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 성공하는 손흥민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팀의 3번째 골을 성공시키는 손흥민(27·토트넘, 가운데).

▲ 슛 성공하는 손흥민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팀의 3번째 골을 성공시키는 손흥민(27·토트넘, 가운데). ⓒ AP-연합뉴스


한국축구는 지금 '손흥민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흥민은 현재 한국축구의 역사를 매일같이 한 페이지씩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차범근 감독이 세운 역대 한국인 선수 유럽 통산 최다골인 121골과 동률을 이루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했던 '갈색 폭격기' 차범근은 유럽무대에서 총 11시즌(372경기)을 활약하며 1989년 당시 36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함부르크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했던 손흥민은 올해로 총 10시즌(364경기)째 유럽무대를 누비며 차범근보다 무려 9년이나 일찍 대기록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한국축구사에서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차붐의 '30년 독주 아성'을 넘어 앞으로 손흥민이 골을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역사가 쓰일 것이다. 

한국축구사에서 손흥민과 차범근을 제외하면 세 자릿수 득점은 고사하고 5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도 전무하다. 차범근 이후 현대축구에서 유럽무대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전문적인 '골잡이' 역할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스타의 반열에 오른 선수는 사실상 손흥민이 유일하다. 손흥민은 올해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발롱도르(유럽 최우수 선수상) 최종 후보 30인에 오르며 한국을 넘어 우리 시대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하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축구 팬들을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은 앞으로도 손흥민이 이룰 수 있는 업적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아직 27세에 불과한데다 축구선수로서 본격적인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2018아시안게임을 통하여 병역혜택을 얻으면서 유럽에서의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데 더 이상 걸림돌도 없다. 앞으로 4~5년 정도는 현재의 기량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 은퇴하기 전까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유럽 통산 '200골' 고지 등극도 기대해볼 만하다.

손흥민의 커리어에서 아쉬운 부분을 굳이 꼽으라면 클럽무대에서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이 없다는 점과 국가대표팀에서의 성과 정도다. 손흥민은 한국축구 역대 월드컵 본선 최다득점 타이기록인 3골을 안정환-박지성과 함께 보유한 선수이다. 나아가 그는 A매치 85경기에서 26골을 기록 중에 있다. 손흥민의 나이를 감안할 때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물론 2026년까지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어서 센츄리클럽 가입-A매치 최다득점(차범근의 136경기 58골) 경신 등 아직 더 많은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열려있다.

노력과 발전을 거듭해온 손흥민, 하지만...

손흥민이 지난 10년간 쌓아온 기록들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는 매년 계속되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를 쟁취하고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해 나갔다. 

물론 손흥민의 여정이 앞으로도 마냥 순탄하기만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가 이룰 수 있는 업적들을 상상하는 모든 장및빛 전망들은 모두 손흥민이 앞으로도 현재의 기량과 성적을 꾸준히 유지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나온 가정들이다. 그런데 막상 손흥민이 처해있는 사정을 살펴보면 쉽게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손흥민은 20대 후반으로 축구선수로서의 기량이 한창 무르익을 시기다. 다시 말하면 손흥민이 더 이상 크게 성장하는 젊은 선수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완성된 선수'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해맑고 앳된 이미지 때문에 어리게 보이는 느낌이 있지만 그는 3년 뒤인 2022년 월드컵이 되면 어느덧 30세가 된다. 손흥민보다 앞서 주장을 역임했던 박지성이나 기성용이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나이와 같다.

박지성과 기성용은 대표팀 주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감수해야 했으며 A매치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느라 체력적 부담도 컸다. 바로 현재 대표팀의 주장인 손흥민 역시 똑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탓에 매번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지성과 기성용은 커리어 내내 고질적인 무릎부상 때문에 더 고생했다. 손흥민은 다행히도 아직까지 커리어를 위협할 만한 심각한 부상이나 장기간의 재활로 인한 공백기는 없었지만 앞으로도 언제까지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신체적,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고민도 염두에 둬야...

이는 손흥민의 플레이 스타일과도 관련이 있다. 손흥민은 축구선수로서 크지 않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역습과 공간침투를 주무기로 하는 공격수다. 하지만 이런 유형은 정상급 선수들이라도 30대를 기점으로 운동능력이 하락하면서 일찍 노쇠화하는 경우가 많다. 차범근이 드물게 36세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유럽에서도 밀리지 않는 탁월한 피지컬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손흥민

손흥민이 드리블을 하는 모습 ⓒ AP/연합뉴스


 
손흥민은 현재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측면 윙포워드와 스트라이커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클래식한 유형의 윙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골을 넣는데 특화된 '포처' 스타일의 선수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이나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 시절 손흥민의 능력이 가장 극대화된 것은, 골문에서 최대한 가까운 최전방에 배치하여 손흥민의 장기인 득점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축구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호날두나 메시도 커리어 초반에는 윙어로서 활약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플레이 스타일이 크게 변했다. 포지션상 측면이나 2선에 위치하더라도 실질적인 플레이는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이며 체력소모를 줄이고 최전방에서의 마무리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대 초반처럼 폭발적인 스피드와 개인기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손흥민은 현재 소속팀과 대표팀 모두 팀사정에 따라 포지션 이동이 잦고 체력소모가 큰 플레이를 펼친다. 향후 2~3년 이내에는 중앙 공격수로서의 정착과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또한 선수 본인의 노력만이 전부는 아니다. 대표팀 차원에서의 관리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손흥민이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큰 의미 없는 평가전이나 수준 차이가 큰 약팀과의 대결에서조차 무조건 손흥민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박지성이나 기성용, 구자철이 자기관리에 실패하여 일찍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했던 것이 아니다. 손흥민을 오래 활용하려면 때로는 아낄 줄도 알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진로 문제도 다시 심사숙고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손흥민이 순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일정한 시기별로 자신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팀을 찾아 이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어느덧 토트넘에서 5시즌째 활약하며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고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까지 밟았다. 하지만 아직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은 한 번도 없다.

토트넘에는 해리 케인이라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프리미어리그 간판 스트라이커가 버티고 있다. 손흥민은 케인과 함께 뛸 때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최근 1~2년 사이에는 케인이 없을 때 더 빛나는 장면이 많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토트넘은 올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주축 선수들의 이적설과 감독 경질설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본격적인 전성기에 돌입한 손흥민의 야망을 충족시키기에 지금의 토트넘이 선수 구정이나 앞으로 비전 면에서 최적의 구단인지는 슬슬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손흥민은 이제 성장이나 발전의 시기를 넘어 커리어 중후반을 염두에 두고 원숙하게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어느덧 30대가 멀지 않게 다가온 손흥민이 앞으로도 최고의 모습을 꾸준히 유지하기 바란다면 지금부터 서서히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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