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 짜릿한 끝내기 안타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1사 만루. 두산 오재일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오재일 짜릿한 끝내기 안타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1사 만루. 두산 오재일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3회 우승. 이 두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기록을 세운 팀은 KBO리그 역사에서 2007~2012년의 SK 와이번스(6회 진출 3회 우승)와 2010~2015년의 삼성 라이온즈(6회 진출 4회 우승) 뿐이다. 흔히 스포츠에서 '왕조'를 이야기할 때는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얼마나 '강한 전력'을 유지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제 두산 베어스는 충분히 '왕조'라 불릴 수 있을 만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실제로 두산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한국시리즈에 올라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한 가지 재미 있는 사실은 최근 5년 동안 두산의 한국시리즈 파트너가 모두 달랐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매년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춘추전국시대' 같은 2010년대 중·후반의 KBO리그에서 오로지 두산만은 한결같이 최고의 자리를 지켜 왔다는 뜻이다.

김현수(LG트윈스)와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양의지(NC다이노스) 등 간판 스타들이 차례로 팀을 떠난 가운데 두산이 왕조를 건설하는 동안 꾸준히 주전 자리를 지킨 선수는 유격수 김재호와 3루수 허경민, 그리고 1루수 오재일 정도밖에 없다. 그리고 주전으로 도약한 2015년 처음으로 두 자리 수 홈런(14개)을 때렸던 오재일은 30대 중반이 된 2019년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면서 진정한 두산의 간판타자로 인정 받았다.

오랜 무명 생활 이겨내고 20홈런 80타점 보장하는 강타자로 성장

두산의 역사는 물론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역사를 살펴 봐도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와 더불어 역대 최고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최고의 외국인 타자가 바로 '흑곰' 타이론 우즈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우즈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무려 174홈런 510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5년 연속 20홈런 80타점 시즌을 만들며 '거포 본능'을 뽐냈다.

우즈가 일본으로 떠난 이후 김동주, 김현수, 양의지, 최준석(이상 두산), 이병규, 박용택, 정성훈(이상 LG 트윈스)처럼 펀치력을 갖춘 토종 타자들이 잠실의 주인을 놓고 다퉜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5년은커녕 20홈런 80타점 시즌을 4년 연속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그만큼 국내 최대 규모의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20홈런 80타점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오재일은 그 어려운 기록을 4년 연속으로  달성한 최초의 토종 선수가 됐다. 

분당 야탑고 출신으로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오재일은 187cm 95kg의 단단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뛰어난 장타력으로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뛰어난 힘에 비해 부족한 기술로 끝내 붙박이 1군 선수로 자리잡지 못했고 히어로즈는 2011년 박병호라는 새로운 1루수를 영입했다. 결국 오재일은 2012년 7월 이성열(한화 이글스)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팀을 옮겼다.

이적 첫 해 8개의 홈런을 치며 거포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오재일은 2013년 55경기에 출전해 타율 .299 3홈런28타점을 기록했다. 오재일은 2014년 타율 .242 3홈런 18타점으로 주춤하며 주전 도약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듯했지만 2015년 홍성흔의 부상을 틈타 주전 기회를 잡았다. 66경기에 출전한 오재일은 타율 .289 14홈런 36타점을 기록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두산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기여했다.  

오재일은 2016년 외국인 선수 닉 에반스의 초반 부진을 틈 타 주전 1루수로 활약하며 105경기에서 타율 .316 27홈런 92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7년에도 128경기에서 타율 .306 26홈런89타점을 기록한 오재일은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15타수 9안타(타율 .600) 5홈런12타점이라는 만화 같은 성적을 올리며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튀지 않는 '조용한 거포' 오재일, 한국시리즈 MVP로 간판타자 인증

2년 연속 3할 20홈런 80타점 시즌을 만들며 김재환과 함께 두산의 좌타 거포로 자리매김한 오재일은 작년 시즌 전반기 67경기에서 타율 .218 10홈런39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뛰어난 장타력은 여전했지만 타율이 워낙 낮으니 효율이 매우 떨어졌다. 하지만 오재일은 후반기 56경기에서 타율 .354 17홈런41타점으로 성적을 바짝 끌어 올리며 3년 연속 25홈런 80타점 시즌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오재일은 작년 시즌 123경기에서 타율 .279 27홈런 80타점으로 좋은 시즌을 보냈지만 전반기에 워낙 부진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16타수2안타(타율 .125) 무홈런 무타점에 그쳤다. 결국 오재일은 타이론 우즈, 김재환에 이어 베어스 역사상 3번째로 3년 연속 25홈런 80타점 시즌을 만들고도 올 시즌 연봉이 3억 원으로 동결됐다. 외국인 타자의 활약을 장담할 수 없는 두산 입장에서도 올 시즌 오재일의 부활은 절실했다.

3년 연속 2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던 오재일은 올 시즌 홈런 개수가 21개로 줄었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02타점과 76득점을 기록한 오재일의 활약은 결코 부진하지 않았다. 오재일은 올해 두산에서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 그리고 가장 높은 장타율(.495)을 기록하면서 작년과 비교해 홈런이 무려 29나 줄어든 김재환(15홈런91타점) 대신 두산의 간판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19 시즌 두산을 대표하는 '간판타자' 오재일의 활약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22일 1차전에서 승부를 결정 짓는 끝내기 안타를 때려 낸 오재일은 2차전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드는 동점 투런 홈런, 그리고 두산의 우승이 결정된 4차전에서는 연장 10회 결승 2루타를 작렬했다.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333(18타수6안타)1홈런6타점4득점. 한국시리즈 MVP 역시 오재일의 몫이었다.

오재일은 올해 3억 원의 연봉을 받지만 7억3000만 원의 김재환과 3억8500만 원의 박건우, 허경민, 최주환, 그리고 FA 계약으로 5억 이상의 연봉을 받는 김재호, 오재원에 이어 팀 내 야수 중 연봉 7위에 불과하다(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하면 8위). 가지고 있는 실력이나 팀 내 기여도에 비해 지명도가 다소 떨어졌던 '조용한 거포' 오재일이 한국시리즈 MVP라는 확실한 실적을 통해 '2019년 두산의 간판타자'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정 받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2019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 오재일 한국시리즈 MVP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