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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일상과 잠시나마 멀어지는 일이다. 머나먼 타지에 가서 새로운 풍경을 보다 보면 때로 '이런 곳에서 산다면 어떨까' 싶어지기도 한다. 간혹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에서 사는 것을 꿈꿔보지만, 한국에서 멀지 않은 국가에서의 삶을 그려보기도 한다. 만약 한국과 '가까우면서도 먼' 일본에서 얼마 동안이라도 살게 된다면 과연 어떤 나날을 보내게 될까?
 
 김경년 <오마이뉴스> 편집부국장의 책 <도쿄 옥탑방일기> 표지 사진
 김경년 <오마이뉴스> 편집부국장의 책 <도쿄 옥탑방일기> 표지 사진
ⓒ 부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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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년 <오마이뉴스> 편집부국장의 책 <도쿄옥탑방일기>는 1년간 일본에서 살면서 겪은 일을 담았다. 언론인 해외 연수로 일본에 간 저자가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도쿄의 어느 옥탑방에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주된 내용이다.

일본 도쿄에서 1년 살아보기

책에 실린 여러 에피소드 중 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가 동네 산책 중 길을 잃어 3시간 만에 귀가한 경험담은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 같다. 
 
"이리야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보니,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씩~하고 웃더니 자기도 잘 모른다며 사무실 안쪽에서 지도를 몇 권 가지고 나왔다. (중략) 고개를 갸웃갸웃하더니 급기야 안에 있던 다른 경찰관 2명이 합세했고, 다행히 한자가 깨알같이 적힌 지도 속에서 이리야(入谷)를 발견했다. 어벙벙한 표정의 내가 걱정스러웠는지 새 지도를 꺼내 빨간 사인펜으로 선을 그어 손에 쥐여줬다. 그렇게 해서 집에서 출발한 지 3시간 만에 돌아올 수 있었다. 동네산책 한번 하려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   - 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일본에서 매일 맛보는 음식은 어떨까. 여행 가서 먹는 일본 맛집의 요리들은 특별한 경험이 되지만, 일상이 된 장소에서 매일 먹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저자도 그렇게 느꼈는지, 어느날 한국 김치가 그리워 일본 슈퍼에 들른다. 그런데 어쩐다. '김치찌개용 기무치' 맛이 그가 기대하던 것과 전혀 달라서 실망한 것. 급기야 그가 '진짜 김치'를 찾아 '일본 속의 작은 한국' 신오쿠보를 방문하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라고 적은 부분에선 나까지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드디어 주말. 전철을 한번 갈아타고 신오쿠보로 향했다. 도쿄는 서울처럼 환승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갈아탈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 가는 데만 310엔, 왕복 620엔이다. 우리 돈으로 하면 대략 교통비만 6200원이 드는 셈이다. 어쩌랴. 그곳에 김치가 있다는데." - 본문 중에서
 
 기무치, 기무치소스, 카쿠테키(깍두기) 등 동네 슈퍼에 진열된 한국 식품들. 그러나 모두 그림의 떡이다.
 기무치, 기무치소스, 카쿠테키(깍두기) 등 일본 동네 슈퍼에 진열된 한국 식품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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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등에서는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일본으로 여행 갔을 때도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확실히 많았고,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의 차량 수가 서울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듯했다. 그런데 일본 길거리에 다니는 차량이 서울보다 적은 듯한 이유 중 하나를 <도쿄 옥탑방일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에 따르면, "일본에서 차량을 구입하려면 집에 주차장이 있어야 하거나 유료 주차장을 돈 내고 빌려 차고지 증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차난이 한국에 비해 덜하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가 많을 수밖에.

이렇듯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일본의 교통, 음식 등에 대해 하나하나 알게 된다. 저자 본인이 겪은 일을 통해 일본 상황이나 문화를 함께 풀어나가는 식이다. 이런 구성 덕분에 일본 도쿄에서 1년을 살아본다는 게 어떤 것일지 독자도 함께 자연스럽게 떠올려보게 된다.

일본이 각종 첨단 제품으로 세계에 알려졌으면서 한편으론 오래된 축제와 건물 등 전통을 잘 유지하는 것에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과 닮았으면서도 때로 '이런 게 있다니' 싶을 정도로 다른 부분도 발견할 수 있다.

저자가 일본 목욕탕에 간 일화도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에선 목욕탕에서 수건을 안 주니 챙겨가야 한다'거나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들어가야 한다'는 소문이 있다는데, 과연 사실일까? 궁금하면 본문에서 직접 확인해 보자.

문화를 통해 엿보는 일본 사람 그리고 일본

<도쿄옥탑방일기>의 내용 하나하나를 읽다 보면,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어떤 지점에서 비슷하고 다른지 미묘한 차이를 살필 수 있다. 카드 사용이 흔해진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아직 지폐와 동전 등 현금 사용이 더 흔하다는 것과 지하철 요금이 한국보다 3배 가량 비싸 일본엔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아직도 많다는 것 등등.

도쿄 어느 고등학교에 현수막으로 '축, 전국고교체육대회 육상 출전'이나 '축, 유도팀 한국파견선수단 선출' 같은 내용이 걸려 있다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우승 혹은 입상해야 학교의 자랑이 되는 한국과 다르게 일본에선 대회 참가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는 취미로 운동하는 인구가 일본에 많은 이유를 알게 되는 부분이면서, 동시에 1등만 인정받는 한국의 엘리트 교육을 돌아보게 만든다.

물론 배울 점도 있지만, 최근 한국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와 방향에는 문제도 많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계기로 불거진 일본 측의 무역 보복과 갈등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 이상 풀리지 않을 문제가 쌓여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일본의 문화와 모든 사안을 거부하고 배척하는 길이 최선일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일본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당당하게 맞서기 위한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에 관한 저자의 생각은 어떨까.
 
"당당하게 주장하고 따지고 요구해야 한다. 그들은 결코 치밀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결코 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모순되고 무리한 주장을 하는 모습을 볼 때 그들은 뭔가에 쫓기고 있고 오히려 시운은 우리에게 있음에 틀림이 없다." - 본문 중에서

저자가 본 일본은 "깔끔하고 안정적인 사회일지언정 그렇게 활기찬 사회도 아니었다"고 한다. "빤히 보이게 보복행위를 해놓고" 그게 아니라는 뻔뻔한 일본 정치인들과 "도쿄에서 만났던 수많은 착한 일본인들의 얼굴이 겹쳐져 머릿속이 어지럽다"는 고백도 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한국에 호감을 가진 많은 일본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 극우 인사들의 망언이 비록 계속되고 있지만 그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도 분명 있을 것이다.

책에 실린 저자의 취재기 중, 일본 사학자가 안중근에 대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한 행동이었으므로 한국인들이 구국의 영웅으로 칭송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 지점은 그런 점에서 인상적이다(관련 기사 : 안중근 재판... 검사, 변호사, 간수의 기묘한 관계).

어느 사회든 밖에서는 단순해 보일 수 있어도 그 안에 들어가 살펴보면 다양한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도쿄옥탑방일기>에는 일본 국회의사당 앞 아베 비판 집회에 참석한 일본인들을 저자가 직접 취재한 부분도 있다.

일본 사람이라고 해서 그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아베 정부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고, 일본 내부에서도 저항하는 사람들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이 한국에 경제보복과 한국 비하발언으로 도발해 오는 오늘날. 일본을 상대로 더 나은 외교를 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더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도쿄옥탑방일기>는 일본을 이해하면서 또한 일본인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OD] 도쿄옥탑방일기 - 도쿄의 속살이 엿보이는 시타마치 1년 살아보기

김경년 (지은이), 부크크(bookk)(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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