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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는 변방의 예술, 규방의 예술로 흔히 치부되었다. <자수신세계>프로젝트는 그 자수를 햇빛으로 꺼내놓는 작업이다.
▲ 자수는 변방의 예술, 규방의 예술로 흔히 치부되었다. <자수신세계>프로젝트는 그 자수를 햇빛으로 꺼내놓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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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숙 디자인포럼 대표를 만날 때마다 자주 놀란다. 한때는 IT 산업의 최첨단에서 엔젤투자를 종사했던 이력이 그렇고, 현재는 전혀 다른 방향인 예술계로 '투신'해 여전히 그 실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그렇다. 숨은 문화계의 자원들을 발굴해 내는 안목이 또 놀랍고, 언제나 판단도 빠르고, 실행력도 높아서, 일이 언제나 IT업계처럼 빨리 굴러간다는 점도 그렇다. 그 순간에 해야할 일들이 그 순간에 완성되어 전파된다.

김 대표는 올 6월에 20여 작가와 함께 '민화 만화경' 전시를 뚝딱 해치웠는데, 그로부터 두 달만에 새로운 전시 '자수 신세계'를 구상해 진행하고 있다. 구성된 팀원이 처음 모여 일을 시작하는 '킥오프'의 자리에 참여했다. 몇 사람 말로 '자수 신세계'의 지도를 엿보았다.

"그때도 네이버, 다음이 있었지만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이니까. 그 당시까지만 해도 인터넷 갖고 사업하는 사람들이 언더그라운드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인터넷기업협회라는 걸 만들어서 뭉치니까, 대변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무엇을 하려면 여기를 찾고 해서 일 전체에 선순환이 이루어졌어요.

예를 들면 민화의 경우에도 정병모 선생이나, 경주민화포럼의 역할도 있었지만, 월간민화 유정서 대표같은 분이 전국 다니면서 뭉치게 한 게 민화 발전에 영향을 준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여러분들이 중견이라고 할까요? 자수의 부흥에 허리가 되는 역할도 했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어요. 여러분들이 수원이나 대구나 대전이나 여수 이런 데로 모두 흩어져있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그게 무슨 제한이 되겠어요?

저는 평생 일만 해온 사람인데, 인터넷기업협회 때 일이 가장 보람이 되더라구요. 여러분들도 이번에 뭉쳐서 그런 보람, 그런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자수 신세계라고 제가 이름을 붙인 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그 무엇이 거기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요. 여러분들이 그걸 만들고, 발견해 가실 거예요." - 김이숙 대표

 
 오른쪽서 세 번째 김이숙 대표. 곽복희 자수작가와 서혜진 서양화가의 콜라보 자수를 보고 있다.
 오른쪽서 세 번째 김이숙 대표. 곽복희 자수작가와 서혜진 서양화가의 콜라보 자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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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8인의 자수작가 전시회다. 김이숙 대표가 사람들에게 탐문하고, 리서치하고, 무엇보다 인스타를 통해 직접 찾은 전국의 자수인들. 그네들은 다른 곳에서, 각기 다른 자수 기법으로, 각기 다르게 바늘을 움직이지만 정말은 비슷하다.

그네들은 예술의 변방 공예, 그 공예 중에서도 변방인 자수에 종사하고 있다. '골방에서, 골수로' 작업한다는 말은 별로 과장도 아니다. 대부분 여성이, 대부분 꽃을 수놓는다는 점도 한 공통점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처지로 모인 '자수인'의 단결이 그만큼 필요하다고 김이숙 대표도 말했을 것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모인 이 자리는 이들에게 연대를 확인하는 환대의 자리일 수도 있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근무했던 박혜성 학예사는 이들과 이들의 작업 전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신세계를 돌아볼 때, 그의 경험과 통찰이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다. 기획전시에 대한 약간의 조언을 그는 덧붙였다. 

"제가 처음엔 전통자수의 현대화로 알았다가, 지금은 프랑스 자수에 영국자수에 들꽃이 섞이니까, 제겐 더 연구를 해야하는 과제군요(웃음). 12월에 전시를 하게 된다면, 바로 그 직전에 대표적 이미지를 내는 게 중요할 거 같구요. 시간에 쫓겨서 글까지 모두 먼저 쓰실 필요는 없구요.

미술계로도 확장하실 생각, 산업계로도 확장해 가실 생각을 하시는 거 같은데… 여러 분야의 초보자부터 미술계에서도 새 대안으로서 이를 보러 오시는 분들도 있을 거에요. 그렇다면 기본적인 정보들 같은 거요. 예를 들면 기법 같은 건 제가 묻고 여쭤서 아카이브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여요. 자수가 기간이 오래 걸리는 거라, 기존작품들 중심으로 가는 안이 현실적인 방안이겠네요."

 
박혜성 학예사(제일 왼편)가 논의를 적고 있다.  어떤 작가들은 이 자리에서도 여전히 작업노트를 꺼내놓고 있다.
▲ 박혜성 학예사(제일 왼편)가 논의를 적고 있다.  어떤 작가들은 이 자리에서도 여전히 작업노트를 꺼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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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 학예사는 자수가 예술계에서 어떤 위치에 처해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 자수에 대한 일반의 인식, 자수작업에 대한 자수 작가들 자신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예를 들면 자수는 여전히 '꽃'을 수놓을 뿐이라는 통념 등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이 작업은 '자수'가 무엇이고 어떻게 움직여갈 수 있는 예술인가에 대한 흥미진진하 스토리로서의 역할도 할 것이다. 최향정 작가는 자신의 '꽃' 자수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짚었다.

"저는 여수에 살며 작업해요. 9년차 작가인데, 가까운 지리산하고 한라산 오름에 자주 가요. 물론 주변의 들꽃들도 들여다보죠. 사계절마다 꽃들은 다 달라요. 남들은 제가 똑같은 꽃, 심지어 인터넷에서 찾으면 되는 꽃들을 찾아다닌다고 그래요. 특히 남편.(웃음) 하지만 그 꽃들은 하나하나가 다 다른 거에요. 사람들도 다 다르듯이 말이죠. 저는 그 꽃들을 직접 찾아가서 현장에서 도안하고 작업해요.

같은 꽃이라도 바람이 심한 제주 오름 야생화는 짧고 강해요. 지리산 깊은 곳에서 자라는 꽃들은 수형이 길고 수려하죠. 저는 절정에 이른 풀의 모습이 활짝 핀 꽃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새순이 돋을 때, 오히려 그런 때가 더 절정일 수도 있어요. 물안개 피고, 바람 불고, 그 환경 속에서 느껴지는 어떤 정서 같은 것도 옮기려고 생각하죠."

 
자신의 야생화 자수를 설명하고 있는 최향정 작가. 여수서 살며 제주도와 지리산 등지를 오간다. 그곳서 만난 야생화 하나하나를 직접 자수수틀에 담는다.
▲ 자신의 야생화 자수를 설명하고 있는 최향정 작가. 여수서 살며 제주도와 지리산 등지를 오간다. 그곳서 만난 야생화 하나하나를 직접 자수수틀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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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는 1492년 '신세계'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미 그곳은 정착민들이 살고있던 그네들의 땅이었다. 그러니 자수가 발견돼야 할 신세계라면, 이들 자수인들이 벌이는 이 프로젝트는 '자신들의 재발견'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학습이 그러하듯, 그 '재발견'이야말로 온전한 삶과 진정한 학습의 첫발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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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