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탈레반과 IS의 테러 공격이 끊이지 않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시적인 폭탄 공격의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카불 사람들이 있다. 

시리아 혁명군에 참여한 여성의 시선에서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알린 <사마에게>와 함께 아부자르 아미니 감독의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가 주목받은 것은 단순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끊임없이 전쟁과 테러에 시달리는 아프가니스탄을 보여주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된 바 있는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는 신인 감독으로는 이례적으로 세계 최대의 다큐멘터리영화제로 평가받는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국제경쟁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아부자르 아미니 감독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아프가니스탄 사람의 시선에서 전쟁과 테러로 신음하는 조국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카불에서 버스 운전을 하는 아바스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얼마 전까지 군인이었지만 테러 위협을 피해 해외로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 역할을 맡게된 아프신과 벤자민을 번갈아 보여 준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인 아프신과 아직 학교의 문턱도 넘지 못한 것처럼 보인 벤자민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가장의 무게는 그들의 가녀린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테러로 곧 죽을 지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이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반면 빚을 내어 어렵게 버스를 장만한 아바스는 차입금을 제때 내지 못해 버스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버스를 일부러 고장내는 자작극까지 벌인다. 아바스에게는 테러의 공격 못지 않게 생계의 막막함이 더 걱정이다. 

전쟁과 테러가 일상이 되어버린 카불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 하루도 테러 공격을 받지 않고 무사히 생명을 유지하는 것. 그것만이 지상 최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카불 사람들에게 국가와 도시의 재건, 생존 그 이상의 삶을 논한다는 것은 사치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는 카불과 카불 사람들을 전쟁과 테러의 공포에 갇혀버린 정형화된 공간과 캐릭터로만 다루지 않는다. 수시로 터지는 폭탄이 그들의 삶을 힘들게 할지라도 눈이 오면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의 재롱을 만끽 하면서 잠시나마 현실의 시름을 잊기도 한다. 

전쟁과 테러의 위협 속에서도 삶을 지속해나가는 카불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아프카니스탄 카불 시민으로서 오랫동안 고향의 현실을 목도한 감독이기에 다룰 수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뿐만 아니라 해외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들은 전쟁과 테러 공격을 겪거나 가까이서 경험한 당사자가 직접 카메라를 들어 조국의 참상을 보여주는 작품(<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사마에게>)과 미얀마와 인접한 태국인의 시선에서 미얀마 내전과 난민 문제를 다룬 영화(<만타레이>, <소년병: 영토 없는 국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 작품들은 현재 지구 상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다루고 있고 동시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 문제에서 한치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감독이 시리아 내전 중 낳은 딸 사마에게 바치는 편지 형식으로 시리아 전쟁을 다룬 <사마에게>도 그랬지만,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역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고 자라 전쟁과 테러를 수도 없이 경험해야 했던 감독이기에 만들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사마에게> 모두 상당히 감명깊게 봤지만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이후 쉬이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 전 세계의 유일한 휴전 상태의 분단국가이긴 하지만 오랜 세월 전쟁과 거리가 먼 아늑한 도시의 영화관에서 이 영화들을 보고 박수를 치는 것 자체가 값싼 동정 같다는 회의도 들었다.

사실 이 영화들을 보고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좀 흐르니 위험을 무릅쓰고 카메라를 들었던 감독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영화란 자신들의 탁월한 예술적 감각과 세계관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생존의 일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이런 영화를 보고 드는 많은 생각은 모두 그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않는 사람이 아닌 이상 가늠조차 되지 않는 일. 어찌되었던 영화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사마에게>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불가능하겠지만 앞으로는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사마에게> 같은 영화들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허나 이미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더 많이 가지기 위해 혹은 자신들만의 욕망과 아집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 칼을 드는 사람들의 공격은 계속 되기에 그들에 맞서 카메라로 슈팅(shooting)하는 감독들의 용감한 도전과 영화적 성취는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게 한다. 기회가 된다면 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와 <사마에게>를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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