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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독도서관
 정독도서관
ⓒ 함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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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교육을 받으러 사무실이 아닌 교육기관으로 사흘간 다녀왔다. 간만에 늘 다니던 길이 아닌 새로운 곳을 오고 가니 기분이 절로 새로워졌다. 교육 마지막 날은 집에 오려고 버스를 타려다 경복궁 근처에서 안국동까지 걷고 싶어 두 정거장을 걸었다.

걷는 길 중간에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 시절에 공부를 했던 꿈의 발상지인 정독도서관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시절에 도서관 갈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천천히 긴 돌담길을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10여 분 정도 걷다보면 어느 새 도서관 입구에 도착하곤 했다. 오며가며 간혹 나처럼 가방을 메고 가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주변에는 지루한 골목길과 길 중간에 있는 학교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입구부터 달랐다. 더 넓어진 골목길과 입구에 예쁘게 놓여진 공중전화 박스는 마치 외국에 온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으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내국인 보다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길 중간에는 많은 상점들이 생겨서 악세사리, 꽃, 의류 등 다양한 구경거리가 많았다.

더 이상 단조롭고 지루한 골목길이 아니었다.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진 골목길이었다. 걷다 보면 어느새 도서관에 도착해 있었다.

'아이고, 이 길을 걸으며 앞으로의 수많은 계획을 세우며 도서관에서 공부했는데. 공부하다 배가 고프면 1층 식당에 가서 우동 한 그릇과 삼각형 커피우유를 사 마셨는데...'

그때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그때 나의 마음과 생각을 기록으로라도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 그 당시 나로 돌아가서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30년 전 같은 장소지만 더는 과거의 장소가 아니다. 그때 그곳이 지금은 변한 것처럼 나라는 사람도 변했다. 정말 내가 이루고 싶은 모습대로 잘 살아 왔을까. 과거로 돌아가 묻고 싶다. 지금의 나를 봤을 때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까? 넌지시 생각이 든다. 현재의 내 모습에 만족하는지? 이렇게 과거의 나한테 묻고 싶은 것은 현재의 내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인 걸까?

사십 대가 되니, 남의 시선, 남의 기준은 중요치 않다. 그저 하루하루 나의 마음과 나의 인격이 제대로 잘 형성되어 가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무엇을 이루고 살았냐가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유지하려고 애쓰는지가 중요하다.

그 중 하나가 '평정심'이다.

요새 들어 나이가 조금 들었다는 이유로, 지위가 조금 높아졌다는 이유로 이래저래 집에서나 밖에서 화를 쉽게 내고자 하는 내 모습을 본다. 현재의 나는 무엇을 성취하고자 앞으로 전진하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느리게 한 발씩 천천히 걸야 하지 않을까. 남을 이기고 싶다거나 더 성취하고 싶다는 생각을 누르고 양보하는 마음을 지녀야 할 때 아닐까.

이런 삶이 나의 인생 길에 아름답고 예쁘게 꽃을 피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현재의 골목길이 알록달록 예뻐진 것처럼.

10년 후 나에게 미리 말을 걸어본다. '멋있게, 잘 살고 있어요.' 미래의 나의 삶처럼 살기 위해 그 길을 멋있게 만들면서 걸어가야겠다.

태그:#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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