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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탄핵 촛불집회 이후 또다시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 광장으로 옮겨왔다. 2019년 9월 28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 거리에는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집회 측 추산으로 약 200만 인파가 운집했다고 한다. 여기에 10월 3일, 광화문에서는 범 보수진영의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이들도 300만 인파가 모였다고 밝혔다. 또, 10월 5일 다시 열린 서초동 집회에서는 약 300만 명의 촛불시민들이 집결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일부 언론은 정치가 실종되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으나(연합뉴스 19/10/4), 집회에 참가한 백만 단위의 인원은 마치 영화의 박스오피스 관객수처럼, 거리 민주주의가 크게 흥행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시위 인원을 세는 누적 집계방식이든 경찰의 집회 관리방식을 뜻하는 순간집계 방식이든, 일단 사람이 많이 왔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자연히 순간순간 발생하는 식사와 용변 따위의 생리 현상 규모 또한 거대해지는 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초동 집회 현장에 20개의 화장실을 추가적으로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 인근 공용 화장실이 마비되기도 했다. 배고픔의 규모 또한 거대했다. 집회 근처 편의점의 진열 상품이 모조리 동이 났다는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했으며, 인근 식당가가 만석임을 알리며 '집회주도성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왔다. 대규모 집회가 낳은 진풍경이었다.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 이후 상품 재고가 바닥난 한 집회 인접 편의점
▲ 서초동 집회 근처의 한 편의점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 이후 상품 재고가 바닥난 한 집회 인접 편의점
ⓒ 트위터계정 www8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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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내야할 목소리

그러나 집회 현장에서도 울상을 짓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집회 인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근처 편의점, 식당가의 종업원들의 노동강도는 몇 배가 올라간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날에는 법적으로 보장받은 휴무시간이나 식사시간 따위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며, 그렇다고 쉬지도 먹지도 못한 휴무시간을 금전으로 환산하여 받을 수 있는 형편도 되지 못한다.

급격한 수요에 사장이 직접 나와 노동을 보조하거나,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하나 더 붙여주는 정도의 '당연한 경영'은 한국의 현실에서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급격한 노동량 증가에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받는 '시급'이 그대로라는 점에 있다.

집회 특수 경제가 대규모로 일어나는 날이면, 업주는 신장된 매출로 보상받는다. 그러나 고용된 종업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착취 강도만 강해진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대규모 집회에 고생한 종업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특별수당'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아니라면 대규모 집회나 선거유세가 예정된 날에는 '최소 근무인원을 맞춰달라'고 요구할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규모 집회속 노동권의 보장을 말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노동이슈를 중요하게 다루는 진보정당에서도, 노동조합에서도, 시민단체에서도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꼬집어주는 논평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때문에 이제라도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 40도가 넘는 폭염에 폭염수당 100원을 쟁취해냈던 '라이더 유니온'의 노동자들처럼, 대규모 집회엔 시급을 더 달라고 말이다. 필자는 진보정당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발휘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대규모 집회 날마다 고생하는 노동자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태그:#촛불집회, #태극기집회, #편의점, #노동강도, #집회 특별 노동 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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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근로자, 부업 작가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과 『젊은 생각, 오래된 지혜를 만나다』를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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