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 영화 <마지막 잎새> 씨네콘서트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 영화 <마지막 잎새> 씨네콘서트 ⓒ 성하훈

 
 
강릉에서 새로운 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주제는 문학이다.
 
강릉국제영화제(아래 강릉영화제)가 8일 저녁 강릉아트센터에서 개막식을 갖고 첫 출발을 알렸다. 이날 개막식에는 안성기 자문위원장과 김래원 배우를 비롯해 이장호 감독, 이창동 감독, 중국의 지아캉커 감독,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창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브졸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인 마르틴 떼루안느와 장마르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떼루안느 부부 등전 세계 영화인들이 참석해 개막을 축하했다.
 
개막식 참석자들 면면을 보면 해외 주요 영화계 인사들의 참여가 돋보인다. 부산영화제 수준과 비슷할 만큼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공들인 노력이 역력했다. 10개 이상 해외영화제 위원장들은 9일 저녁 '21세기 국제영화제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개최하는 포럼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개막식은 단출하면서도 기품있게 진행됐다. 강릉 출신 배우 김서형이 사회자 역할의 호스트로 개막식 행사를 안내했다. 틀에 박힌 형식이 아닌 간결하면서도 품위 있는 개막식이었다. 1912년 제작된 12분 무성영화 <마지막 잎새> 상영과 관현악단의 연주가 함께하는 씨네콘서트가 축하공연으로 진행됐고, 이어 개막작 <감쪽같은 그녀>의 허인무 감독과 나문희, 김수안 배우의 무대인사가 있은 후 바로 개막작 상영으로 이어졌다.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감쪽같은 그녀>는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에게 어느날 손녀라고 소개하는 열두상 공주가 갓난아이 진주와 함께 찾아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감싸고 보듬어 주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영진위의 가족영화제작지원을 받은 영화로 부산에서 촬영됐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상업영화다.
 
 1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작 <감쪽같은 그녀> 허인무 감독과 나문희, 김수안 등 출연배우들

1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작 <감쪽같은 그녀> 허인무 감독과 나문희, 김수안 등 출연배우들 ⓒ 강릉국제영화제

 
강릉영화제는 <감쪽같은 그녀>에 대해 "국민배우 나문희 선생과 신예 배우 김수안의 만남이 빚어낸 환상적인 앙상블과 세대 간 화합을 이뤄내는 영화 스토리가 영화제의 키워드인 마스터즈&뉴커머즈와 일맥상통해 더할 나위 없다"며 "축제의 시작으로 제격인 영화"라고 밝혔다. 
 
강릉영화제는 문학작품이 원작인 영화들을 중심으로 상영작을 선정했다. 최인호 작가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겨울나그네>, <고래사냥>, <바보들의 행진>, <별들의 고향> 등 고전작품을 중심으로 일본의 거장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특별전 등 32개국 73편이 상영된다. 문학외에 강릉이라는 지역성과 거장과 신예 감독의 작품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3년 간 강원도에서 신설된 영화제만 3개
 
강릉국제영화제는 강원권에서 치러지는 4번째 영화라는 특징이 있다. 정동진에서 매해 여름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와 2017년 양양에서 시작된 그랑블루페스티벌, 그리고 지난 8월 첫회 막을 올린 평창남북평화제에 이은 행사로 최근 3년 동안에 3개의 영화제가 새로 생겨난 셈이다.
 
강릉영화제는 지난 2월 강릉시와 강릉문화재단을 중심으로 강릉문학영화제 포럼을 개최하면서 준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강릉국제문학영화제로 이름을 정했다가 지난 7월 강릉국제영화제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 8월에는 조직위원장에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이사장이, 예술감독에는 김홍준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예술감독이 위촉되면서 조직이 꾸려졌다.
 
강원지역 문화예술단체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지역에서 우려가 많았으나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위촉되는 과정에서 영화제 명칭이 변경됐고, 준비가 늦게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강릉국제영화제 김동호 조직위원장, 안성기 자문위원장, 김한근 강릉시장

강릉국제영화제 김동호 조직위원장, 안성기 자문위원장, 김한근 강릉시장 ⓒ 강릉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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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가 간판으로 내세운 김동호 조직위원장의 상징성은 준비 과정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비중과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에 10여개가 넘는 국제영화제들의 신생 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것도 김동호 조직위원장의 힘이기도 했다.
 
다만 첫 회 개막식의 내용과 면면은 화려하면서도 알차게 보였으나 특색있는 영화제로 발전할 수 있을지, 아니며 또 하나의 단순한 영화제가 될지는 첫 출발의 기세가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첫 걸음을 떼면서 외형적인 면에 치중한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다. 

개막식에 원로영화인들이 초청됐으나 일부 원로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를 세계적 영화제로 성장시켰고, 집행위원장과 이사장을 거친 80대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무리하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한 원로영화인은 "해외에 부산영화제를 대표하는 인사로 알려졌으면, 그걸로 끝내고 원로로서 후배들을 도와주고 자문해 주는 역할이나 해야지 무슨 새로운 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을 맡냐"고 비판적으로 말했다. . 
 
올해 평창남북평화영화제가 평창과 강릉을 연계해 개최된 가운데, 평창영화제에서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중 강릉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데 대해 영화계 일부의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
 
 1회 강릉국제영화제 포스터

1회 강릉국제영화제 포스터 ⓒ 강릉영화제

 
물론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한사코 강릉영화제를 이끄는 것을 사양했으나, 강릉시장이 수차례 김동호 조직위원장 집에 찾아오는 등 삼고초려를 통해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을 영입한 김한근 강릉시장은 개막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을 옥죈 박근혜 정권의 바탕이었던 자유한국당 소속 시장으로서 한계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영화계 일부의 우려디. 영화제의 준비를 강릉시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영화제와 관련된 논의에서 강릉시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동호 조직위원장 역시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인사로 위상과 명망이 높기는 하나, 박근혜 정권 시절 문화융성위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고 부산영화제 탄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은 약점으로 평가된다.
 
결국 강릉시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철저히 유지하며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제 출발해 국고보조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강릉시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될 수 있는 측면도 변수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지역을 넘어 전국의 관객들이 강릉으로 몰려들 수 있는 여부가 향후 강릉영화제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릉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예매 매진이 속출하는 등 관심이 높아 보인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강릉영화제는 오는 14일까지 강릉아트센터와 CGV 강릉,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경포해변 등지에서 다양한 부대와 함께 함께 진행된다.
강릉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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