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9회 조정태 개인전 『단색풍경』포스터 <좌>예술가의 초상 - 김숙빈.  65x53cm. Oil on canvas. <우> 예술가의 초상 - 임남진. 91x72.5cm.   Oil on canvas.
 제9회 조정태 개인전 『단색풍경』포스터 <좌>예술가의 초상 - 김숙빈. 65x53cm. Oil on canvas. <우> 예술가의 초상 - 임남진. 91x72.5cm. Oil on canvas.
ⓒ 김미진

관련사진보기


조정태 작가가 오는 28일까지 광주 예술공간 집(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 158번 길 11-5, T : 062-233-3342)에서 제9회 개인전 '단색풍경'을 연다. 조정태 작가는 광주 민족미술인협회 회장, 광주 시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 2014 광주 비엔날레 "달콤한 눈물" 전시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지역 사회에서의 활동과 작품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감상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작가이다.
  
   
과거와 풍경, 인물로 다시 만나는 조정태 작가의 작품 세계

제9회 개인전에서는 총 24점의 작품을 통해 감상자들을 만난다. 지난 제8회 개인전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도 인물화를 작가의 눈으로 본 풍경을 그린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선 보인다. 그림으로 감상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조정태 작가에게 몇 가지를 물어 보았다.
 

- 조정태 작가님, 전시회 축하드립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나간 것들, 풍경, 인물 이렇게 크게 세 가지의 주제로 보이네요. 정겨우면서도 서글프고, 정(靜)적이기도 하고, 동(動)적인 요소도 있어 팔짱을 끼고 찬찬히 감상해야할 것 같아요. 지나간 것들이 어떻게 작가님의 마음을 끌었을까요?
"지나간 시간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옛날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위인들의 동상, 돌로 조각한 호랑이 뭐 그런 것들을 다시 보니 좀 웃기더라고요. 옛날에는 그게 참 크고, 위대하고, 대단해 보였는데. 어쩌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권위주의나 낡은 질서에서 아직은 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본 듯한 그림, 익숙한 그림들을 다시 제 방식으로 구성하려 했는데 해놓고 보니 좀 만족스럽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96년도에 첫 개인전을 열고, 2013년부터는 거의 해마다 한 번씩 개인전을 하고 있어요. 어째도 그려야 하는 거고, 그리니까 전시회도 하는 거고. 버나드 쇼는 '이렇게 살다 내 끝 날줄 알았다'고 했지만 나는 이렇게 살다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좌> 친우 - 강웅.  24.x33.5cm.   Oil on canvas  <중>장군의 그늘.  33.5x5.4cm.   Oil on canvas  <우> 세월 52.5x45cm.   Oil on canvas
 <좌> 친우 - 강웅. 24.x33.5cm. Oil on canvas <중>장군의 그늘. 33.5x5.4cm. Oil on canvas <우> 세월 52.5x45cm. Oil on canvas
ⓒ 김미진

관련사진보기

 
조정태 작가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어서 이야기를 했다. 천천히, 그리고 높지도, 크지도 않은 목소리지만 입꼬리가 언제나 올라가 있는 듯 해 말소리에 힘이 있다. 지천명(知天命)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어쩌면 지천명을 넘어서도 붙들고 있던 붓을 죽을 때까지 붙들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훔쳐보기로 감상자의 마음을 훔치는 작가

 
<좌> 파도 - 혼불. 27x40.5cm.   Oil on canvas  <중> 표효.  33.5x24cm.   Oil on canvas  <우> 친우 - 기정.  25x25cm.   Oil on canvas
 <좌> 파도 - 혼불. 27x40.5cm. Oil on canvas <중> 표효. 33.5x24cm. Oil on canvas <우> 친우 - 기정. 25x25cm. Oil on canvas
ⓒ 김미진

관련사진보기

      
조정태 작가는 훔쳐보기에 능해 보인다. 인물화가 그렇다. 그림은 단편 소설의 한 장면 같은 맛이 있다. 그가 알고 지내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또는 지인의 모습을 곁눈질 하듯 잠시 훔쳐보고는 마음에 새겨 두는 모양이다. 네모난 캔버스에 정성스레 옮기며, 대상이 지닌 그 때의 정서와 분위기를 겹겹의 붓질로 남겼다.
 

- 이번에도 작가님과 친하신 분들을 그리신 거예요?
"제가 잘 아는 사람들은 표정을 아니까 재밌게 그려졌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더 많이 살펴보게 되고, 또 다른 사진들도 뒤져보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잘 그려지기는 하죠. 인물화 한 작품을 그리기 위해 한 장만 찍는 건 아니에요. 여러 장을 찍어요. 그래야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다양한 느낌을 받고, 소재가 풍성해져야 좋은 그림이 나오니까. 사실 오늘도 도둑 사진질을 많이 했어요, 허허허허.
  
 
그리고 싶은 장면을 훔쳐 찍다 보니까 아직도 내가 그림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해요. 감정을 실어서 그리는 거, 내가 대상에게 받은 느낌을 그림을 통해 감상자에게 다시 전달이 되도록 하고 싶은데 아직은 만족스럽지는 못해요. 대상을 똑같이 그리라고 하면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감정을 싣는다는 것은 누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잖아요. 자기가 찾아야 하는 거니까, 그림에서 풀고, 땡기고 그런 맛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걸 지금 공부하고 있는 중이구나 싶어요. 감정이 실려야 하니까 어렵네요. 작업자가 작업을 통해 감상자에게 감정이 전달되어 서로 주고받을 때 예술이 되는 거 같아요."

우리는 얼굴이 하나이면서 동시에 참 많은 얼굴을 지니고 있다. 매일 보거나 심지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사람에게서도 낯선 얼굴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아름답거나 정제된 표정으로 있지 않다. 일상 속에서 포착한 짧은 순간의 얼굴들이다. 어떻게 보면 오래 동안 알고 지내서 감출게 없는 민낯의 얼굴이다. 조작가가 그린 인물화들의 민낯을 보면서 문득 나는 어떤 민낯의 얼굴을 지니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좌> 정적.  20x25cm.   Oil on canvas  <우> 하늘색 벽.  33,5x24.   Oil on canvas
 <좌> 정적. 20x25cm. Oil on canvas <우> 하늘색 벽. 33,5x24. Oil on canvas
ⓒ 김미진

관련사진보기

   
우리가 본 것 중 진짜는 무엇일까


- 저는 이 낚시터 그림도 참 좋았어요. 고요함 속에 물고기를 잡으려는 인간의 욕망과 잡히면 죽을 수밖에 없는 물고기들의 목숨을 건 싸움을 숨기고 있잖아요. 이 그림이 보여주는 고유함이나 정적이 진짜인가 싶더군요. 
담벼락에 비친 나뭇잎의 그림자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지된 화면 속에서 바람이 불면 나뭇잎 그림자만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뭇잎 그림자는 진짜일까? 그림자라서 가짜일까? 내가 살아오면서 본 것들 중에서 진짜는 무엇일까?

"그림이라는 게 그런가 봐요. 그려놓으면 뭔가 부족하고, 그래서 또 그려놓으면 또 뭔가 부족하고. 특히 저 작품,  <해무>는 어느 날 흰색으로 다 칠했다가, 어느 날은 닦아 냈다가, 어느 날은 붙여놨다가, 그러다가 저 장면으로 그려졌어요."
 
 
검은 바다 - 귀국선.  32x64cm. Oil on canvas.
 검은 바다 - 귀국선. 32x64cm. Oil on canvas.
ⓒ 김미진

관련사진보기

  
해무.  72.5x50.   Oil on canvas
 해무. 72.5x50. Oil on canvas
ⓒ 김미진

관련사진보기

 
-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님 <바다> 시리즈가 참 좋아요. 지난 번 전시회에서의 <바다>는 나와 바다가 마주보고 선 것 같았다면 이번 작품 <해무>는 바다와 나 사이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무겁고, 축축한 공기라든가, 안개 같은 거? 어쩌면 유리창 안쪽에서 보는 느낌? 그래선지 그림을 자꾸 보게 만들고 명치에서 싸르르륵 싸르르륵 그런 느낌이 들어요.
"
워우, 비유가 좋으시네요. 어쩌면 그것이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거겠죠.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게 나만의 어법일 수도 있고, 저 역시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니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성향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모습을 보시게 될 거예요. 어쨌든 해마다 한 번씩은 개인전을 하고, 또 주제별로 큰 작업을 하는 것들은 시간이 걸리니 몇 년에 한 번 정도 전시 할 예정이에요. 어쨌든 성실하고 꾸준하게 작업을 하고 싶어요. 단 한 장이라도 제대로 된 작품을 남길 수 있다면 살다간 간 보람이 있는 거죠."
 
그림만 그리고 싶은 예술가의 초상 

그는 "그냥 평생 그림을 매일매일 그리고 싶다"고 한다. 지난 제7회 개인전에서 만난 조정태 작가는 "할 줄 아는 게 그림밖에 없어서"라며 "안 팔리는 그림"을 계속 그리겠다고 했다. 그런 작가를 보고 있노라면 예술가는 하늘로부터 천형(天刑)을 받는 존재들 같기도 하다. 자신이 본 아름다운 그것을 형상화 하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 없는 존재들. 우리는 그들의 재능에 기대어 감동을 얻고, 위로도 받는다. 그래서 전시회를 다닐 때마다 참 고맙다.

문득 지난 18일 KBS 9시 뉴스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50주년 기념 특별전시를 진행하면서 참여 작가에게 하루 250원에 해당하는 전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해 논란이 되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개미와 베짱이"라는 우화가 있다. 개미가 부지런히 일하는 동안 바이올린 연주만 하던 베짱이는 추운 겨울을 맞이한다. 프랑스에서는 "개미와 베짱이"라는 우화를 통해 사람은 먹고 사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예술가를 꼭 필요로 하고, 그렇기에 공동체의 품으로 품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가르친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이 베짱이들을 어떤 얼굴로 맞이하고 있는 걸까? 작품과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베짱이의 그림자가 전시장 바닥에 누워 쉬고 있다.

태그:#조정태 개인전, #예숙공간집, #해무, #정적, #바다 혼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 읽고, 글 쓰고, 재밌게 놀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