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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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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듣느라 고생했어."
"어휴, 힘들어."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의원들은 웃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직후였다.

나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다. 전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관련 기사: 나경원 "염치없는 대통령... 존중할 자신이 없다")

또한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들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반지의 제왕>에 비유하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연동형 비례제라는 절대반지를 우리의 임기와 함께 완전히 역사의 용암에 던져버리자"라고도 제안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열렬히 박수를 치는 동안,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당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러나 연설 도중 고성을 지르거나 항의하는 등의 적극적 반발은 없었다. 대신, 각 당은 연설 이후 논평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이번 연설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국민, 의원 숫자 줄이기 원해" vs. "한국당 의원 수 줄이기 원해"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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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민주당뿐만 아니라 다른 야당 의원들의 반응은 역시 '시큰둥'이었다. 보수 야당인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침묵과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가끔 헛웃음을 짓거나, 헛기침을 하거나, 옆에 앉은 의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다. 일부 의원은 휴대전화로 다른 일을 하거나 대놓고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개별 의원들의 간헐적인 항의도 수위가 높지는 않았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예정된 40분을 넘어서자 "40분 넘었다, 빨리 끝내라"라고 외치는 의원도 나왔다. 나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께서 더 이상 국회의장이기를 포기하고"라며 비난할 때 일부 여당 의원들이 "아닙니다"라고 외치자 문 의장은 살짝 웃으며 손으로 만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던 중 퇴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던 중 퇴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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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내대표가 "존재하지도 않은 합의마저 조작하고 있다"라며 지난 2018년 12월 당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했던 내용을 놓고 다른 해석을 내놓자 어디선가 "본인이 서명했잖아"라는 답이 들려왔다. "국민은 오히려 국회의원 숫자를 더 줄이라고 말씀하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한국당 의원 숫자 줄이라는 국민 목소리는 안 들리느냐"라는 항의도 나왔다.

그러나 연설을 방해할 만한 물리적인 집단 항의나 퇴장은 전혀 없었다. 의원들 대부분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나 원내대표가 연설을 끝내고 한국당 의원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웃으며 악수하고 있을 때, 다른 의원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증오와 저주로 가득 차" "한국당이 '골룸'에 가까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후 퇴장하며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후 퇴장하며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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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각당에서 나온 논평은 '혹평' 일색이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은 무엇이 적반하장 후안무치인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라며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증오와 저주로 가득 차 있다"라고 꼬집었다. 정 대변인은 "오늘 나 대표의 연설은 '여당 탓'으로만 일관할 뿐 아니라 무엇이 '야당 리스크'인지 실체를 보여주었다"라며 "무슨 낯으로 '의회의 존엄성'을 이야기 하는가"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국회 선진화법 위반 수사를 거부하는 한국당이 '공정'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20대 국회와 함께 사라져야 할 것은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는 조폭식 정치"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당은 막말과 고성이 오가고 가짜뉴스가 판치는 보수집회로 나갈 때가 아닌 예산과 입법으로 국회의 역할을 다하고 제 할 일을 다 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 역시 "여야의 38선을 그을 셈인가"라며 "유연함이 없다. 여야 협치를 위한 양보와 협의의 의사도 드러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한국당만이 옳다는 주장을 넘어 독선의 말잔치였다"라며 "특정 집단을 헌법 파괴 세력으로 규정하고 거의 '주적'으로 취급하듯 한다"라는 비판이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선거제 개혁과 사법개혁을 역사의 용암에 던져버리자는 주장은, 한국당이야말로 역사의 용암에 던져져야 할 존재라는 의구심을 일으킬 만큼 퇴행적"이라고 강조했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 또한 "'좌파 법피아'는 또 무슨 얘기인가. '법피아'가 당을 장악한 정당이 한국당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라 우겼지만, 도리어 정치 기득권과 검찰과의 카르텔에 집착하는 한국당의 모습이 '골룸'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장정숙 대안신당(가칭) 수석대변인 역시 "왜 한국당이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수 없는 '한계 정당'인지 여실히 보여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라며 "거리집회와 국회를 구분하지 않고 저주와 증오의 언설을 반복했다.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만한 내용은 없었다"라고 못 박았다.

태그:#나경원, #자유한국당, #교섭단체대표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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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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