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오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10회초 연장 경기를 류현진이 지켜보고 있다. 2019.10.10

지난 10월 9일(현지시간) 오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10회초 연장 경기를 류현진이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성장한 류현진의 향후 거취에 국내 야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전체 1위다. 또 2013년 빅리그 진출 이후 두 번째로 많은 182.2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막판의 급작스러운 슬럼프와 소속팀의 포스트시즌 조기 탈락이 아쉽긴 했지만,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될만큼 개인 성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

류현진은 올해 다시 FA자격을 얻었다. 지난해 이맘때는 다저스로부터 퀼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를 받아들여 연봉 1790만 달러의 조건으로 잔류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올시즌 건강한 몸상태로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데 성공하며 지난해 류현진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국내에서는 기왕이면 류현진이 익숙한 환경인 다저스에 잔류하기를 바라는 분위기지만, 오히려 현지 언론들은 대체로 류현진과 다저스의 결별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우승에 목마른 다저스는 류현진보다 내구성과 이닝 소화력이 더 뛰어난 투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건강할 때는 누구보다 훌륭한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마운드를 떠나 있던 시간도 길었다는 게 옥에 티다.

류현진은 2015년 어깨 수술로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재활에 투자했다. 2018년에도 사타구니 부상으로 3개월가량을 쉬었다. 나이도 올해 FA시장에 나온 투수들 중에는 많은 편이다. 부상 위험도가 높은 베테랑 선수일수록 장기계약이 요구되는 FA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하여 다수의 미국 현지언론에서도 FA가 되는 투수들 중 게릿 콜(휴스턴)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잭 휠러(뉴욕 메츠),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등을 류현진보다 더 높게 평가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최근 발표한 2019-2020 FA 선수 랭킹 50위 중 류현진은 예상보다 다소 낮은 전체 10위에 그쳤다. 전체적인 평가는 리그 상위권의 투수이긴 하지만, 위험부담이 있는 만큼 고액에 장기계약을 제시하기에는 약간 망설여지는 카드라는 의미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텍사스

일각에서는 류현진의 텍사스행 가능성이 거론되어 눈길을 끌었다. 텍사스에는 또다른 한국인 선수인 추신수가 있다. 한때 류현진의 다저스 팀동료이기도 했던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가 메이저리그에 처음 데뷔하여 2017시즌까지 에이스로 활약한 팀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최근 몇몇 현지 언론보도를 통하여 추신수가 류현진의 영입을 구단에 제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실현 여부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텍사스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텍사스가 다음해 포스트시즌을 노리려면 마운드 보강이 필수적이다. 올해 텍사스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5.47로 30개 구단 중 25위에 머물렀다. 류현진과 같은 87년생 동갑내기인 마이크 마이너(14승 10패, 3.59), 랜스 린(16승 11패, 3.67)이 분전했지만 나머지 선발투수들의 활약은 시원치 않았다.

류현진같은 안정된 선발투수는 텍사스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추신수라는 의지할 수 있는 한국인 동료가 있고, LA만큼은 아니어도 한인 사회가 발달해 있는 지역이라는 건 류현진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 팬들 사이에선 텍사스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그동안 텍사스와 한국인 선수간 궁합이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원조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2002년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의, 당시로서는 대형 계약을 맺었으나 4시즌 동안 68경기 22승 23패 평균자책점 5.79의 초라한 성적만 남기고 결국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트레이드 당했다. 박찬호와 텍사스의 계약은 역대 최악의 메이저리그 FA계약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추신수는 2014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초기 2~3년간은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으나 차츰 안정을 찾으며 텍사스 타선의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텍사스에서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됐고 올해 개인 최다 24홈런을 비롯하여 타율 0.265,61타점, 93득점, 출루율 0.371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완벽한 실패였던 박찬호에 비하여 후반부로 갈수록 그럭저럭 나름의 몫은 해냈지만, 지나치게 높은 몸값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추신수는 2020년을 끝으로 텍사스와 계약이 만료된다. 마지막해 연봉은 2100만 달러다.

추신수와 류현진의 만남, 과연 시너지 낼 수 있을까

텍사스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 리그 소속인데다 홈구장인 '글로브 라이프 필드'는 타자친화형 구장으로 유명하다. 역시 다저스 소속으로 전성기를 보냈던 박찬호가 텍사스로 이적하자마자 급격히 무너진 데는 허리 부상이 치명적이긴 했지만, 텍사스 홈구장(당시에는 알링턴파크)와 아메리칸리그에 대한 적응 실패, 처음으로 1선발 역할을 맡게된 것(다저스에서는 2,3선발)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탈삼진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기교형 투수로 정착한데다, 역시 부상전력도 있는 류현진에게는 위험부담이 크다. 또한 텍사스의 현재 전력을 감안할 때 우승 가능성만 높고보면 다저스에 잔류하는 것이 훨씬 낫다. 만에 하나 류현진마저 텍사스에서 적응에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한국인 선수와 텍사스의 악연은 빼도박도 못할 징크스처럼 굳어질 수 있다.

추신수와의 한국인 선수간 시너지 효과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추신수와 텍사스의 계약기간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더구나 추신수는 텍사스에서의 애매한 활약 때문에 계약 마지막해이자 3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도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인 슈퍼스타들이 한 팀에 함께 뛰면 국내 팬들의 응원이 집중되는 재미는 있겠지만 , 현실적으로 이 조합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불분명하다.

어느덧 30대를 넘겨 커리어의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류현진에게 이번 계약은 규모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쩌면 메이저리그에서 '최전성기의 기간을 함께 보낼 마지막 구단'을 선택하는 것이기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메이저리그 류현진 추신수 박찬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