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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북 안동에서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가 열렸다.
 4일, 경북 안동에서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가 열렸다.
ⓒ 교육감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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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시·도 교육감들이 연기명으로 정부의 '대입 정시(수능) 확대' 움직임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4일 오후 경북 안동시 한 호텔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교육감협) 제69회 총회에서 난상토론을 거치고서다.

교육부가 이달 안에 '수능 반영 비율 확대' 등을 담은 대입공정성확보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나온 교육감들의 집단 성명서여서 주목된다.

"정시 확대는 정부의 신뢰 저버리는 일"

성명에 이름을 올린 교육감들은 "정시 비율을 줄이고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현 정부의 공약이었다"면서 "그런데 지난 10월 22일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을 높이겠다고 말해 교육계는 말할 것도 없고 시민·사회 단체를 당혹스럽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감들은 "이건 정부의 신뢰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믿음마저 저버리는 일이다. 말을 뒤집고 또 다른 말을 꺼내놓으면 과연 누가 이 정부를 신뢰하고 공교육을 믿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런 뒤 교육감들은 "정시 선발 비율을 늘리겠다는 말은 교육의 국가 책임을 저버리겠다는 선언"이라고 규정하면서 "우리 교실을 10여 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말이다. 고교학점제에 맞추어 토론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 등으로 깨어난 교실을 다시 잠자는 교실로 만들겠다는 소리다"라고 수능 확대세력을 직접 겨눴다.

그러면서 "객관식 문제를 주고 아이들을 줄 세우겠다는 건 국가가 앞장 서서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다. 지역과 계층에 따른 불균형에 눈 감겠다는 무책임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끝으로 교육감들은 "고교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몰고 갈 정시 선발 비율 확대 시도를 즉각 중단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성명은 오후 6시쯤에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정 시각보다 1시간이 지난 오후 7시쯤에 나왔다. 명의는 교육감협이 아닌 12명의 교육감 연명이었다. 성명 발표에 찬성하지 않은 교육감이 5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성명에 이름을 올린 교육감이다.

충청북도교육감 김병우, 대구광역시교육감 강은희,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이석문, 울산광역시교육감 노옥희, 충청남도교육감 김지철,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전라북도교육감 김승환, 광주광역시교육감 장휘국,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인천광역시교육감 도성훈, 전라남도교육감 장석웅, 경상북도교육감 임종식.
 

보수로 분류된 대구, 경북 교육감이 이름을 올린 것이 눈길을 끈다. 반면 진보로 분류된 경기, 부산, 경남, 세종 교육감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중도 성향의 대전 교육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교육감들은 오후 4시쯤부터 성명 발표 여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기자들과 시도교육청 직원들은 물론 교육부 직원과 교육감협 사무처 직원들까지 모두 밖으로 내보내 놓고서다. 교육감협 사무처 관계자는 "이렇게 사무처 직원까지 나가 있으라고 한 것은 교육감협이 생긴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교육감협 회장(전북도교육감)은 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일부 교육감이) 지역에서 이미 정시 반대 의견을 냈는데 또 내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이견을 냈다"며 교육감협 전체 명의로 성명이 나오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감협 대입연구단 "수능은 참고자료로만 활용을" 
 
4일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모습.
 4일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모습.
ⓒ 교육감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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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오후 2시 30분, 교육감협 소속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은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중장기 대입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확대 적용을 지시한 수능(정시)은 '대학 입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 따른 2028학년도 대입개편방안을 연구단 차원에서 내놓은 것이다.

연구단은 2028학년도부터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형유형도 학생부전형, 교과전형, 수능전형, 실기전형 등 4가지만 남겨두는 전형 단순화 방안이다.

수능은 7월과 12월 두 차례 치르도록 하되 'A, B, C, D, E' 5단계로 절대평가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수능에서는 영어·한국사가 절대평가이지만 상대평가인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9등급제로 운영하고 있다.

박종훈 단장(경남도교육감)은 "정부의 정시확대 기류에 대해 고등학교 현장의 우려가 매우 깊으며 교육감들의 우려는 더 깊다"며 정시 확대에 반대 뜻을 명확히 밝혔다.

태그:#수능 확대 논란, #시도교육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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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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