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리가를 양분하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두 팀이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열린 2019-20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나란히 승리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18일 도르트문트와 졸전 끝에 가까스로 0-0으로 비겼고, 레알 마드리드는 19일 파리 생제르맹 원정길에서 0-3으로 참패를 당했다.

이로인해 두 클럽의 수장 에르네스토 발베르데(바르셀로나)와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무색무취' 발베르데, 또 믿을 구석은 메시?

올해로 바르셀로나 부임 3년차에 접어든 발베르데 감독은 지난 2시즌 동안 라 리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홈과 원정의 경기력 차이가 극명했다. 두 차례 모두 홈 1차전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원정 2차전에서 드라마같은 대역전패를 당하며 탈락의 고배를 맛봤다. 2017-18시즌은 AS 로마, 2018-19시즌은 리버풀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바르셀로나 팬들을 분노케 했다. 

그럼에도 발베르데 감독은 라 리가 2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업적 덕분에 감독 자리를 보전한 수 있었다. 올 시즌이야말로 사실상 마지막 시험대였다.

앞서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의 행보는 성공적이었다. 프렝키 데 용, 앙투안 그리즈만 등 특급 스타 2명을 영입하며 스쿼드의 질을 한층 높인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은 매우 들쭉날쭉하다. 리그 4경기에서 2승 1무 1패에 그치면서 선두권과는 동떨어져 있다. 홈에서 폭발적인 공격을 과시하며 2승을 거뒀지만 원정에서는 1무 1패에 머물렀다. 특히 4경기 모두 실점을 기록하는 등 수비 불안을 노출시켰다.

팀 단위의 압박은 실종됐으며, 루이스 수아레스가 출전할 경우 전방 압박 전술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센터백 제라르 피케, 클레망 랑글레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급격한 노쇠화로 접어든 수비형 미드필더 세르지오 부스케츠의 기동성과 장악력도 예년만 못하다.

바르셀로나의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1차전은 안드레 테어 슈테겐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패배가 응당 옳았던 경기였다. 발베르데 감독은 높은 볼 점유율을 추구하면서도 중앙 지향적인 스타일로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측면에 대한 대비가 매우 부족하다. 측면에서 경기를 지배하지 못함에 따라 공수에 걸쳐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

또, 선수 구성에서도 의문점을 남기고 있는데, 체력과 기동력이 좋은 아르투로 비달, 이반 라키티치를 중용하지 않고, 부스케츠와 세르지 로베르토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는 비판의 대상이다.

물론 올 시즌 초반 에이스 메시의 부재도 간과할 수 없지만 과거부터 발베르데 감독은 메시에 대한 의존증이 매우 높은 감독 중 한 명이었다. 심지어 메시가 없으면 아무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점도 이 때문이다.

믿었던 '소방수' 지단, 성적 부진으로 경질설 증폭
 
 레알 마드리드의 지단 감독

레알 마드리드의 지단 감독 ⓒ EPA-연합뉴스


바르셀로나 못지않게 레알 마드리드도 시즌 초반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셀타 비고와의 1라운드에서 3-1로 승리하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은 레알 마드리드는 이후 매 경기 졸전을 펼쳤다.

홈에서 열린 바야돌리드전에서 1-1로 비겼고, 비야레알 원정길에서 2-2로 비겼다. 레반테 홈 경기에서는 전반에만 3골을 몰아쳤지만 후반에 2골을 내주는 등 진땀을 흘린 끝에 3-2 승리를 거뒀다. 리그 4경기 연속 무패(2승 2무)라고 하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흐름이었다. 라 리가 초반 판도에서 세비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던 마드리드는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기어이 터지고 말았다. 3골차의 충격패였다.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10개의 슈팅 시도 가운데 유효슈팅이 겨우 0개에 그치는 등 최악의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남겼다.

빌드업은 전혀 매끄럽지 못했고, 공격 상황에서 가레스 베일에만 의존했다. 여름 이적 시장 때 영입한 에덴 아자르는 아직까지 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었다. 특히 중원 싸움에서 밀린 것이 패착이었다. 토니 크로스, 카제미루,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느린 기동성과 느슨한 압박, 적은 활동량으로는 이드리사 게예, 마르코 베라티, 마르퀴뉴스가 포진한 파리 생제르맹을 상대로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파리 생제르맹은 네이마르, 킬리앙 음바페, 에딘손 카바니 등 삼각편대가 모두 결장했다. 이러한 팀을 상대로 레알 마드리드는 대량 실점으로 무너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개막 후 매 경기 실점을 기록 중이다. 센터백 듀오 세르히오 라모스, 라파엘 바란의 부진은 비단 올 시즌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부터 두 명의 수비수는 급격한 경기력 저하 현상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개개인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 공격부터 미드필드, 수비에 걸쳐 각기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 역시 실점률이 매우 높다. 전체적으로 허리부터 공격진의 유기적인 호흡과 부분 전술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지단 감독에 대한 지도력에 의구심을 보내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지단 감독은 1년 전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훌렌 로페테기, 산티아고 솔라리 체제의 거듭된 실패로 인해 후반기 무렵 다시금 지단이 소방수로 등장했다. 무너진 팀을 추스르고 다시 재건해야 하는 특명을 떠안았다. 

올 여름 아자르를 비롯해 루카 요비치, 페를랑 멘디, 에데르 밀리탕 등 즉시 전력감을 영입할 때만 해도 지단 감독 체제의 레알 마드리드 앞에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듯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던 시절의 포스를 잃어버렸다. 믿었던 지단 감독이 부진하자 여론도 싸늘하다.

20일 스페인 언론 <아스>에 따르면 '레알의 부진 원인이 감독과 선수 중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 57%가 지단 감독의 책임이 있다는 쪽에 투표했다. 또, '마르카'는 지단 감독 후임으로 조제 모리뉴,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라울 곤살레스 등이 후보군이라고 전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지단 감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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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발베르데 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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