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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우리말 이야기를 물어보시는 이웃님이 있습니다. 이웃님이 궁금해 하는 대목을 짚는 글월을 띄워 주고서 생각하니, 그분뿐 아니라 다른 여러 이웃님한테도 이 글월을 읽혀도 좋겠구나 싶어서, 이렇게 갈무리를 합니다.

[물어봅니다]
샘님이 쓴 몇 가지 사전을 읽었어요. 그런데 '샘님'이라 해도 되지요? 저희는 이런 말을 흔히 쓰거든요. 암튼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이라는, 이름이 좀 긴 사전 첫째 권을 읽는데, 우리 사전들이 참 형편없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런데 형편없거나 알맞지 않은 뜻풀이를 어떻게 그렇게 손질해 낼 수 있나요? 궁금해요.

 
 사전을 곁에 놓고서 뜻풀이를 곰곰이 생각한다
 사전을 곁에 놓고서 뜻풀이를 곰곰이 생각한다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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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사전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사전은 아직 조그맣습니다. 올림말이나 알맹이를 더 담아도 좋지만, 자칫 책상맡에 모시기만 하고 안 읽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조그마한 사전으로 엮었어요. 그야말로 "읽는 사전"이 되도록 말이지요. 그리고 '샘님'이란 이름 좋습니다. 이 말 '샘님'을 놓고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쓸게요.

자, 그러면 뜻풀이를 어떻게 손질하는지 몇 가지 낱말을 보기로 삼아서 이야기해 볼게요.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지만, 쉽고 부드러이 생각하면 쉽고 부드럽답니다. 손석춘 샘님이 쓴 책에 나오는 낱말 가운데 몇 가지 뜻풀이를 새로 붙여 본 적이 있어요. 어느 낱말을 어떻게 새 뜻풀이로 붙여 보았는지 옮길게요.

㉠ 바투
[숲노래 사전] 1. 둘·서로가 붙다시피 2. 때·날·길이가 아주 붙다시피
[국립국어원 사전] 1. 두 대상이나 물체의 사이가 썩 가깝게 2. 시간이나 길이가 아주 짧게


가깝거나 짧다고 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바투'예요. 그런데 국립국어원 사전 뜻풀이로는 "썩 가깝게"나 "아주 짧게"라고만 적어서 어떤 결인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바투'는 "바투 다가앉다"처럼 씁니다. 마치 서로 붙는구나 싶은 모습을 나타내요. 그러니 뜻풀이에 '서로 붙는다'는 느낌을 알 수 있도록 보태야 알맞습니다. 여러 사람이 붙듯이 있기도 할 테니 "둘·서로가 붙다시피"처럼 뜻풀이를 보태기도 합니다.

㉡ 슴벅이다
[숲노래 사전] 1. 눈을 감다가 뜨다가 하다 ('깜빡이다'하고 비슷한데, '슴벅이다'는 눈꺼풀 움직임을 느낄 만하도록 눈을 감다가 뜬다면, '깜빡이다'는 눈꺼풀 움직임을 느낄 만하지 않도록 눈을 감다가 뜬다) 2. 눈이나 살을 속으로 찌르는 듯해서 좀 싫도록 견디기 어렵다
[국립국어원 사전] 1. 눈꺼풀이 움직이며 눈이 감겼다 떠졌다 하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 2. 눈이나 살 속이 찌르듯이 시근시근하다


예전에는 '슴벅이다'를 '깜빡이다' 못지않게 썼지만, 요새는 '슴벅이다'는 잘 안 써요. 이때에는 두 낱말 '슴벅이다·깜빡이다'가 어느 결에서 다른가를 함께 알도록 짚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슴벅이다' 뜻풀이에 굳이 '깜빡이다'하고 결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태지요. 거꾸로 '깜빡이다' 뜻풀이에도 이렇게 '슴벅이다' 뜻풀이를 보태면 더 좋겠지요.

㉢더께
[숲노래 사전] 1. 오랫동안 내려앉거나 붙어서 단단하게 모이거나 보기에 안 좋은 것 2. 자꾸 쌓이거나 붙은 것. 겹으로 된 것
[국립국어원 사전] 1. 몹시 찌든 물건에 앉은 거친 때 2. 겹으로 쌓이거나 붙은 것. 또는 겹이 되게 덧붙은 것


'때'랑 '더께'는 비슷하지만 달라요. 그런데 국립국어원 사전은 '더께'를 풀이하면서 '때'란 낱말을 끌어들여요. 이러면 뜻풀이가 엉킵니다. '더께·때'는 따로 풀이하고, 서로 풀이말에 안 써야 올발라요. 그리고 "거친 때"라고만 하면 더께라고 하는 것이 어떠한가를 잘 알기 어렵습니다. 낱낱이 풀어서 알려주어야겠어요.
 
 사전을 쓰는 사람은 이미 내놓은 사전이라 하더라도 틈틈이 뜻풀이를 보태거나 손질한다. 사전은 늘 살아서 움직이는 '말집'이기에.
 사전을 쓰는 사람은 이미 내놓은 사전이라 하더라도 틈틈이 뜻풀이를 보태거나 손질한다. 사전은 늘 살아서 움직이는 "말집"이기에.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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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갱이
[숲노래 사전] 1. 풀·나무에서 줄기 한가운데에 부드럽게 있는 것 2. 가운데나 복판이 될 만한 곳·자리·것. 또는 가운데나 복판이 될 만큼 뜻있거나 크거나 값있는 사람·살림·것·곳을 가리키는 말
[국립국어원 사전] 1. [식물] 풀이나 나무의 줄기 한가운데에 있는 연한 심 2. 사물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지난날에는 누구나 푸나무를 가까이하며 살았기에 '고갱이'는 흔한 말이었고, 여느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빗대면서 썼어요. 이제는 서울살이로 몰리면서 푸나무를 가까이하는 분이 줄었기에, 이 낱말을 잘 알기 어려운 분이 많은 듯합니다. 이런 대목도 헤아려서 첫째 뜻풀이하고 둘째 뜻풀이를 찬찬히 살을 입히면 좋겠어요.

㉤ 골골샅샅
[숲노래 사전] 어느 하나도 빠지지 않은 곳. 어느 한 곳도 빠지지 않게 (골골 + 샅샅. 골 = 멧골/고을. 온 멧골이나 온 고을을 하나하나 깊고 넓게 살피는 느낌을 담은 말씨)
[국립국어원 사전] 한 군데도 빠짐이 없는 모든 곳 = 방방곡곡


'골골 + 샅샅'인 '골골샅샅'이에요. '골'은 멧골이나 고을을 나타내는 낱말이랍니다. 그러니까 "온 멧골이나 온 고을"을 "샅샅이" 어떻게 하는 모습이나 몸짓을 '골골샅샅'으로 가리키지요. 그런데 국립국어원 사전은 '군데'하고 '곳'이란 말을 앞뒤로 넣었어요. 이 대목도 다듬을 노릇입니다. 어느 곳도 "빠지지 않게" 한다는 바탕뜻을 살리면서 풀이말을 추스르면 좋아요. 묶음표에 보탬말을 넣어 보는데요, 이런 보탬말은 '골골샅샅'이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말밑을 알려주는 셈이에요.

 섯 낱말을 놓고 이야기해 보았어요. 어떻게 보면 좀 어렵지 않느냐고 여길 수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 누구나 조금 더 생각을 기울이거나 마음을 쓴다면, 국립국어원 사전을 비롯해, 뜻풀이가 엉성한 사전을 우리 손으로 차근차근 바로잡거나 가다듬거나 손질하면서 알차게 가꿀 수 있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s://blog.naver.com/hbooklove)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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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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