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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결정장애. 정신연령, 포용과 관용, 다문화 가족... 

한 번쯤, 어쩌면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해봤을 단어들이다.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말도 있는가 하면, 무언가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는 단어도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이 단어들을 한데 나열한 이유. 언급된 단어들에도 일부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됐기 때문이다.
 
 8일 오후 2시, 시민청 바스락 홀에서 '2019 한글주간 차별적 언어 학술 토론회'가 열렸다. 세종국어문화원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는 '시민 관점에서 보는 공공언어, 차별을 넘어 포용으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8일 오후 2시, 시민청 바스락 홀에서 "2019 한글주간 차별적 언어 학술 토론회"가 열렸다. 세종국어문화원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는 "시민 관점에서 보는 공공언어, 차별을 넘어 포용으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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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논의가 나온 것은 8일 오후 2시, 시민청 바스락 홀에서 열린 '2019 한글주간 차별적 언어 학술 토론회'에서다. 세종국어문화원 주관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의 취지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언어 속에서 차별적인 요소가 있었는지 되짚어보고, 차별·혐오 표현을 개선하는 것에 있다.

이날 첫 번째 발제는 정희진 문화평론가(여성학자)가 맡았다. '공공언어의 소수자 차별 언어 문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시작한 그는 사회에 통용되는 대부분의 언어에 '위계가 함의돼있다'고 말했다.

"언어란 사회적 약속이되 불평등 계약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언어 가운데) 여성의 삶을 드러내는 언어는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권력과 지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인종, 계급, 지역, 장애 이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즉, 대부분의 언어가 주류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그는 "(언어는) 소위 비주류,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이들의 경험과 불일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포용과 관용에 대한 단어도 이를 행위하는 주체가 매우 명확하지 않나. 그래서 이 단어도 표면적으로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상당히 위계적인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8일 오후 2시, 시민청 바스락 홀에서 '2019 한글주간 차별적 언어 학술 토론회'가 열렸다. 세종국어문화원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는 '시민 관점에서 보는 공공언어, 차별을 넘어 포용으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8일 오후 2시, 시민청 바스락 홀에서 "2019 한글주간 차별적 언어 학술 토론회"가 열렸다. 세종국어문화원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는 "시민 관점에서 보는 공공언어, 차별을 넘어 포용으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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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평론가는 "한국 사회에 외국어가 잘못 번역돼 사용되는 것도 있다"며 "특히 노동, 여성 분야에서 그 번역이 잘못된 경우들이 많다"는 지적도 더했다. 그가 예시로 든 것은 '성희롱(sexual harassment)'이다. 그는 "harassment는 단순히 희롱으로만 표현되는 단어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괴롭힘, 학대당한다는 의미"라며 "이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다문화가족이라는 표현이 주로 '동남아시아' 이주 여성들에게 주로 사용된다는 것도,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라는 표현이 혼용되어 사용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희진 평론가는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수자는 집단 규모 자체가 매우 협소한 반면, '사회적 약자'는 집단의 규모가 크더라도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소위 여성과 같은 경우를 일컫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연주 서울시 젠더자문관은 정희진 평론가의 말을 받으며 "언어는 권력이고 (중략) 사회적 권력관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성주의자들이 오래 전부터 반복해왔다"며 "하지만 이 주장이 얼마나 실현됐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이 주장을 실현하지 못한 결과가 오늘날 '혐오 발언의 만연'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김 자문관은 "우리가 사회적 약속이라고 믿는 언어는 서구,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비장애인, 젊은 남성의 언어"라며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삶을 드러내는 언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혐오표현의 대부분이 여성 혐오 표현으로 그 숫자나 수위는 압도적"이라며 "(언어, 사회의) 주체인 남성의 타자가 여성이기 때문이다"라는 비판도 더했다. 앞서 언어가 '불평등한 계약'이라고 표현한 정희진 평론가와 유사한 입장이다.

순 우리말을 사용하는 출판사 '움직씨'의 노유다 대표도 "나이 위계와 혐오, 성별 이분법을 넘어 호칭을 재구성하는 것은 세대 간 소통을 위한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즉 현재의 호칭관계가 사회적 수직관계를 형성하며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다는 것. 예컨대 도련님, 아가씨, 처남, 처제 등 개인 간의 특수한 관계를 반영하는 호칭 문제들이다. 노 대표는 "대부분의 소통이 호칭으로 시작하고 보통말이나 존댓말로 맺어진다는 점에서 그 표현이 일으키는 감각을 과소평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표는 "특히 호칭 문제는 한국 사회의 나이주의, 가부장적인 성별 위계, 노인 청소년 어린이 소수자 등 약자 혐오, 성별 이분법과 맞물리면서 예민하게, 또 새롭게 다뤄져야 할 주요 토론 과제"라며 "상호 간의 예의를 중시하기 위해서라도, 어린이 청소년과 취약계층 노인 등, 위계 피라미드의 아래층에 선 사람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호칭 관계가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주 젠더자문관은 혐오, 차별 표현의 해결방안에 대한 시 차원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공공언어가 차별이 아닌, 포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언어와 홍보물 외에도 정책과 정책 수립 과정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며 "현재 서울시도 (평등한 언어사용을 위해) 선도적인 노력들이 여러 부서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협치와 성평등이 시정에 통합되기 위해선 여전히 다각도의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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