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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현상이 기후 변화를 넘어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 위기에 맞닥뜨렸다. 지금 당장 정부가 비상 선언을 선포하고 시급히 행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연속 보도한다.[편집자말]
  
 기후변화는 이미 인류가 당면한 문제다. 그것도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는 이미 인류가 당면한 문제다. 그것도 생존을 위협하는.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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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진실을 말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멸종저항'이라는 대중조직이 비폭력 직접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회적 혼란'을 일으켜서라도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를 직시하라고 주장하며 도로와 박물관을 점거했다. 스웨덴의 16세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봄부터 한국의 청소년들도 함께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토지의 종말(엔데 겔랜데)'이라는 단체가 석탄 광산과 철도 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급진적이지 않았다. 이들의 행동이 급진적인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상황이 급진적인 것이다.

과학자들의 경고, 침묵하는 한국
 
 2019년 1월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마지막날. '기후변화에 대한 학교 동맹휴업'에 참가한 10대 학생들의 모습.
 2019년 1월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마지막날. "기후변화에 대한 학교 동맹휴업"에 참가한 10대 학생들의 모습.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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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심각해지는 기상이변에 따른 과학자들의 경고와 대중의 기후행동에 대해 세계 정부들도 하나둘 반응을 시작하고 있다. 올해 들어 영국, 프랑스, 캐나다, 아일랜드 등 10여 개 국가와 뉴욕을 비롯한 900여 개의 지방정부가 비상 선언을 하고, 많은 자원과 역량을 동원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우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법률로 제정했다.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지하고 내연기관차 판매도 중단하겠다는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탈핵', '탈석탄'이라는 말뿐이다. 오히려 석탄발전소는 늘고 있고 유류세 인하로 유류 소비까지 증가시켰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니 기후위기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기후변화'라는 말 자체가 정치에서 사라지고 있다. 기후위기를 언급하길 꺼리는 정부와 여당, 대안은커녕 비판도 하지 않는 보수 야당과 언론, 그리고 기득권 세력 사이의 이전투구는 기후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봉쇄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불변의 가치로 내세우며 기후위기를 외면해 온 역대 정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 정부까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시민들과 단체들은 7월 28일에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라는 연대기구를 결성하여 침묵을 깨고 나섰다.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보다 먼저 청소년들이 길거리에 나섰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그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그들만이 책임질 일도 아니다. 지난 폭염 속에 어이없게 스러진 대학교 청소노동자와 극한적 온도에서 일해야 했던 건설업과 배달업의 노동자들, 작황과 재배 환경의 급변을 경험하며 식량위기를 우려하는 농민들, 과도한 육식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고 경고하는 채식인들, 지금의 기후 위기를 염려하고 분노하는 많은 시민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생존을 위해 함께 나서고 있다. 정부, 국회, 기업, 언론, 지자체, 지방의회 등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모든 권력을 향해 기후행동을 촉구하고 항의하고 있다. 이제 기후침묵은 더 용납될 수 없다.

오는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거리로 나설 예정이다. 9월 23일 뉴욕에서 개최될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담에 맞춰 각국 지도자들이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기 위해서다. 또한 이번 행동은 재앙의 문턱까지 다가온 기후위기를 조직적으로 외면하면서 대량의 화석연료를 태우는 경제 구조를 유지하려는 정부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 기후정의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행동은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소비에 근거한 경제성장을 강요하는 시스템을 거부하고, 무한성장과 무한소비가 아닌 정의와 안전의 가치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변화시켜나가겠다는 다짐과 선언이기도 하다.

한국 시민들은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함께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를 비롯해 수원, 천안, 부산, 대구, 순천, 창원,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앞선 4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정부에 아래의 5가지 세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기후위기 진실, 인정해야"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열린 '524청소년기후변화 해결 촉구 공동행동'에 참여한 한 학생이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라고 써진 손팻말을 들고있다. 2019.05.24
▲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열린 "524청소년기후변화 해결 촉구 공동행동"에 참여한 한 학생이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라고 써진 손팻말을 들고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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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정부는 '기후위기'의 진실을 인정하고 직시하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를 비롯하여 전 세계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조차 최근 아부다비 기후회의에서 기후위기의 진행이 예상한 것보다 심각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향후 10년 안에 급진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을 넘어서 가뭄과 홍수, 태풍과 산불, 식량 위기와 물 부족, 생태계 붕괴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며 가장 빠르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국가 중 하나다. 경제 규모 면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에 있는 경제 강국이기도 하다. 그만큼 현재 심화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상당하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언론과 교육기관 어디서도 기후위기의 실상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침묵으로 외면하고 있다.

둘째, 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시행하고 국가적 대응에 나서라.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실시하고, 모든 행정력과 재정 능력을 총동원하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 나서야 한다. 대통령은 9월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담에 참석하여 한국의 의지를 보이고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호소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제로 목표를 수립하고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하라. IPCC는 2018년 10월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어야 하며,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근에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들은 기존 계획을 강화하여 2050년 배출제로 정책을 수립하거나 입법화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상반기까지 2050년 배출제로 목표를 천명해야 한다. 이에 부합하도록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관련 계획과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석탄발전소의 조속한 폐쇄, 내연기관차의 생산 중지 그리고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투자의 확대 등에 나서야 한다.

넷째, 정부는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 정부는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다배출자에게 더욱더 많은 감축(비용) 책임을 배분하고, 빈곤층과 소농 등 사회경제적 약자의 피해는 보상하고 예방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 또한 화석연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지역 사회가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받은 충격을 예방하기 위해 고용 전환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면서 또 다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기술공학적 해결책의 도입과 적용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하고, 핵발전의 이용을 정당화(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독립적인 범국가 기구를 설치하라. 현재 정부의 각 부처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기후위기를 외면하고 있으며, 청와대와 국회는 개발주의 시대의 낡은 국민 여론에 매달려 기후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범국가기구로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름과 다르게 미세먼지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개방적이며 독립적인 범국가 기구를 설치하라. 이 기구를 통해서 2050 배출제로 목표 실현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 제도와 기존 계획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라.

9월 21일, 전국 각지에서 펼쳐질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집회와 행진은 정부가 이 요구를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첫 번째 대규모 행동이 될 것이다. 정부가 쉽게 이 요구안을 수용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침묵과 무대응이 정부의 첫 번째 대답일지도 모른다. 답한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비현실적이며 과도한 요구라고 고개를 가로지었고, 더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요구안은 기후위기와 탄소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기후침묵을 넘기 위한 첫 번째 고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제 시작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쉬이 끝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모두에게 각오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참여 방법]

기후위기에 맞서는 힘은 시민들의 참여에서 나옵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한 행동에 함께 해 주세요.
1) 집회와 행진: 9월21일 3시 대학로에서 모입니다
2) 온라인서명과 인증샷: 웹사이트(https://www.climate-strike.kr/)에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를 작성한 한재각 기자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으로 현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조직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9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취지와 요구를 요약하고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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