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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는 10월 7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성하이화력발전소의 산재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는 10월 7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성하이화력발전소의 산재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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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일어난 대형 산업재해, SK건설은 죽음의 폭주를 멈춰라."

경남 고성군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주일 사이 폭발 화상사고에 이어 가스 질식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노동계가 이같이 촉구하고 나섰다.

고성하이화력은 SK, 한국남동발전, KDB인프라(산업은행)로 구성된 고성그린파워(주)가 짓고 있다. 공사는 SK건설이 맡았고, 2017년 2월 착공되었다.

SK건설은 현재 1터빈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2020년 준공 목표다. SK건설은 지난 9월 16일부터 올해 말까지 '공정목표 달성 100일 작전'이라 해서 현장에 펼침막도 붙이면서 공정 단축을 하도록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1주일 사이 대형 산재가 2건 발생한 것이다. 2건 모두 SK건설 하청업체인 '성도이엔지'의 작업 현장에서 일어났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은 "무리한 공정 목표 강요가 산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공정 목표 달성 펼침막은 두 번째 산재 사고가 난 뒤 철거되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위원장 이종화)은 7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성화이화력에 대한 전면 작업 중지와 함께 "폭발사고와 질식사고에 대하여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즉시 처벌"을 촉구했다.

9월 27일, 공기재킷 폭발 화상사고 발생

지난 9월 27일에는 '공기재킷 폭발 화상사고'가 났다. 당시 오아무개씨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입는 통풍이 되는 용접작업용 조끼'인 공기재킷을 입고 글라인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글라인더 불꽃이 에어재킷에 튀어 폭발하듯이 불이 난 것이다. 오씨는 3도 화상(22%)을 입고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노조는 "사고 즉시 회사 관리자에게 보고했으나 발전소 현장에 있다고 한 4명의 응급처치사도 오지 않았다. 응급 차량이 아닌 승합 차량으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며 사고 발생 이후의 미흡한 대처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노조는 "사용자는 안전배려 의무를 가진다. 노동자가 실수해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지만 SK건설은 모든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가 부주의해서 발생한 것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책임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각각의 가스마다 별도의 플러그를 구입하고 구분하여 설치할 경우, 상당한 시간과 제작비용이 발생한다"며 "SK건설과 성도이엔지는 이런 작은 비용조차 안전을 위해 투자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걸려 있었던 '공정 목표 달선' 펼침막.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걸려 있었던 "공정 목표 달선" 펼침막.
ⓒ 전국플랜트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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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오후 배관 작업 과정 질식사 추정 산재 발생

두 번째 사고는 지난 4일 오후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이날 오후 5시 하루 업무가 종료되었지만 휴식 없이 연장 근무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경 1터빈의 배관 내 퍼지 작업하던 주아무개(49)씨가 알곤 가스에 질식해 기절했고,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주씨는 이곳 현장에서 일한 지 2개월 정도 된 상태였다.

당시 주씨가 작업하던 수평배관의 반대쪽으로 연결된 고층(2‧3층)부에서는 다른 배관팀의 용접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용접작업에 사용되는 무거운 알곤 가스가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사고현장으로 흘러들어 와서 산소결핍 상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장의 산소 농도는 4%였다.

노조는 "피해자는 질식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소는 18% 미만이면 산소결핍증이 나타나고, 4%는 한 두 번만 마셔도 뇌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사를 해보니 산업안전보건법상 밀폐공간 작업규칙인 '사전 공기측정'이나 '환기', '보호구 착용', '밀폐공간에 대한 경고표시' 등이 하나도 준수되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노조는 "사고현장 주변에는 일반적으로 밀폐공간 작업을 할 때 작업자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체크리스트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작업자들을 만나보니 자신이 작업하는 공간이 밀폐공간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고 했다.

"사측의 작업지시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노조 측은 "사업 특성상 일일이 작업 지시를 내려야 하는 게 아니다. 앞서 있었던 도면을 받았을 때부터 작업지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노조는 주씨가 지병도 없었다고 밝혔다.

"전면 작업중지 해야" ... 회사 "원인은 경찰 조사 중"

노조는 고성하이화력 전체 공사 현장에 대한 전면 작업중지와 진상규명 등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전체 현장이 아닌 성도이엔지가 맡은 공정에 대해서만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노조는 노동부에 대해 "고성하이화력에서 일어난 폭발사고와 질식사고에 대하여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즉시 처벌하라", "모든 작업장의 작업을 전면 중지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노조는 "SK건설과 성도이엔지는 이번 질식 사망 사고와 폭발사고의 희생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무한책임을 다하고 원‧하청과 노동조합이 함께 참여하는 현장안전 점검을 정례적으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상진 노조 전북지부장은 "엊그제 피해를 입은 조합원의 유가족들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안게 되었다"며 "유가족을 만나 보니, 둘째형님은 '사측이 당당한데 유가족이 죄인 같다'고 했고, 큰형님은 '아직도 내 동생은 죽지 않았다'고 했다. 노동 현장에서 더 이상 노동자가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마성희 노조 전남동부‧경남서부지부장은 "지난 주 금요일 현장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여전히 출근해서 일하고 있다. 유가족이나 동료들의 마음이 어떠한지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라 했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특별근로감독을 해서 진상규명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참담한 심정이다. 작업자 실수가 아니라, 현장에서는 반드시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화 위원장은 "이런 산재 사고는 전부 이윤 추구에서 기인한다. 기업주를 솜방망이 처벌하기에 재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장은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사고가 나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이영곤 민중당 경남도당 사무국장은 "노동자 이름과 회사 이름만 달랐지, 계속해서 산재 사고가 나고 있다. 이번 사건 또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며 "추락, 압착, 매몰, 충돌, 익사 등 원시적인 산재가 반복적이다. 기업살인처벌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스스로 약속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라"고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정부와 국회가 노동자를 국민으로 보지 않는 이상,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투쟁은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씨 사망과 관련해, SK건설 관계자는 "명확한 사망 원인에 대한 확인은 현재로서는 어렵다.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며 "그날 사고가 난 부분에 대한 작업지시가 없었다"고 했다.

주씨 유가족들은 회사측과 합의를 해 9일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할 예정이다.

태그:#고성하이화력발전소, #SK건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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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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