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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사무소 외벽에 대형 한반도 기가 걸려 있다.
 2018년 9월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사무소 외벽에 대형 한반도 기가 걸려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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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지상 4층, 높이 23.45m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남북 소통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남북 최초의 '상시협의 채널'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오는 14일 개소 1주년을 맞는다. 개소 당시 '365일, 24시간 남북한 상시소통 채널'임을 강조했지만, 현재는 남북 연락사무소장 소장회의도 열리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고 난 뒤부터 지금까지 소장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연락사무소 소장을 맡은 서호 통일부 차관은 지난 5월 취임 후 아직 북측 소장을 만나지 못했다. 남북은 2층엔 남측사무실을, 4층엔 북측사무실을 마련해두고 3층을 남북 공용의 공간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3층 회담장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공동연락사무소를 서울-평양 상주대표부로 확대·발전하려던 한때 목표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북미 관계 진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남북관계의 소통이 '일시적'으로 중단됐을 뿐이니 북한에 '대화에 나서라, 소장 회의에 참석하라' 등의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것. 현실적으로 북미 관계의 부침에 따라 남북 관계도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황해북도 개성시에 마련된 남북 최초의 상시협의 채널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의미] 하루에 두 번, 여전히 만난다
 
서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왼쪽)이 지난 10일 연락사무소를 방문해 박진원 연락사무소 부소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서호 소장은 이날 북측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
▲ 서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왼쪽)이 지난 10일 연락사무소를 방문해 박진원 연락사무소 부소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서호 소장은 이날 북측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
ⓒ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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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회의는 열리지 않지만, 공동연락사무소에서 꾸준히 지켜지는 일정도 있다. 하루에 두 번, 오전 9시 30분과 오후 3시 30분에 남북 연락관이 만난다. 요즘처럼 남북 사이에 오고 가는 이야기가 없을 때는 논의할 주제가 마땅치 않다지만, 연락관 협의가 중단되지는 않았다.

공동연락사무소 3층에 마련된 회담장은 6개월이 넘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당시 남북이 합의한 매일의 일정은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남북이 하루에 두 번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창구가 닫히지 않았다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될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남북이 매일매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 남북의 연락관이 여전히 '상시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남한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역할을 관두라'는 날 선 비난을 하는 북한이지만, 짐을 싸서 남북의 '소통창구'인 공동연락사무소를 떠나지는 않았다.

한 건물에 남과 북이 있다는 건 비공식의 만남도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갈 때, 각자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건물을 나설 때 자연스레 만날 수 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상대'가 떠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언제고 다시 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현재도 공동연락사무소에는 남북 각 15~20명이 머무르고 있다.

[한계] 정부, 남북관계 창구 단일화 욕심?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등 참석자들이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제막식을 하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등 참석자들이 2018년 9월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제막식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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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북미 관계에만 의존한다면 공동연락사무소의 한계는 명확하다. 사실 '공동연락사무소'의 한계라기보다는 현재 남북관계의 한계일 수 있다.

하지만 북미가 풀어야 할 비핵화 협상의 속도만 쫓다 보면, 남북은 언제 '우리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상당하다. 남북의 지난한 역사에서 경색국면이야 언제든 있었는데, 연락사무소까지 마련된 상황에서는 좀 달라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한 이후 정부가 모든 남북관계의 창구를 '단일화'하려는 욕심을 부렸다는 쓴소리도 있다. 공동연락사무소는 ▲교섭·연락업무 ▲당국 간 회담·협의 업무 ▲민간교류 지원 ▲왕래 인원 편의 보장 등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하며, 민간협력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남북 교류협력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민간단체까지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서만 남북이 소통하도록 '통제'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에서 만나온 남북의 민간교류를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후,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서만 북측과 접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30여 년 남북의 민간교류 분야에서 일한 관계자는 "남북의 소통이 잘 될 때는 정부가 주도해 민간단체의 남북교류를 통제하려 한다, 공동연락사무소도 마찬가지"라며 "지난해 민간교류단체들은 연락사무소를 거치지 않고는 북한과 접촉할 수 없었다, 그동안 지자체나 민간단체 나름의 방식으로 북한과 교류해온 것들을 정부가 통제하려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남북의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할 수 있으면 알아서 해보라는 식이다, 남북교류를 대할 때,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늘 있었던 문제가 공동연락사무소에서도 재발했다"라고 짚었다.

[대안] 지자체-NGO를 주목해야

공동연락사무소가 처음의 취지대로 24시간, 365일 소통의 창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주도하며 운영하는 연락사무소에 지자체나 NGO, 기업, 국제기구 등 비정부 주체가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변수에서 자유로운 비정부 주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공동연락사무소의 다원적인 운영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큰 맥을 가지고 사업의 방향을 이끌어간다면 남북교류의 오랜 경험을 쌓은 지자체나 NGO 단체들은 그 외의 남북교류를 담당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가 각기 남북교류 추진 조례를 갖추고, 일부 전담 조직을 마련한 상황에서 정부 외의 소통창구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교류 단체 관계자 역시 "남북 교류협력이 안정적으로 지속하려면, 정부 주도의 연락사무소처럼 지자체·민간 주도의 연락사무소를 별개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민간교류가 정부 주도의 교류에서 하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가 있는 현실에서 비정부 주체가 정부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남북교류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정치·군사 분야에서 생긴 문제가 남북 교류의 전체를 막아서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공동 연락사무소에 비정부단체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 최소한 남북교류의 단절은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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