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IA 대 두산 경기. 두산 선발 투수 유희관이 6회초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밝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IA 대 두산 경기. 두산 선발 투수 유희관이 6회초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밝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이 3연승의 상승세를 타며 선두 추격을 계속 이어 나갔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9안타를 때려내며 6-2로 승리했다. 전날 SK 와이번스와의 더블헤더에서 연승을 거둔 두산은 안방에서 KIA를 가볍게 제압하며 이날 키움 히어로즈에게 로 1-5로 패하며 3연패에 빠진 선두 SK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82승54패).

두산은 3회 2개의 실책을 저지른 KIA의 수비불안을 틈타 대거 5득점을 올리는 빅이닝을 만들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했다. 최주환은 결승타를 포함해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고 류지혁도 2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두산이 자랑하는 믿음직한 좌완 투수가 시즌 16번째 퀄리티스타트로 10승째를 채웠다. 베어스 팀 역사상 최초로 7년 연속 10승 투수에 등극한 '느림의 미학' 유희관이 그 주인공이다.

5년 동안 66승 올리다가 작년 크게 흔들린 두산 역대 최고의 좌완

유희관은 모두가 강속구 투수를 찾아 헤매던 시기에 혜성처럼(?) 등장해 '느린 공의 매력'을 야구팬들에게 알린 투수다. 유희관은 상무 전역 첫 시즌이었던 2013년 풀타임 1군 첫 해 10승을 따내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두산의 왼손 투수가 두 자리 승수를 따낸 것은 2004년의 게리 레스(17승) 이후 9년, 국내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1988년의 윤석환(13승) 이후 무려 25년 만이었다.

유희관은 '2013년의 활약은 우연이었다'는 편견을 극복하고 2014년 12승을 올리며 두산을 대표하는 좌완 선발로 자리 잡았다. 2015년에는 에릭 해커와 시즌 막판까지 다승왕 경쟁을 벌이며 18승을 올렸고 그 해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6이닝 2실점으로 두산의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경기의 승리 투수가 됐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다소 논란이 있긴 했지만 유희관은 2015년 최동원상을 수상하며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었다.

유희관은 2016 시즌에도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과 함께 두산이 자랑하는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시즌 15승을 따냈다. 특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85.2이닝을 책임지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큰 공헌을 했다. 원년의 박철순부터 장호연, 최일언(LG 트윈스 투수코치), 김상진, 박명환 등 뛰어난 투수를 많이 배출한 두산의 역사에서 2년 연속 15승을 따낸 투수는 유희관이 최초였다.

유희관은 2017년에도 11승 6패 평균자책점 4.53을 기록하며 두산의 선발진을 든든하게 지켰다. 비록 평균자책점은 풀타임 선발 투수가 된 이후 가장 높았지만 그 누구도 한 시즌에 188.2이닝을 책임지는 선발 투수를 비난할 수 없었다. 특히 4월14일 NC 다이노스전에는 통산 56승째를 챙기며 이혜천이 가지고 있던 프랜차이즈 좌완 최다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렇게 유희관은 베어스 역사상 최고의 좌완투수로 등극했다.

유희관은 작년 시즌 5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변함없이 두산의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했고 6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달성했다. 하지만 유희관의 2018년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KBO리그가 144경기 체제가 된 2015년부터 3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유희관은 작년 시즌 6년 만에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141이닝). 평균자책점은 무려 6.70으로 투구내용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양현종-김광현도 아직 못한 7년 연속 10승 달성

사실 유희관은 2년 연속 15승을 거둘 때도 안타도 많이 맞았고 탈삼진도 썩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날카로운 제구력과 영리한 수 싸움, 그리고 강인한 체력을 앞세워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믿음직한 선발 투수였다. 하지만 시즌 피안타율 .332, 득점권 피안타율 .371였던 작년의 유희관에겐 자신의 장점을 뽐낼 상황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유희관은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한동민에게 결승홈런을 맞고 마지막 경기 패전투수가 됐다.

작년 시즌 10승 10패 6.70으로 부진하면서 유희관에 대한 야구팬들의 평가는 크게 달라졌다. 올 시즌 연봉도 5억 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크게 삭감됐고 김태형 감독도 스프링캠프에서 유희관을 5선발 후보 중 한 명으로 분류했다. 자칫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유희관은 8kg이나 감량하며 묵묵히 2019 시즌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했다. 그리고 유희관의 절치부심은 올 시즌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유희관은 올 시즌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57.2이닝을 던지며 10승 8패 평균자책점 3.37을 기록하고 있다. 피안타율은 .276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이는 구위가 나쁘다기 보다는 유희관 특유의 맞춰 잡는 투구 스타일 때문이다. 유희관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는데 7년 연속 두 자리 승수는 현역 최고의 좌완이라는 양현종(KIA)이나 김광현(SK,이상 6년)을 능가하는 기록이다.

유희관의 올 시즌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부분은 한국 나이로 3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저하)의 우려를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3.37의 평균자책점은 18승을 거둔 2015년(3.94)은 물론이고 유희관이 처음으로 10승을 따낸 2013년(3.53)을 능가하는 커리어 최고 기록이다. 올 시즌 유희관보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좋은 국내 투수는 양현종(2.29)과 김광현(2.60)뿐이다.

느린 공 때문에 선수생활 내내 편견과 싸워 왔고 실제로 대표팀에는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유희관은 어느덧 프로 무대에서 86승을 따낸 투수가 됐다. 이미 2년 전에 베어스 역사상 최고의 좌완 투수라는 타이틀을 따낸 유희관은 올 시즌 자신의 손에 있는 우승반지 횟수를 3개로 늘리려 한다. 두산의 시즌 막판 선두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유희관의 2019 시즌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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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유희관 7년 연속 10승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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