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질적으로 개봉한 한국영화는 194편, 이중 독립예술영화는 114편이었습니다(2018년 영진위 통계 기준). 1년 극장 관객 수 2억 명을 돌파했음에도 한국 독립영화를 찾는 관객은 언제부턴가 100만 명 언저리입니다. 잘 만든 독립영화라도 1만 관객 모으기도 어렵다는 호소가 나옵니다. 대기업 투자배급사 중심 산업시스템에서 한국 독립예술영화 정책이 소외돼 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몇 차례에 걸쳐 국내 독립영화 각계의 목소리를 싣고 함께 실질적 대안 마련을 고민하려 합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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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영화란 무엇인가'

1998년 설립된 한국독립영화협회(아래 한독협) 창립선언문은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한독협의 주요 사업인 서울독립영화제(아래 서독제)를 떠안은 지 3년 차를 맞이한 김동현 집행위원장의 경력 역시 이 한독협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한독협이 설립된 해에 강릉 씨네마테끄 출신인 그는 지역 최초 독립영화제인 정동진영화제의 출발을 함께 했다. 

정동진영화제 사무국장, 서독제 사무국장을 거쳐 집행위원장이 되기까지 동료 선후배 영화인들과 함께 한국독립영화 전반의 구심점이 돼 왔고, 상업영화 중심의 산업 환경에서 대안점을 고민했으며,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달자가 돼 왔다.

그 성과가 하나둘 눈에 들어오던 무렵 보수 정권의 '블랙리스트'로 한독협은 감사 대상이 됐고, 힘들게 쌓아 올린 것들이 무너지는 경험도 해야 했다. 지난 10년,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영화는 탄압받고 동료들이 생계 위기까지 겪는 것을 보며 연대했다면 이제 다시 전열을 정비할 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과 정책 면에서 한국독립영화계는 소외돼 있어 보인다. 이효인-조영각 전임 위원장에 이어 새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그를 만날 필요가 있었다.

정권 교체 후 변화... "갈 길 멀다"

그 역시 독립영화계에 불고 있는 확대의 기운을 이미 체감하고 있었다.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그는 "정권이 바뀌어도 독립영화 정책 등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생태계가 더 넓고 복잡해졌기 때문"이라 진단하며, "독립영화에 대한 의미가 각자에게 많이 달라졌다. 모두 포용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진단이 유효한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그는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다. 

"10년간 초토화됐던 걸 회복하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걸 알게 됐다. 여전히 한국독립영화계가 회복되진 않았고, 정책 역시 그걸 뒷받침하고 있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정상화를 기대하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10년 동안 우린 방어만 하면서 살았잖나. 필요하면 대항해서 싸우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서 뭔가 창의적으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쌓는 게 어려웠다. (집행위원장 취임 후인) 지난 2년간은 그런 우릴 성찰하는 시기 아니었을지. 

처음에 집행위원장을 맡고 별다른 변화는 체감하지 못했다. 실무자로 이미 10년 넘게 서독제 일을 했기에 그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에 서독제가 쌓아왔던 걸 잘 계승하면서 내부적으론 제 리더십도 실험하는 기간이었다. 동시에 외부적으론 정권이 바뀌었고, 젠더와 노동 이슈가 드러나며 (영화계에서도) 세대교체가 되는 시기였다. 무리하게 변화를 외치기보단 우선 그런 외부 요인을 잘 배우고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좀 감이 잡히는 것 같다(웃음). 내년 정도가 되면 가시적 변화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독립영화계에서도 여러 기대가 있었다. 지난 10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선 독립영화계와 정부 논의 테이블이 사라지다시피 했다며 통탄했던 김동현 위원장은 "변화가 체감은 된다. 2017년 촛불 정국 전까진 기대감조차 없었지만 이젠 뭔가 다시 해보자는 의지가 나오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바로 그게 표면화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블랙리스트의 작동 창구였던 영화진흥위원회 수장들도 바뀌면서 독립영화인들과 함께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독립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독립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낸 것. 표본의 한계는 있지만 감독, 프로듀서, 배급사, 비평가에 이르기까지 각 직군별로 어떤 상태에 처해있는지를 나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다.  

"구체적 효용성을 떠나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과정이 중요했다고 본다. 블랙리스트 정국 이후 독립영화인과 같이 일군 정책 결과물인 건 맞으니까. 정권이 바뀐 후 2017년 무렵 전국독립영화 정책 네트워크라는 느슨한 차원의 단체가 구성됐다. 개인과 단체 모두가 결합할 수 있는 회의를 여러 차례 했지. 정말 모든 얘기가 다 나왔다. 극영화 하는 사람, 다큐 하는 사람, 비평가, 관객 입장까지 말이다. 나오는 이야기가 다를 건 예상했기에 그런 자리를 가졌다는 자체가 소중하지. 

과거 정부엔 싸울 대상이 명확해서 우리가 단결했지만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차원에선 위치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체감했다. 그 보고서는 독립영화인들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차원이다. 그간 우리가 서로의 위치를 정교하게 바라보지 않았기에 효용 가치를 떠나 과정 면에서 의미 있었던 것이다. 낮은 수위에서의 공통점을 도출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2016년 안철수, 도종환 의원이 차례로 내놓은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아래 영비법) 이후 조승래, 그리고 올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스크린 상한제를 골자로 한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번번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대기업이 투자와 배급, 상영을 겸업하지 못하도록, 특정 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취지인데 이마저도 독립영화계를 포용할만한 요소가 부족해 보인다. "자세히 잘 알진 못하지만" 가정하면서 김 위원장은 말을 이었다.

"원론적으로 스크린 독과점에 비판적이다. 해가 지날수록 더 심해지기에 적절한 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 안에서 일종의 마이너쿼터, 즉 독립영화에 대한 일정 비율 상영 등 얘기가 나오는데 좀 곁다리라는 생각이 든다. 독립영화를 산업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데 사실 전 문화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스크린 독과점 하면 프랑스 사례가 많이 나오잖나.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극장에 지원하는 돈이 엄청 많더라. 영화 종주국이라는 자부심도 있고. 

1년간 극장을 찾는 프랑스 관객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왜 국가가 극장을 그렇게 지원할까. 문화적 영향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보통 영화를 본다고 하면 오락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종종 문화를 즐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국가 차원의 막대한 지원을 하는 프랑스는 영화를 단순히 즐길 거리, 산업 영역에 있는 오락거리로 생각하는 분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란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중요한 대중 매체라는 거지.

뚜렷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그런 정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독과점 비판을 하면 산업적 관점만 너무 얘기하는데 산업적으로 저예산 영화는 돈을 재생산할 수 없다는 등 그런 논의만 지속되는 상황이라 독과점 논의할 때 산업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영화 자체의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고려하는 시각이 있었으면 한다." 
 
 
 지난 3월 영화인비상대책위 기자회견에서 부산영화제 보이콧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정윤철 감독, 명필름 이은 대표, 이춘연 대표, 방은진 감독, 고영재 한독협 이사장,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안영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지난 2016년 3월 블랙리스트 발동을 용인한 부산시 방침에 항의하며 독립영화계 등 영화계 단체가 부산영화제 보이콧 의사를 밝히며 연대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왼쪽부터 정윤철 감독, 명필름 이은 대표, 이춘연 대표, 방은진 감독, 고영재 한독협 이사장,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안영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 권우성

 
"믿고 지원하면 성과는 분명할 것"

정책 면에서 김동현 위원장은 실무기관인 영진위와 소통이 회복됐음을 인정하면서도 아쉬운 지점을 지적했다. 2019년 영진위는 '영화산업 양극화 해결을 위한 공정환경 조성'을 최우선 사업으로 내세우며 지난해 독립기구로 분리된 공정환경조성센터 예산을 50% 정도 늘렸다. 시나리오 개발을 중점으로 한 '기획개발지원' 예산 역시 크게 늘려 올해 6월 기획개발전문역량강화센터를 열었다. 이밖에도 '독립·예술영화전용관 통합예매시스템 구축' 사업을 신설했고, '독립영화제 개최지원' 예산도 일부 증액했다.

김동현 위원장은 "기획개발도 넓은 의미에서 창작 부분인 만큼 영진위가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직접적으로 독립영화 쪽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기획개발은 상업영화 쪽 예산이었다. 물론 지금은 달라졌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기획개발 예산이 늘면서도 독립영화 관련 예산이 많이 늘지 않았다는 것에 아쉽게 생각한다. 실제로 그 (기획개발 강화센터) 사업을 운영하는 분들도 독립영화를 하시는 분들이 아니다. 2020년 예산 작업을 지금 한창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거기에 독립영화유통배급 활성화 예산을 상정한 걸로 알고 있다. 그게 잘 통과돼서 독립영화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 진행되길 바란다." 

정책 얘길 하면서도 김동현 위원장은 "한국독립영화가 관객도 늘고 제작 편수도 느는 등 많이 성장한 건 맞지만 너무 산업적 논의에 집중돼 있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한다"고 짚었다. 

"개인적 생각과 별개로 전체 시스템을 본다면 1년에 작품이 1300, 1400편 정도가 서독제에 출품되는데 확실히 인풋(input) 대비 아웃풋(output)은 나오는 것 같다. 지원하면 결과물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믿고 지원을 많이 할수록 더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배급 부분은 확실히 판이 커진 것에 비해 확실히 선순환이 안 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플랫폼이 바뀐 환경에서 절실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산업적으로 가장 아쉬운 건 극장 플랫폼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상황이잖나. OTT(Over The Top,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얘기도 나오고. 그런면에서 방송과 독립영화의 결합이 아쉽다. 이 논의가 안 나온 건 아니지만 그간 독립영화와 방송이 결합해 시너지를 이뤄내지 못한 게 아쉬운 부분이다. 방송 플랫폼에 들어가게 되면 상황은 확실히 달라지게 되거든.

극장 안에서만 있다보니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로 나뉘어 시장 안에서 경쟁하게 되는데 방송은 공공재니까 스펙트럼이 넓잖나. 훨씬 더 독립영화의 활로가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근데 어떻게 뚫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방송 시스템이 너무 공고해서. 영국, 미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선 꽤 하는데 우린 왜 안되는지. 계속 논의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아직 전문가가 없어 보인다."


무조건적 요구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독제는 그간 독립영화 아카이빙 사업, 독립영화 제작 및 배급, 마케팅 등에 실질적 지원을 위해 나름 여러 사업을 이어왔다. 특히 올해는 서울산업진흥원과 함께 후반 제작지원 사업을 신설했고, '시나리오 크리에이이티브 LAB' 사업으로 독립영화 시나리오 개발을 지원한다. 영화제 차원에서의 해외 교류 사업 또한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고 있다. 

"배급 지원 등 사업이 과거에 독립영화들에 크게 도움이 됐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미미하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없애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 최근 단편을 전문으로 하는 배급사가 생겨서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그럼 영화제 차원에선 좀 더 규모를 줄여야겠지. 제작지원 제도를 개편하면서 국내에선 그 정체성이 확고한데 해외에서는 아직 잘 모른다. 여러 국제영화제에 한국독립영화를 우리 시각으로 소개하고 인식을 넓히려 한다."
 
 한국독립영화협회 후원의 밤에 참석한 독립영화인들. 왼쪽부터 임창재, 김경묵, 민용근 감독, 강은진 배우, 박정범 감독, 조영각 집행위원장

2016년 12월 한국독립영화협회 후원의 밤에 참석한 독립영화인들. 왼쪽부터 임창재, 김경묵, 민용근 감독, 강은진 배우, 박정범 감독, 조영각 전 집행위원장. ⓒ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영화계가 직면한 과제들

표준근로계약서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영화계 화두로 떠오르며 독립영화계 역시 이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현 기준으로 상업영화는 2020년 7월, 50인 미만의 인원이 참여하는 독립영화는 2021년 7월부터 해당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한다. 애초 제작비가 낮은 차원이라 근로시간과 임금 상승이 상업영화보다 더 크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쉽지 않은 문제"라며 김동현 위원장이 운을 뗐다.

"지금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고정 수입이나 재원이 전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독립영화계도 지금의 시스템이 바뀌는 걸 누구보다 동의하기에 함께 그 변화에 참여할 의지는 분명히 있다. 다만 독립영화에 맞게 적용하는 방안을 치열하게 찾아야 할 것이다. 영화라는 게 특정할 수 없는 창작 영역이잖나. 독립영화 고유의 창작 에너지를 가져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렵겠지만 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변화하는 노동환경이 (독립영화계) 창작자에겐 심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영화를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까지 할 수 있지. 다들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인건비를 주려고 하거든. 스태프 처우를 개선하려 노력하지만 감독이나 프로듀서는 약간의 돈을 받더라도 (스태프들에 비해) 후 순위다. 예술의 영역이기에 창작자는 급여 문제와 상관없이 활동하려 하겠지만 기획자는 직업적 보장이 돼야 한다. 현재 시스템에선 산업적으로 이들이 자생할 수 없고, 공적 지원금은 한계가 있으니 정책을 고민할 때 창작자와 기획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김동현 위원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 다양한 미디어 교육으로 독립영화 제작 편 수는 꾸준히 늘고 있음을 전하면서, "고비를 넘어가는 시기"라고 표현했다. 앞서 말한 근로 정책 변화, 그리고 플랫폼 변화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이런 상황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제작 여건이 좋아질 거라 보긴 어렵다. 작년인가 홍콩에서 한 기자가 제게 물었다. '한국에선 독립영화가 1년에 1000편 넘게 만들어진다는데 아무리 단편영화를 포함한 수라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그 질문에 상대적으로 우리가 여건이 풍부하다는 걸 인지했지만, 이젠 좀 다른 영화가 나와야 한다. 천편일률적이 아닌 상업영화에 도전할 수 있는 영화 말이다. 편수는 중요치 않다고 본다.

플랫폼 변화 역시 중요하다. 아직까진 독립영화 입장에선 영화제와 극장 개봉이 중요하긴 하다. OTT 등에서 독립영화가 제대로 소개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1년에 많게는 1400편의 독립영화를 관객이 다 찾아볼 수 없으니 영화제라는 비영리의 장이 발굴의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또 영화제에 출품해도 극장 개봉이 안 되면 장롱에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제와 극장 개봉의 길을 가려 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길도 개척할 생각도 해야지. 그 길이 엉뚱할 수 있으니 지금은 개요 정도를 짜는 수준이다. 

지금은 극장 관객이 영화에 대해 인식하는 게 천편일률적인 시대 같다. 독립영화는 재미없다는 인식이 있거든. 그걸 깨기 위해서라도 극장에 투입되는 독립영화가 많아져야 한다.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다양한 영화들이 있음을 보이면서 관객의 성향도 바뀔 수 있거든. 수익성과 연결돼 쉽지 않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관객 역시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 믿는다." 


이 맥락에서 한국독립영화, 저예산 영화에도 종종 나타나는 쏠림 현상을 그는 경계했다. 관객이 20만, 50만 넘게 드는 한국독립영화의 예를 들며 김동현 위원장은 "그런 작품이 독립영화시장을 넓히는 기능을 했는데 이젠 그걸 유지해야 하는 것이잖나. 시장 확대는 신나는 경험이지만 그걸 유지하고 더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며 "한국독립영화가 산업 영역에 들어간 게 이제 15년 정도인데 그중 10년이 블랙리스트 정국이었다. 좀 더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독립영화협회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한독협 회원들

2018년 9월. 한국독립영화협회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한독협 회원들. ⓒ 조성봉

 
모두의 독립영화, 각자의 독립영화

그 스스로가 인정했듯 한국독립영화계 안에서도 이젠 독립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생각과 인식 차가 있다. 저항과 운동의 의미로, 개인주의적 창작 활동 영역으로 혹은 상업영화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 등으로 말이다. 1998년 그때의 질문을 다시 던질 필요가 있었다. 2019년에 묻는 독립영화 정신 말이다.

"우리가 과거에 한독협을 설립할 때 표현의 자유, 제도와 권력, 그리고 자본으로부터의 저항에서 출발한 건 분명하다. 그 본류가 여전히 우리 아래에 절절히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20년이 지나며 환경과 주체들도 많이 바뀌었다. 이런 때에 우린 어떤 영혼을 가져야 할지 생각한 적이 있다. 제가 영화제를 해서인지 투쟁일 수도 있고, 또 확장의 의미로 상업영화 안으로 들어가 기존 구조를 흔들어 낼 수도 있는 게 독립영화 정신이라고 본다. 누군가에겐 젠더 문제나 소수자 발언일 수도 있고. 

이 다양한 정의의 공통점을 찾자면 바로 다른 세상을 꿈꾸는 상상력 아닐까. 영진위에서 똑같이 지원금을 받아도 각자 무엇을 다르게 상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에겐 새로운 이야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배급일 수 있다. 산업 영역에 들어가 있지만 그 밖에서 대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창의적이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핍박을 하도 받아 상상력이 고갈된 건 아닌지 걱정도 드는데 좀 더 다른 영화를 만들고, 새로운 관객을 만나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각자의 독립영화를 하면 된다. 독립영화계 내부적으로도 치열한 부딪힘이 있어야지. 다만 바람이 있다면 독립영화를 하고 있다는 인식 정도는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엔 독립영화 인식이 지금보다 더 없긴 했다. 그땐 투쟁적 의미가 강했기에 어떤 감독님은 '내가 저항 정신이 없는데 왜 독립영화 감독이라 하냐'고 뭐라 하기도 했다(웃음)."


상업영화와의 선순환. 기자가 노트북을 덮을 무렵 김동현 위원장이 던진 말이다. 분명 그랬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구분이 산업적인 거라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좋은 창작자들이 대부분 '독립영화 정서'를 품고 독립영화인으로 상상력을 맘껏 발휘해 왔다.

김동현 위원장은 "상업영화를 하고 있으면서도 독립영화를 꾸준히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그런 젊은 감독님, 프로듀서들이 상업영화 시장에서도 판을 흔들고, 자기 목소리도 내며, 동시에 독립영화도 종종 만들면 (시스템이) 좀 더 빨리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난처하고 진부한 질문을 다시 시작하는 건 시대에 따라 독립영화의 겉모습이 변하더라도 그 밑바닥 정신만은 이어지고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새 우리가 그 질문에 냉소적이진 않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 1998.9.18. 한국독립영화협회 창립선언문 중
서울독립영화제 한국 독립영화 김동현 저예산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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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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