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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은 얼마나 지켜졌을까요? 왜 노동자들은 여전히 살기 힘들다고 말할까요? <오마이뉴스>는 노동전문가 4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진단해 봤습니다. 이 기사는 그 세번째입니다.[편집자말]
 
 노동권 연구활동가 윤애림 박사
 노동권 연구활동가 윤애림 박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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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노동권 연구활동가'라 소개한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이하 활동가)은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을 평가해 달라'라는 요청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재수강도 불가한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윤 활동가는 "'노동 존중'이라 말한 문 대통령 스스로 약속했던 것들 중 무엇 하나 제대로 지켜진 것이 있느냐"면서 "노동권과 관련해서는 전혀 진전이 없다. 오히려 노조법을 개악하려고 한다. 야당 때문에 자꾸 안 된다고 하는데,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도 표 떨어질까 봐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적으로는 문 정권의 노동정책은 정말로 퇴학 처분을 내리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발생한 '쌍용차 사태'를 꺼냈다.
  
"이명박 정권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무력진압하면서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동자들은 10년이 된 지금까지도 압류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중에는 경찰이 청구한 손해배상도 있다. 문재인 정권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철회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안 한다."

윤 활동가가 말한 쌍용차 사태는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약 76일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 단행에 반발해 쌍용자동차의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쌍용자동차는 간부급 조합원에게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정부 역시 경찰 병력 치료비와 장비 손상 수리비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진행했다.

지난 7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손해배상 및 가압류 취소 권고안을 내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법 집행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큰 고통을 받았던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면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가압류를 해제했다. 하지만 손해청구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라는 이유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윤 활동가는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현재 노동정책을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 누군가 인해장벽을 치고 잘못된 고언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모든 것이 우리들의 착각"이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고용복지법센터에서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를 만났다.

"ILO 협약 비준 애드벌룬 띄우고 노조법 바꿔치기"
  
 노동권 연구활동가 윤애림 박사
 노동권 연구활동가 윤애림 박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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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애림 활동가는 이날 인터뷰 직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회의를 막 마치고 온 상태였다. 그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하는 회의를 하고 왔다"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는 조합원이라 정기적으로 회의에 참여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민주노총 정책연구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이날(1일) 정부가 의결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떻게 평가하냐'라는 질문에 윤 활동가는 온화했던 표정을 지우고 "분노스럽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1991년 우리 정부가 ILO에 가입한 이후 27년째 우리는 ILO 협약 비준을 매번 약속해왔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노동 존중'을 스스로 언급한 문재인 정권인 만큼 일말의 기대를 했지만, 비준이라는 말을 앞세운 채 오히려 노동법을 개악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3개 법안을 심의, 의결했다. 그러나 '강제노동 철폐'에 관한 ILO협약 105호에 대한 비준은 이번에도 제외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지난 5월 핵심협약에 관한 입법을 예고하며 "105호 협약은 우리나라 형벌체계와 분단국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국내 전체 형벌체계를 개편해야 하는 문제와 맞물려 있어 지금은 비준을 추진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는 노동자들이 노동절 파업 등에 참가한 게 '정치파업'로 규정되면, 이로 인해 징계를 받거나 민형사상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윤 활동가는 "진짜로 안타까운 건 우리 언론들이 너무나도 많은 가짜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것"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ILO협약 비준, 취임 직후 포장지는 그럴 듯했다. 하지만 ILO 사무총장이 2017년 9월 방한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협약이 국내법과 상충하니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고친 뒤 한다'라고 말했다. 비준이라는 애드벌룬을 띄우고 노조법을 바꿔치기한 거다. 더 나빠진 안을 두고도 자유한국당과 재벌은 마음에 안 든다고 더 많은 독소조항을 넣자고 한다. 페인트모션을 어마어마하게 한 거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여기에 편승해 '기업하기 어렵다'라는 가짜뉴스를 쏟아냈다."

윤 활동가는 "뉴스를 보면 화딱지가 나 미치겠다"면서 "가짜뉴스를 쏟아내는 언론들에게 '도대체 법안 어디가 기업에 불리한지'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안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일보한 듯 보이지만,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활동이 기업 운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제한조항을 뒀다.

또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사업장 내 생산 시설과 주요 업무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것을 금지했다. 바꿔 말하면 단결하고 교섭해야 할 노동자의 행동을 처음부터 막겠다는 의미다.

"스스로 제시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지키지 못했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윤애림 박사
 노동권 연구활동가 윤애림 박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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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윤 활동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경제·사회정책 등을 협의해서 처리하자'라는 취지로 지난해 11월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인 경사노위를 설치했다. 그러나 출범 당시부터 민주노총은 내부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지난 1월 민주노총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다시 한 번 경사노위 참여를 논의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민주노총에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는 건 이미 노무현 정권 2년 차부터 확고하게 짜인 프레임이다. 특히 정규직 대기업 노조를 집단이기주의라며 몰아붙였다. 당시 비서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만약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했다면 이러한 시선이 달라졌을까? 아니었을 거다. 지금까지 있었다 해도 결코 이쁨받지는 않을 거다."

이유를 묻자 윤 활동가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보수는 가짜뉴스 전투기를 이용해 융단폭격하는데 진보는 새총 들고 싸우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짜인 프레임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민주노총은 무엇을 해도 적대시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의 직고용 문제도 발생했다. 윤 활동가는 이 문제를 "파탄"이라고 정리했다.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제시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지키지 못했다.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있다. 이럴 거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은 도대체 왜 한 것인가. 대법원을 포함해 모두 승소한 현대기아차 문제는 왜 망설이나. 지금의 노동정책은 모두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줬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다."

윤 활동가는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이 대법원 판결 앞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대통령의 의중을 알기 때문"이라면서 "공공기관 사장이 '대통령의 의중을 모른다'라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시민들이 '우리 대통령만은 달라'라는 판타지를 가진 것이 더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최고 갑인 대기업은 건드리지도 않고 을병정 간의 싸움 방치"
   
 노동권 연구활동가 윤애림 박사
 노동권 연구활동가 윤애림 박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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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활동가의 목소리는 문 대통령이 공약한 '최저임금 1만 원'을 언급하며 가장 커졌다. 윤 활동가는 "최저임금 정책만 놓고 보면 이 정권은 표퓰리즘 정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어떤 확고한 경제정책과 철학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기에 영합해 정책을 결정한다"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상승을 통해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소득을 늘림으로써 경제를 선순환시킨다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 다만 그렇게 되려면 ILO에서 지적한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 하나로 모든 문제를 풀 수 없다. 특히 한국처럼 영세자영인의 비율이 높으면 더욱 어려운 일이다. 대기업 및 대자본에 의해 경제 분배가 막힌 상황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물은 막혀 있는데, 아래에서 최저임금 올린 거다. 결국 영세 자영업자와 고용된 사람들 피 터지는 싸움만 시켰다."

윤 활동가는 "최저임금을 올리려면 대기업이 영세기업에서 수탈하는 문제에 대해 보다 확실한 규제 정책이 병행돼야 했는데 전혀 안 됐다"면서 "민심이 반발하니 최저임금법을 개악하고 일년 만에 주저앉았다, 무엇보다 최고 갑인 대기업과 재벌은 건드리지도 않고 을병정 간의 싸움으로 방치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도 이 지점에서 연결된다"면서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가장 반대하는 집단이 공공기관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청년층이다. 쉽게 말하면 시험 봐서 들어온 집단인데, 제대로 된 이해과정이 없으니 반발도 더 심하게 일어났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간접고용 포함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조할 때, 실제로는 자회사나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이었다. 그것도 청년들이 지원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전환 업무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무직은 여전히 공개 경쟁이다. 전환시켜주는 건 청소, 경비 등 업무다.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제한된 기회의 문만 연 채 노동자끼리 싸우게 했다. 청년과 청년이, 청년과 고령자가, 여성과 남성이, 과정에서 '경쟁하지 말자'라고 말하는 노동조합은 기득권을 옹호하는 청산의 대상으로 몰렸다."
 

그러나 인터뷰 말미, 윤 활동가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긴 한숨을 쉬면서도 "노사간 불평등한 관계를 정상화 시키는 문제는 결국 대통령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나아가느냐의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해결하려고 했던 의지를 노동문제에도 적용시켰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김정은 위원장 만났을 때, 만약 그 문제를 국회에 동의를 얻고자 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분단에 기생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노동문제도 마찬가지다. 공고한 재벌이 버티고 있다. 설득하고 타협하기보다는 의지를 갖고 돌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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