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제목만 들었을 땐 교복 입은 청춘 남녀가 꿈결처럼 예쁜 사랑을 하는 순정만화류의 영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는 나의 예상을 180도 뒤엎었다. 교복을 입긴 입었으되 이야기는 판타지 하나 없는 현실 그대로의 것이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CGV에서 영화 <열여섯의 봄>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아이폰 밀수하는 열여섯의 소녀
 
 영화 <열여섯의 봄>

영화 <열여섯의 봄> ⓒ ㈜디스테이션

 
이 영화는, 중국에 있는 집에서 홍콩에 있는 학교까지 매일 국경을 넘나드는 '류즈페이'(황야오 분)가 우연히 아이폰 밀수에 가담하며 벌어지는 위태로운 일들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바이슈에 감독은 영화의 완성도에 있어서 현실성이 견고하게 기반 돼야 한다고 믿었기에, 매일 홍콩과 중국 선전의 국경을 넘나드는 학생들을 수없이 인터뷰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청소년 문제만을 다루는 작품은 아니다. 물론,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에 주목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눈높이에 맞게 풀어가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곤경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에 모두에게 공감 가는 이야기다.

낮에는 무척이나 평범한 학생이지만, 밤에는 아이폰 밀수 배달부로 범죄를 저지르는 류즈페이. 그의 이중생활을 따라가다 보면 긴장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그는 홍콩 신분증이 있으면서 중국 선전에 거주하는 학생인데 이러한 특이한 배경은 이 나라의 국가적 배경을 엿보게 한다. 

단짝친구 '조'(탕지아원 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여행 경비를 마련하고자 하는 류즈페이는 우연히 '하오'(순양 분)의 밀수조직에 합류하게 되는데, 쉽게 큰돈을 버는 기쁨에 처음엔 마냥 즐거워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며 급기야는 총 배달까지 제안 받고 혼란에 빠진다. 이런 사건적 진폭이, 성숙해보이지만 아직은 여린 열여섯 소녀 류즈페이의 감정을 뒤흔들고 이 배우의 감정선이 긴장감을 일으키며 스크린 위에 폭넓게 흐른다. 황야오는 이 배역으로 '괴물 신인'이라고 불리며 데뷔하자마자 각종 영화제의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큰 주목을 받았다. 

감독과 배우들의 풋풋하고도 화려한 데뷔작
 
 영화 <열여섯의 봄>

영화 <열여섯의 봄> ⓒ ㈜디스테이션

 
'현 시대 청춘을 향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인간의 본성을 다루면서 현시대를 사실적으로 반영한다'는 평을 들으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 영화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수상 및 초청 받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 영화의 특이점은 감독과 배우들의 데뷔작이란 것이다. 북경전영학원 연출전공의 바이슈에 감독은 이 영화로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 명예언급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류즈페이는 우리 시대의 축소판 같은 인물"이라며 "청소년의 성장 이야기뿐 아니라 이 시대의 폐부를 찌르고자 했다"며 제작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류즈페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느끼는 방황이다. 누구나 일탈 혹은 방황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기에, 류즈페이의 위태로운 행보에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다. 가장 친한 친구 '조'와의 둘도 없는 우정, 그리고 곧 이은 치명적인 불화, 더불어 '조'의 남자친구 '하오'와의 삼각관계도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관객은 자신의 열여섯 시절과 현재를 겹쳐 바라보며 이 영화를 감상하게 될 것이다.

별점: ★★★(3/5)
한 줄 평: 필터 빼고 바라본 열여섯의 날들

 
<열여섯의 봄> 관련정보

제목: 열여섯의 봄
영제: The Crossing
감독/각본: 바이슈에
배우: 황야오, 순양, 탕지아원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수입: ㈜엔케이컨텐츠
배급: ㈜디스테이션
개봉: 2019년 11월 7일 
 
열여섯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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