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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딸기잼을 무척 좋아합니다. 딸기가 많이 나오는 철에 잔뜩 사서 잼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좋아하는 브랜드의 딸기잼을 몇 통씩 사다놓기도 합니다.
 저는 딸기잼을 무척 좋아합니다. 딸기가 많이 나오는 철에 잔뜩 사서 잼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좋아하는 브랜드의 딸기잼을 몇 통씩 사다놓기도 합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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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저는 구운 식빵에 버터를 잔뜩 바르고 계란 후라이와 치즈 한 장을 올려 먹었어요. 이렇게만 먹어도 맛있지만 빵에 딸기잼을 듬뿍 바르면 한 입 베어 물 때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 절로 퍼져나갑니다. 여기에 사과 반쪽을 곁들이면 아침식사로 부러울 것이 없어요. 맛있는 베이커리에서 신선한 통곡물 식빵을 사오는 날에는 보통 2~3일 간은 이런 패턴으로 아침식사를 합니다. 우유를 곁들여도 좋고, 아메리카노 한잔과 함께여도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보니 집에 딸기잼이 떨어졌더라고요. 저는 딸기잼을 무척 좋아합니다. 딸기가 많이 나오는 철에 잔뜩 사서 잼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좋아하는 브랜드의 딸기잼을 몇 통씩 사다놓기도 합니다.

어릴 적 딸 셋인 저희 집은 해마다 딸기철이 되면 엄마가 엄청난 양의 딸기잼을 만드셨어요. 딸기잼 만드는 날에는 아침부터 커다란 알루미늄 양동이 두 개가 등장하고 엄마는 집에 있는 유리병이란 유리병은 죄다 꺼내서 소독하고 말리셨어요. 

잘 씻어 꼭지를 따놓은 딸기와 흰색 설탕이 양동이 가득 담기면 잼 만들기가 시작돼요. 그때는 '도깨비방망이' 핸드쉐이커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라 엄마는 막대주걱으로 직접 딸기를 으깨가면서 저으셨어요. 

어느 정도 딸기가 으깨진 뒤에도 잼이 양동이 바닥에 눌러붙지 않게 하려고 계속 나무주걱으로 휘휘 저어가면서 잼이 완성될 때까지 두 개의 양동이를 번갈아 가면서 저으셨어요. 가끔 팔이 아프다는 말도 하시면서 저보고 저어보라고 하셨는데 몇 번 젓다가 이내 나무주걱은 다시 엄마의 손으로 옮겨지곤 했어요.

딸기잼이 다 되어갈 즈음이면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어요. 엄마가 저에게 천 원짜리 몇 장을 주시면서 슈퍼에서 식빵을 사오라고 하십니다. 그때는 식빵 한 줄이 지금보다 훨씬 길었어요. 지금 길이의 3배 정도는 되었던 것 같아요.

식빵을 사오면 엄마가 양동이에서 다 된 잼을 식히고 계셔요. 적당히 식은 잼은 유리병 안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유리병이 가득 채워지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래야 양동이에 남은 잼을 식빵으로 찍어 먹을 수가 있었거든요. 우리 세 자매는 잼 양동이를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양동이 안쪽에 묻은 잼을 식빵으로 열심히 닦아서 먹었어요. 

방금 만든 따끈하고 달콤한 잼을 찍어 먹는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이제껏 그렇게 맛있는 잼을 다시 만난 적이 없습니다. 엄마는 곧 저녁 먹어야 하니까 적당히 먹으라고 하시지만 그날만큼은 하루 종일 딸기잼과 빵으로 배를 채워도 괜찮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어요.

일년에 한 번 있던 그날은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았었는지, 벌써 오래전 일인데 딸기잼을 볼 때마다 엄마가 잼 만드시던 날의 기억이 납니다. 초저녁 무렵 딸기잼 먹을 생각에 신이나서 슈퍼로 달려 가던 기억, 얼굴을 스치던 그 기분 좋은 바람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 합니다.

태그:#딸기쨈 , #추억, #어린시절, #딸기, #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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