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이하 WBSC)에서 주관하는 제2회 '2019 프리미어 12'가 지난 2일 막을 올렸다. 드디어 대한민국이 포함된 C조의 조별리그 일정도 6일부터 시작이다. 대한민국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A조 조별리그는 슈퍼 라운드를 위해 태평양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다른 조들보다 일정이 빨랐다. 2일(현지 시각)부터 이미 경기가 시작됐다. 멕시코는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을 모두 꺾고 조 1위를 확정지었다. 3경기를 모두 치른 미국은 2승 1패로 조 2위에 올랐다. 

대만에서 열리는 B조 일정도 5일부터 시작됐다. 첫 경기를 마친 가운데 일본과 대만이 각각 베네수엘라와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 먼저 1승을 거둔 상태다. 각 조별로 4팀이 배정된 가운데, 상위 2팀씩 총 6팀이 일본에서 슈퍼 라운드를 치르게 된다. 준결승전 없이 슈퍼 라운드 성적 상위 2팀이 결승전을 치르며, 3위와 4위가 최종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4년 전보다 어려워진 대회 방식, 각 조 2위까지만 생존
 
 프리미어12에 출전해 호주와의 C조 예선 경기를 하루 앞둔 한국대표팀이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2019.11.5

프리미어12에 출전해 호주와의 C조 예선 경기를 하루 앞둔 한국대표팀이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2019.11.5 ⓒ 연합뉴스

 
4년 전 초대 대회에서는 6팀 씩 2개 조로 나뉘어 1라운드를 치렀으며 각 조에서 4위 안에만 들어도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1라운드에서 일본과 미국에게 패했지만 B조 3위로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8강전에서 쿠바를 꺾은 뒤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각각 일본과 미국을 상대로 설욕에 성공하며 우승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부터는 1라운드 조 편성이 2개 조가 아니라 3개 조로 바뀌었다. 각 4팀 씩 편성되어 리그를 치르고, 각 조에서 2위까지만 생존하여 슈퍼 라운드를 치르는 방식이다. 슈퍼 라운드는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의 홈 구장인 ZOZO 마린 스타디움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 경기장인 도쿄 돔에서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서 초대 대회와는 달리 1경기만 놓치더라도 1라운드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2013년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서 네덜란드에게 무기력하게 패하는 바람에 2승 1패를 기록하고도 조 3위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적이 있다.

WBSC 랭킹 1위 일본과 2위 미국 그리고 3위 대한민국이 각각 다른 조에 편성되면서 일단 지난 대회와는 다르게 일본, 미국, 대만(4위) 등과 한 조에서 만나지 않게 됐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경기가 열리는 C조에는 쿠바(5위), 호주(7위, 첫 참가) 그리고 캐나다(10위)가 배정됐다.

일단 1라운드에서 일본, 미국, 대만, 멕시코(6위) 등을 모두 피했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다만 아마추어 야구 최강이라 불리었던 쿠바가 같은 조에 포함돼 조별리그가 마냥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번 대회에 첫 출전하는 호주도 프로리그 역사가 짧다지만 마냥 무시할 팀은 아니며 캐나다 역시 메이저리그의 영향권에 있는 국가로서 무시할 수 없다.

슈퍼 라운드 도입, 1라운드 결과 중 1경기 그대로 반영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선보였던 슈퍼 라운드 제도가 프리미어 12에도 이번 대회부터 도입된다. 슈퍼 라운드는 1라운드에서 생존한 총 6팀이 한꺼번에 리그를 치르는 방식인데, 각 팀이 5경기가 아닌 4경기를 치르게 된다.

모든 팀이 슈퍼 라운드에서 만나게 되기 때문에, 1라운드에서 상대했던 팀들 중 1팀은 슈퍼 라운드에서 같이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1라운드에서 만났던 팀과는 슈퍼 라운드에서 재대결을 실시하지 않는다. 슈퍼 라운드는 1라운드에서 치렀던 경기 결과를 그대로 안고 간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이 1라운드에서 2승 1패를 기록했을 때, 대한민국에게 승리한 팀이 슈퍼 라운드에 진출했을 경우 대한민국은 슈퍼 라운드에서 1패를 떠안고 시작한다. 반대로 대한민국에게 승리한 팀이 슈퍼 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경우, 대한민국은 다른 상대 팀과의 1승 전적을 얹어서 시작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아시안 게임의 첫 경기였던 대만과의 경기에서 타선의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인해 1-2로 패했다. 다행히 슈퍼 라운드에서는 대한민국이 2경기를 모두 승리하여 결승에 진출했고, 대한민국에게 승리했던 대만은 일본에게 패하는 바람에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만일 대한민국이 쿠바나 호주 또는 캐나다에게 1패라도 당하고 대한민국에게 승리한 팀이 슈퍼 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면 이번에도 슈퍼 라운드는 심리적으로 힘들어진다. 준결승전 토너먼트 없이 슈퍼 라운드에서 2위 안에 들어야 결승 진출이 가능해지고, 3위가 될 경우에는 4위와 순위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올림픽 최종 예선 진출 실패, 본선 티켓 걸린 마지막 기회

202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 야구 본선은 총 6팀이다. 우선 일본은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진출했으며, 아프리카와 유럽 지역 예선 1위 팀, 아메리카 지역 예선 1위 팀에게 1장 씩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번 프리미어 12에서 티켓 2장이 걸려있다.

우선 아메리카 참가 팀인 미국, 쿠바, 멕시코, 베네수엘라(9위), 캐나다(10위), 푸에르토리코(11위), 도미니카 공화국(12위) 중 이번 대회 성적이 가장 좋은 팀에게 1장이 주어진다. 다음 1장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참가 팀인 대한민국과 대만, 호주 중에서 1장이 주어지는데,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참가 팀이 슈퍼 라운드에 아무도 진출하지 못하게 되면 티켓은 와일드 카드 성격의 최종 예선으로 이월된다.

올림픽 최종 예선은 아프리카와 유럽 지역 예선 2위, 아메리카 지역 예선 2위와 3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위 팀 그리고 아시아 야구 선수권 상위 2팀까지 총 6팀이 치른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대학 선수들로 출전했던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바람에 올림픽 최종 예선은 대만과 중국이 진출하게 됐다.

결국 대한민국이 올림픽 야구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프리미어 12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의 수밖에 없다.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2가지다. 첫 번째 조건은 최소한 슈퍼 라운드 진출이고, 만일 대만이나 호주가 슈퍼 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면 그들보다 높은 순위로 대회를 마쳐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대만이 B조 2위 안에 들지 못하여 슈퍼 라운드 진출에 실패하는 경우인데, 우선 B조에서 일본과 대만이 각각 1승을 거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가 대만을 꺾는 이변이 연출되지 않는 한 이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대한민국이 호주에게 승리하고 슈퍼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대한민국과 대만이 모두 슈퍼 라운드에 진출하는 경우다. 호주가 슈퍼 라운드에 함께 진출하는 경우의 수도 있지만, 조별리그에서 대한민국이 호주를 꺾는다면 슈퍼 라운드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슈퍼 라운드에서 대만을 반드시 꺾고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최대한 높은 순위를 기록하면 된다.

본선 티켓 획득이 가장 어려운 시나리오는 대만이나 호주가 슈퍼 라운드에서 4위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다. 슈퍼 라운드 3위와 4위는 순위 결정전을 치르기 때문에 이럴 경우 대한민국은 최소 결승에 진출해야 올림픽 본선 티켓을 얻을 수 있다. 만일 이들이 결승까지 진출할 경우 대한민국은 무조건 우승해야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이번 대회가 첫 출전인 호주는 이변을 일으키지 않는 한 대한민국이나 쿠바를 넘어 슈퍼 라운드에 진출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대만은 일본과 함께 슈퍼 라운드에 진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으로, 만일 일본까지 꺾고 B조 1위로 올라올 경우 대만과의 경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호주, 양현종의 어깨에 달린 운명
 
 양현종

양현종 ⓒ 연합뉴스

 
결국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무도 없다. 만일 대한민국이 1패를 당하고, 그 상대 팀이 슈퍼 라운드에 함께 올라갈 경우 결승에 갈 때까지 그 부담감이 커진다.

우선 올림픽 본선 티켓을 놓고 경쟁하는 첫 상대 호주를 C조 개막전부터 만난다. 대표팀에서는 처음부터 훈련을 함께했던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1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한다. 올 시즌 최동원상 수상에는 안타깝게 실패했지만, 올 시즌 평균 자책점 1위(2.29)를 기록해 기대가 큰 상황이다.

물론 디펜딩 챔피언인 대한민국의 이번 대회 목표는 최소 올림픽 본선 티켓 정도가 아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대회이며, 만나기만 하면 치열한 혈투를 벌이는 일본 역시 꼭 승리해야 할 대상이다. 서울에서 상대할 쿠바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2년 전 제 4회 WBC에서 이른바 '고척 참사'를 경험했다. WBC에 첫 출전했던 이스라엘을 상대로 졸전 끝에 패했고, 유독 WBC에서 네덜란드에게 2회 연속 약한 모습을 보이며 무기력하게 2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대만과 혈투 끝에 겨우 승리하며 제 5회 WBC 본선 진출 자격은 유지했지만 사실상 3경기 모두 졸전이었다.

첫 경기 상대 팀인 호주도 KBO리그 경험이 있는 트래비스 브랙클리 등을 포함하여 나름 수준급 선수들을 선발했다. 캐나다 대표팀에는 올 시즌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를 거쳤던 브록 다익손이 있으며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험이 있는 마이클 손더스도 있다.

양현종은 통산 국제 대회 8경기에서 31.2이닝 7자책 평균 자책점 1.99를 기록했다. 다만 2017년 WBC에서 3이닝 3실점했던 점이 있었던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그랬던 만큼 양현종은 다른 선수들이 인터뷰를 실시했던 5일에도 인텨뷰 없이 자신의 페이스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했을 정도다.

첫 상대인 호주부터가 올림픽 본선 티켓 경쟁 상대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상대가 누가 되든 대회의 첫 경기는 항상 중요했다. 다만 대한민국은 지난 대회 개막전(일본) 때도 그랬고, 2017년 WBC(이스라엘), 지난 해 아시안 게임(대만)까지 대회 첫 경기를 패했던 징크스를 떨쳐내야 한다. 선발로 등판하는 양현종을 필두로 대표팀 선수들이 징크스를 깨고 가볍게 출발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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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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