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멀리 ‘섶다리’가 보인다. 그곳은 가산공원과 물레방아터 그리고 아름답게 핀 메및꽃밭을 이어주는 가교이다.
▲ 봉평 "섶다리" 멀리 ‘섶다리’가 보인다. 그곳은 가산공원과 물레방아터 그리고 아름답게 핀 메및꽃밭을 이어주는 가교이다.
ⓒ 박태상

관련사진보기

 
"산 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소설의 배경으로 유명한 평창군 봉평면 봉평장과 대화장을 향해 태풍 13호 링링을 뚫고 관광버스 3대는 힘차게 새벽 어둠을 깨고 달렸다. 서해안 140Km 지점에 태풍이 다가왔다는 뉴스에 비해 실제 비바람은 흔적도 없고 오전 7시의 서울은 화창하기만한 날씨였다.
 
봉평면 사거리에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무대의 하나인 ‘충주집’을 재현시켜 표석을 세워놓고 벽화도 담벼락에 그려놓아 볼거리를 제공한다.
▲ 충주집터 봉평면 사거리에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무대의 하나인 ‘충주집’을 재현시켜 표석을 세워놓고 벽화도 담벼락에 그려놓아 볼거리를 제공한다.
ⓒ 박태상

관련사진보기



제21회 평창 효석문화제 개막을 보기 위해 100명이 넘는 문학동호인들이 모였다. '인문학자와 함께 떠나는 세계문화탐방-한국평창편'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손에 손잡고 모여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태풍이 가을 한반도 근처에 접근할 것이 무엇인가? 일주일 전부터 뉴스의 기상 소식은 떠나는 9월 7일 토요일 당일 한반도를 상륙할 것이라는 불길한 날씨 예보를 연일 보도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태풍은 계속 위로 밀려나서 서해안을 거쳐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 쪽으로 빠져나갔다.
 
충주집터 담벼락에 새겨놓은 <메밀꽃 필 무렵>에서 동이가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장면.
▲ <메밀꽃 필 무렵> 벽화 충주집터 담벼락에 새겨놓은 <메밀꽃 필 무렵>에서 동이가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장면.
ⓒ 박태상

관련사진보기



횡성휴게소에서 한번 휴식을 취한 일행들은 곧바로 봉평면에 있는 식당에 자리를 잡고 봉평의 자랑인 메밀국수와 새싹 비빔밥의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점심 식사를 했다.

1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식당에 들어차니, 주방의 손이 모자랄 수밖에 없어 정작 주메뉴는 늦게 나왔다. 그래서 메밀전병과 밑반찬을 안주 삼아 막걸리 잔이 돌기 시작했다. 특히 봉평에서 유명한 것이 옥수수 막걸리다. 노란 색의 패트병에 담긴 막걸리가 구미를 당긴다. 역시 평창군에 들어서서는 봉평이 자랑하는 봉평메밀로 만든 메밀국수를 먹어보는 것이 별미가 될 것이다.
 
봉평 5일장터에는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인 허생원, 동이와 포목을 잔뜩 실은 당나귀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 <메밀꽃 필 무렵> 주인공 조형물 봉평 5일장터에는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인 허생원, 동이와 포목을 잔뜩 실은 당나귀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 박태상

관련사진보기


  
식당을 나와서 봉평면 사거리에서 건물 뒤쪽으로 들어서면, 충주집터라는 돌표석과 충주집 주막이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묘사대로 원형을 유지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충주집 옆 담벼락에는 소설의 한 장면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아쉬운 것은 충주집 주막을 막아선 채 봉평 오일장터가 들어서서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고 있어 차분하게 문학기행을 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충줏집 문을 들어서서 술좌석에서 짜장 동이를 만났을 때에는 어찌 된 서슬엔지 발끈 화가 나 버렸다. 상 위에 붉은 얼굴을 쳐들고 제법 계집들과 농탕치는 것을 보고서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 결 김에 따귀를 하나 갈겨 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학창시절에 읽은 소설의 이야기가 주마들처럼 떠올랐다. 충주집터는 소설의 주인공 허생원이 충주집 주막에서 아들로 추정되는 동이가 술집 주모와 대낮부터 농탕질 친다로 이유로 따귀를 한 대 올리던 곳이다.
 
축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수십 개의 천막을 줄지어 세워놓고 각종 시골의 토속적인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특히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감자전, 그리고 옥수수 막걸리와 관광객들의 모습이 한데 어울려 정겨웠다.
▲ 메밀전병 파는 상점 축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수십 개의 천막을 줄지어 세워놓고 각종 시골의 토속적인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특히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감자전, 그리고 옥수수 막걸리와 관광객들의 모습이 한데 어울려 정겨웠다.
ⓒ 박태상

관련사진보기


  
충주집터를 지나면 바로 봉평장 오일장터로 이어진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허생원이 조선달, 그리고 동이와 함께 장사가 잘 되지 않는 봉평장을 떠나 밤새 메밀꽃이 활짝 핀 꽃밭을 지나 산고개를 올라타 육십리 길의 대화장으로 당나귀를 몰고 넘어가는 이야기다.

봉평 일장터로 이어진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허생원이 조선달, 그리고 동이와 함께 장사가 잘 되지 않는 봉평장을 떠나 밤새 메밀꽃이 활짝 핀 꽃밭을 지나 산고개를 올라타 육십리 길의 대화장으로 당나귀를 몰고 넘어가는 이야기다.   
봉평 오일장에는 천막을 줄을 이어 쳐놓고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흥정을 하기도 하고 먹거리가 있는 곳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메밀전과 수수부꾸미, 그리고 감자전을 간장에 찍어 먹고 있었다.

곤드레, 취나물, 황귀, 고사리 등 각종 나물류를 파는 가게도 있었고, 메밀국수, 메밀 소바, 메밀냉면, 심지어 메밀라면까지 파는 상점도 있었다. 그 옆 가게에서는 시골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찰 옥수수, 각종 버섯, 큰 호박, 감자 등을 팔고 있었고, 옹기그릇과 접시 등 주방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요즘 유기농 제품과 산나물이 건강식으로 인기를 끈다. 곤드레, 취나물, 고사리 등 강원도 봉평면이 자랑하는 산나물을 팔고 있는 가게가 있어 일행들과 함께 들러 몇 봉지를 사들고 서울로 왔다.
▲ 봉평 산나물 파는 가게 요즘 유기농 제품과 산나물이 건강식으로 인기를 끈다. 곤드레, 취나물, 고사리 등 강원도 봉평면이 자랑하는 산나물을 팔고 있는 가게가 있어 일행들과 함께 들러 몇 봉지를 사들고 서울로 왔다.
ⓒ 박태상

관련사진보기



봉평 오일장 천막촌을 벗어나면 바로 가산공원으로 이어진다. 가산은 1920~193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효석의 호이다. 이효석은 1928년 '도시와 유령'을 시작으로 1933년의 '돈', '산', '들', 1936년작 '메밀꽃 필 무렵' 등 단편으로 문명을 날리고 <화분> 등 장편소설도 2~3편 집필한 작가이다.

그의 초기작들은 '어버니즘(urbanism)', 경향성, 이국취향의 테마를 주로 다루었다. 최근의 연구논문에 의하면, 효석문학의 전기에 해당하는 1928년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의 작품에서 많이 나타나는 '어바니즘'과 '경향성'이라는 이중성은 일본 쇼와기(1926~1989)의 초반에 유행했던 모던붐과 사회주의 문학, 그리고 '에로 그로 난센스(에로틱, 그로데스크, 난센스의 일본식 축약어)'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평하고 있다.

가산공원에는 가산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옆 무대에서는 오후 6시부터 개막식이 열릴 예정이라 무명 트로트 가수가 낮부터 밴드공연을 하는 연주자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면서 문화축제의 흥취를 돋우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가산의 동상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효석문학의 특징'에 대한 특강을 듣고 질의응답을 벌였다. 가산공원에서 흥전천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섶다리'를 건너야만 한다. 섶다리 너머에는 만개한 메밀꽃밭과 작품의 무대배경 중 하나인 '물레방아터'가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홍보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영향 때문인지 매우 많은 가족 단위의 자가용족 관광객들이 많았다. 태풍에 아랑곳하지 않고 구름 관중은 메밀꽃밭과 해바라기밭에 운집해 자연의 정취에 젖어 들고 있었다.

태그:#제21회 평창 이효석문화제, #평창군 봉평 여행, #아름다운 메밀꽃, #가산 이효석
댓글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