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영화 포스터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영화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어린 시절부터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지내며 성장해선 어플을 만드는 IT 회사를 함께 운영 중인 폴(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 분)과 토니(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 분). 인터넷에서 물건을 폭풍 구입하는 것을 인생의 최고 행복으로 느끼는 폴과 자신감이 강하며 발모제 없인 못 사는 토니는 획기적인 인공지능 어플 '나나'를 개발하여 미국의 거대 회사에게 1400만 유로에 파는 빅딜에 성공한다.

그러나 폴은 자신이 개발한 어플 '나나'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여 거래를 성사시킨 토니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마찰을 빚으며 신경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술김에 회사의 지분을 놓고 모든 것을 버린 후에 하루에 물건 한 개씩만 돌려받으며 100일을 버티는 황당한 내기를 하게 된다.

독일 영화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는 모든 물건을 반납한 채로 100일 동안 매일 무소비 상태에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 한 가지만을 가져와서 생존해야 하는 설정이 눈길을 모은다.

이것은 마치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종종 다루는 스마트폰 없이 살기, 플라스틱 소비 안하고 살기 등 극단적인 실험을 연상케 한다. 흥미롭게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도 핀란드의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물건>(2013)에서 영감을 얻었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영화의 한 장면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페트리 루카이넨의 <나의 물건>의 주인공은 연인과 이별한 후 3년 동안 물건을 사들이는데 집착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정말로 필요해서 샀던 것일까? 아니면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대체품을 필요했던 것일까?'란 의문을 품는다. 이후 대형 창고에 모든 물건을 옮기고 1년 동안 매일 단 하나의 물건만을 가져온다. 영화는 이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2015년 독일에서 상영된 <나의 물건>을 인상 깊게 본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는 소비와 소유를 포기한 사람을 모티브로 삼아 두 절친이 내기를 벌이는 요소를 더하여 장편 극영화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를 만들었다. 그는 현재 자본주의가 가진 '모순'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행복을 약속한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잘 기능하는 이유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하면서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제대로 기능했다면 우리는 행복을 느끼고 더 이상 물건을 살 이유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모순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영화의 한 장면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는 첫 장면에서 과거 세대가 가졌던 물건의 가짓수를 보여준다. 폴과 토니의 증조부모 세대는 57가지, 조부모 세대는 200가지, 부모 세대는 600가지의 물건을 소유하며 살았다. 반면에 현재는 평균 1만 가지의 물건으로 생활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아침에 눈을 뜬 폴과 토니는 샤워하고 커피를 마신 후에 출근한다. 영화는 이런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물건을 사용하고 소비되는지를 묘사한다.

여기에 폴은 신지도 않을 신발을 수집하느라 집안 한구석을 가득 채운다. 토니는 고급 정장을 잔뜩 사들여 있어 보이는 외면을 만들려고 애를 쓴다. 폴과 토니의 소비 생활은 영화이기에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많은 물건을 사고 버리며 쌓아두는 우리의 일상을 충실히 반영한 모습이다. 영화는 오늘날 사회적 이슈인 '물질만능주의'를 꼬집는다.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는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폴과 토니의 케미로 웃음을 준다. 낮에는 사라지고 밤에만 나타나는 묘령의 여인 루시(미리엄 스테인 분)와 토니는 로맨스의 달달함을 선사한다. 독일의 형제작가인 그림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영화에 녹인 방식도 재미있다.

가장 큰 볼거리는 생존과 행복을 위해  하루하루 어떤 물건을 가져올 것인지를 고르는 선택이다. 감독과 주연배우이면서 각본까지 직접 쓴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는 "중요한 질문은 가장 처음에 가져올 물건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라고 영화의 감상 포인트를 설명한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영화의 한 장면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는 텅 빈 집을 매일 한 가지 물건으로 채워가는 폴과 토니를 통하여 '수많은 물건 가운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사들이고 쌓아온 물건의 총합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을까?'를 묻는다. 루시의 사연은 영혼의 구멍, 즉 나에게 부족한 면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폴의 할머니 오마(카타리나 탈바흐 분)는 물건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독특한 설정 대신에 로맨스와 코미디 장르의 흔한 전개로 수렴된다. 또한, 폴과 토니의 우정, 루시와 토니 사이의 사랑이란 두 가지 플롯에서 갈팡질팡한다. 헤어스타일과 이름에서 명백히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를 참고한, 자본주의의 탐욕을 상징하는 데이빗 주커먼에게 한방을 날리는 장면도 시원하지 않고 억지스럽다. 독창적인 소재에 비하여 과감함이 부족하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현대의 소비문화에 던진 메시지만큼은 유효하다. 관객에게 인생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을 생각하길 원한다. 결코 소비가 자존감, 인간관계, 가족애를 대신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어쩌면 이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영화의 한 장면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는 2018년 독일 흥행 순위에서 17위(할리우드 영화를 제외하면 자국 영화론 2위에 해당)를 기록했다. 독일 사회가 영화의 웃음뿐만 아니라 메시지에 공감한 결과다.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 감독은 관객을 향해 자본주의의 논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한다.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생각할 여지를 주는 가치 있는 양분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풍요로 특징지어지는 우리의 세계에는 소비를 줄여야 하는 너무나 많은 영역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플라스틱의 사용과 육류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상당히 이용당하고 있다."
독일 영화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 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 미리엄 스테인 한넬로르 엘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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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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