합니다. '박스의 변신. 장난감 되다'로 정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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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나누며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을 쑥쑥 자라게 물을 뿌려 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또는 따뜻하게 볼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는데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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